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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창작집단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공연이 뜸한 시기에 워크샵과 스터디 등 계획해 놓은 일들을 진행시키고 새해 인사를 겸해 모인 것이다. 얘기를 하다 보니 그간의 일들과 우리들이 했던 공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제일 뜨거웠던 이야기는 공연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든 음악과 소설 등 이미 존재한 예술적 상품들에는 저작권이 있듯이 연극에도 공연권이 있다고 한다.

작년 TV 광고에선 우리 공연의 이미지와 비슷한 장면의 광고가 방영되어 혼란스러워 한 적이 있었다. 4월에 광화문에서 야외 공연했던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에서 소파를 옮기며 휴식하는 모습이 메인이 되었던 우리 공연 이미지가 한 TV 광고에서 흡사하게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빨간 소파, 그곳에서 휴식과 안식을 취하는 이미지는 우리 공연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은 저작권이 따로 발효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랬던 일들이 이번 모임에서 이야깃거리로 대두되었다.

2010년 4월, 세종로에서 공연중인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2010년 4월, 세종로에서 공연중인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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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CF' 캡쳐
 '국민건강보험 CF' 캡쳐
ⓒ '국민건강보험 CF'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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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 한 쇼프로그램에서 붉은 소파를 이동하며 시민들과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 코너도 기본 모티프가 우리 공연과 흡사하다 생각하였는데, 그 코너는 독일의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가 뉴욕의 소호거리에 버려진 붉은색 소파를 가지고 사람들을 앉혀놓고 사진을 찍은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밝혔단다.

우리는 그런 프로젝트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가. 비슷한 이미지가 이미 존재함으로 방송되고 있는 광고 역시 우리 공연에서 따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 어떤 식으로 보기에는 우리 공연의 컨셉도 그 프로젝트에서 따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광화문이라는 공간과 안식처의 이미지. 이런 큰 틀이 같음에도 우리가 의문을 갖지 않아야 하는가, 라는 것이었다.

우리 공연이 대본이 없이 주제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실험 연극이기에 이런 문제들이 더 모호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있으면 저작권이 발효가 되었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공연 장면 이미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그 이미지가 우리 공연의 주제와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연 연습중인 ‘창작집단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 가족들
 공연 연습중인 ‘창작집단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 가족들
ⓒ 크리에이티브 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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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재산권의 기본적인 권리의 하나인 공연권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을 공연할 권리. 공연이라 함은 저작물을 상연·연주·가창·연출·상영 등 그 밖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라고 해석되어 있다.

각본이나 소설처럼 활자화 되어 있지 않고 노래처럼 짧지도 않은 공연이라는 작업에서 공연권을 발효시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공연들 중에 한 장면이 비슷한 혹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러함에 공연권이 발효되는 기준도 애매하다.

나 역시 이번 일로 공연권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듯이 아직 공연자들도 공연권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연을 창작한 공연자가 자신의 노력과 사회에 대한 의식, 창작의 의도가 모두 담겨 있는 공연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알기 위해서는 창작물에 대한 존중과 공연권에 대한 의식이 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작집단, Creative VaQi (크리에이티브 바키)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는 2010년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했다. 수상식후 함께한 식구들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는 2010년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했다. 수상식후 함께한 식구들
ⓒ 크리에이티브 바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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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VaQi는 젊은 예술가들의 역량을 모아 2007년 가을 이태원의 한 옥탑방에서 만들어진 창작집단이다. VaQi는 집시들의 상징인 수레바퀴를 상징하고 Veritas, art, Question, imagination의 첫 자가 모인 조합이다. 수레바퀴처럼 자유롭게 세상곳곳을 향해 굴러가고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전해주고자 하는 취지이다.  

Creative VaQi(바키)는 언어 중심의 연극이 아닌 오브제와 몸, 미디어와 설치 미술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재료를 활용하여 가장 풍성한 형태의 공연 예술 작품 만들기를 추구한다. 

그동안 극장뿐 아니라 횡단보도, 광장, 폐건물 등의 대안적 공간을 활용하여 연극이 연극이기 때문이 가능한 환경과 사람의 만남을 시도해 왔다. 또한 새로운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집단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정신과 사상을 함께 추구해 나간다. 

Creative VaQi는 단순한 극단 형태의 집단이 아닌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예술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모든 것이 파편화되고 원자화 되가는 현대사회에서 창조적 경험과 자아발전의 시간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학교나 교회, 기업이나 기존 극단 같은 형태의 집단이 아닌 보다 휴머니티가 강조된 대안적 단체의 형태를 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나리 기자는 '크리에이티브 바키' 단원입니다.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공연권, #크리에이티브 바키, #당신의소파를 옮겨드립니다, #국민건강보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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