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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상에 살다 보면 애매한 것 때문에 서로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애매한 것들을 지금부터 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 최OO씨가 나오셨습니다.

애정남 : 안녕하십니까~잉? 애정남, 최OO입니다~잉.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잉? 바로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정해놓고 지키기 때문입니다~잉.

사회자 : 자, 그럼 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희가 시청자의 사연을 들어보았는데요. 첫 번째, 사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 광양에 사는 최OO입니다. 아내에 대해 밖에서 구구절절 자랑하는 우리 남편을 사람들이 자꾸 '팔불출'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귀여운(?) 행동을 자주 하는 남편에게 "여보, 왜 그렇게 내 자랑을 하고 다녀?"라고 했더니 남편은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은 예쁘니까 충분히 자랑할 만하잖아?"라고 답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진짜 예쁜 것을 예쁘다고 하는 것은 팔불출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팔불출의 기준이 뭔가요? 하고 보내주셨습니다.

애정남 : 참 애~매 합니다~잉. 요거 정말 듣는 사람은 돋는 부분이에요. 물론! 사랑이 있어야 자랑하고 싶은 거예요. 무관심한 사람은 자랑 같은 거 안 해요~잉. 하지만 그 기준이 애매~합니다. 어디까지 자랑해야 팔불출이 아닌지, 제가 오늘 딱 정해 드립니다. 제가 오늘 자랑과 팔불출 이 경계를 정해 드리도록 할 거예요~잉. 오늘 보시면 기가 막힙니다.

은근슬쩍 단점 얘기하는 것처럼 자랑하면 '팔불출'

자, 먼저 주위 반응이에요. 우리 아내가 누가 봐도 정말 너무 예쁜 것 같아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남편이 결혼에 성공했다" "연예인 같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혹시 얼마 전에 TV에 나온 적 없냐" "웃는 게 너무 예쁘다" "피부가 아기 같다"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질문이 모임 1회당 3회, 최근 한 달 사이 10회 이상이었다. 이럴 땐 당연한 거예요~잉. 강하게 나가도 돼요.

"내 아내에게 뭐, 눈 크고 피부 하얗다는 말 많이 하는데 저는 맨날 같이 있으니 잘 못 느끼겠어요" 정도로 말하는 건 '팔불출' 아니에요.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 근데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우리 애기는 진짜 예뻐요, 천사 같아요" 이런 거 안 됩니다. 그냥 질문은 되지만 추측이나 속단은 금물이에요. 특히 많이 안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평범 아내를 띄우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거예요~잉.

게다가 "맨날 펑퍼짐한 바지만 입고 양푼에 밥을 비벼 먹는데도 살이 안 찌네?"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단점을 얘기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랑하는 거, 그거 진짜 팔불출이에요. 그게 더 짜증 나요~잉. 자, 제가 '팔불출' 기준 딱 정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거 안 지킨다고 경찰출동 안 해요. 쇠고랑 안 차요. 우리끼리의 아름다운 약속이에요~잉. (이상 <개그콘서트> '애정남' 패러디)

틈새시장을 노려라... 강약 조절이 관건

남편의 지나친 칭찬이야말로 아내를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사진은 2008년 개봉한 김주혁, 손예진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
 남편의 지나친 칭찬이야말로 아내를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사진은 2008년 개봉한 김주혁, 손예진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
ⓒ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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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설레고 꿈같았던 신혼,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리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와 결혼해 줄래' 하며 프러포즈를 받았던 그리움들은 어디 가고 무관심은 무감각을 낳고 무감각은 무정함이 되고 말았다. 

아내 입장에서는 이 세상 온갖 풍파를 막아줄 것 같던 든든한 사나이 대신 아침저녁으로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애 같은 남편이 귀찮을 뿐이고…. 어디 그뿐인가. 남편 입장에서는 예쁘고 다소곳하던 여인은 오히려 남성미(?)가 물씬 풍기고 시끄러운 아줌마로 변해버린 모습에 그저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결혼생활 10년이 넘어서니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너무 잘 읽을 수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 틈새시장을 노리면 되는 것이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아니 적당히 칭찬하고 적절히 대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 흉보는 풍토는 정말이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이상한 관습 중의 하나다.

"당신이 소녀시대 윤아보다 더 예뻐"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과찬에도 아내는 (뻔히 알면서도) 순간 착각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지나친 칭찬이야말로 아내를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지나친 띄우기는 "나처럼 잘난 여인을 만났으니, 당신이 나에게 헌신하고 양보하고 머슴 노릇 해야지" 하는 보상 심리로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강약을 적절히 조절해야 진정한 틈새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천생연분이라는 건 완전한 완벽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 맞춰나가는 퍼즐 같은 것이 아닐까? 쉽게 맞출 수 있을 거 같으면서도 어렵겠지만, 역으로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활용하는 내 잔머리 덕에 우리 부부는 누가 뭐라 해도 언제 어디서나 자칭타칭 '천생연분' 환상의 짝꿍이다. 아, 나 원래 이러지 않았다. 결혼생활 10년이 지나자 어느새 진화를 거듭하여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능력자 앞에 이렇게 바뀌고 말았을 뿐이다. (관련기사 : 아내가 현관 비번 바꾸고, '이혼'하잡니다)

(어디까지나 기자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며 나를 '팔불출'이라 치부한다 해도 엄연한 사실이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닭살 돋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기 싫다면 지금 '뒤로 가기' 버튼을 살포시 누르거나 'ALT+F4'를 누르기 바란다.)

당신만 힘드나? 눈치 보는 나는 더 힘들어!

'명절증후군'을 겪는 아내들의 뇌에는 이런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명절증후군'을 겪는 아내들의 뇌에는 이런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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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내는 두 아들에게 괜한 걸로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니 짜증이 더 심해지더니 기운까지 없는 것 같다.

'어, 그날인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눈에 레이저 쏠 기세로 쳐다보는 아내, 저러다 눈알 빠지겠다!'

명절을 며칠 앞두니 기운도 없고 매사가 귀찮고 다가올 명절엔 마음도 싱숭생숭…. 큰며느리가 된 지가 벌써 14년째인데,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면서 몸이 아파져 옴과 동시에 우울증까지 보이는 것을 보니, 분명 '명절 증후군'인가 보다. 이런 것도 미리 눈치를 못 채고 있으니, 이래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했나?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래,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야. 이럴 때일수록 내 자신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가슴이 여러 갈래로 찢기는 듯한 고통도 인내하고 그걸 감수해서라도 표면상으로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짜증을 냈다가도 시댁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둥 웃으며 큰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아내를 생각하니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미래가 된다. 그래, 있을 때 잘하자. 오후 6시 칼퇴근은 기본, 슬슬 설거지도 거들고 안 하던 아이들 공부도 시키니 나는 또 그렇게 명절 증후군을 함께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믿음 주지 못한 행동으로, '도로아미타불' 금방 약발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아내와 환상의 짝꿍이 된 이면에는 비법이 하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천생연분을 가장한 '팔불출'로 우뚝 서려면 아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달아야 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시장 조사,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지 어언 14년. 결국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그건 바로 첫째도 배려, 둘째도 배려였다.

비굴한 천생연분의 비결? 첫째도 '배려' 둘째도 '배려'

실은 신혼 때는 신혼이라고 배려해 줘야 했고, 또 달거리로 찾아오는 마법으로 한 달에 3~4일은 배려해 줘야 했고, 연약한 여자라고 매일같이 배려해 줘야 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하니 또 배려해줘야 하고, 그러다 한 번 수틀리면 대책이 없으니 평생 배려해줘야 했고…. 생리해서 우울해, 임신해서 우울해, 출산해서 우울해, 남편 월급으로 우울해, 아들 시험 망쳐 우울해, 명절이라 우울해, 명절 끝나서 우울해….

소녀시대 윤아
 소녀시대 윤아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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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엔 뭐가 그리 꼬였는지 우울해, 평일에는 주부라 우울해, 남의 남편이랑 내 남편 비교해 보고는 우울해, 자기 인생 돌아보고는 또 우울해, 남자가 하는 건 당연해, 자기가 하는 건 생색내….

뭘 그렇게 매일같이 앵앵거리고 조건 많고 따지는 게 많은지 아주 하나부터 열까지 아니꼽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배려가 아직도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늙어서 밥이라도 한 술 제대로 얻어먹으려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혼 초 장동건보다 내가 더 멋지다던 아내, 요즘은 영화관에 가서 옆자리에 있는 나를 보며 '웬 오징어가 팝콘을 먹고 있네?'라고 비웃어도 참아야 하느니라. 이게 바로 나의 비굴한(?) 천생연분의 리얼리티이다. 아, 신혼 초 몰래 담배를 숨겨놓고 피던 시절, 내가 숨겨둔 담배를 다시 숨겨두고 한 개비에 5천 원씩 팔며 폭리를 취하며 애교를 떨던 그 귀여운 아내가 더 이상 아니지만, 천생연분 환상의 짝꿍으로 남으려면 할 수 없다.

신혼 때는 그녀를 위해 헌신했고, 10년 차에는 부인을 위해 살았고, 15년 차엔 자식의 미래를 위해 뼈 빠지게 공부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가올 20년 차엔 자식 결혼자금 준비하고, 40년 차에는 결혼한 자식 근심하며 살리라.

또 아내의 인생을 존중하며 이름 석 자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리라. 나의 반려자로 아내를 대하리라. '조폭마누라'보다 더 두려울지라도, 좋아하는 라면을 결코 안 줄지라도, 몸무게가 50kg이 넘을지라도, 뭐니 뭐니 해도 내 아내가 최고다. 그래, 나 팔불출이다 어쩔래!

'나, 확실히 당신 말 잘 듣는 환상의 짝꿍 맞는 거지? 그렇지?'

아내 자랑, 자식 자랑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인 아내와 자식을 늘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아내는 정말 자랑할 게 많은 사람이다. - 윤방부 <건강한 인생, 성공한 인생> 중에서 -

"아내가 미녀임!" 예쁘다고 적절히 칭찬하며 아내 이름 석 자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나의 반려자로 아내를 대하리라. (사진은 목포시내 한 주점에 걸린 간판)
 "아내가 미녀임!" 예쁘다고 적절히 칭찬하며 아내 이름 석 자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나의 반려자로 아내를 대하리라. (사진은 목포시내 한 주점에 걸린 간판)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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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환상의 짝꿍, #천생연분, #짝꿍, #팔불출, #애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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