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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장 입장하는 안철수 원장 '박근혜 대세론'을 꺾으며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일 오전 경기도 분당 안철수연구소 판교 사옥에서 열린 '사회공헌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안 원장은 '제3정당 창당' '서울 강남 총선 출마설' 등 정치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전혀 그럴 생각도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 간담회장 입장하는 안철수 원장 '박근혜 대세론'을 꺾으며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일 오전 경기도 분당 안철수연구소 판교 사옥에서 열린 '사회공헌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안 원장은 '제3정당 창당' '서울 강남 총선 출마설' 등 정치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전혀 그럴 생각도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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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중하순까지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진보적 사회과학자들로부터 한 강의당 2시간씩 '정치학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강의에 참여한 학자들은 각각 일회성에 불과했다고 치부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안철수의 가디언(guardian)'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김효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최근 안 원장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라며 "가디언(지킴이)"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그가 지난 1월 6일 본인의 출판기념회에서 안 원장을 향해 "나와 김호기 교수가 안풍의 가디언"이라고 한 것은 "우리 모두 안풍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석했지만,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안철수 사단'을 조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쏟아냈다.  

실제 안 원장 주변에는 김 의원 이외에도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 '안철수재단'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강인철 변호사, 학계에는 지난해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 교수 말고도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포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해석대로라면 이들이 모두 '안철수의 가디언'인 셈.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내 유명 진보 지식인 몇몇은 김효석 의원의 부탁을 받고 안 원장을 만나 이 '정치학습'에 참여했다. 이 학습은 강의와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됐다. 주된 내용은 안 원장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비전, 정치일반, 경제와 사회, 정당론, 남북관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서는 중도적 입장의 지식인들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학자에게는 '정치를 한다는 것에 관하여'를 주제로 학습을 받았으며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은 자신이 제3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과 관련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제3정당을 만들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었다는 것.

또한 이 학습에 참여한 지식인들은 학습 분위기에 대해 "매우 진지했다"고 평가했으며, 안 원장이 직접 질문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이 학습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들이 묻고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학습에는 현재까지 모두 20~30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만남을 확인해준 지식인은 소수다. 대개 말을 아끼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안 원장이 당장 정치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 불거질 파장을 생각해 지식인들과의 만남부터 강의내용까지를 철저히 보안에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 학습에 직접 참여한 관계자들은 강인철 변호사, 김효석 의원, 김호기 교수 이외에도 경제전문 인터넷언론 <이데일리>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안철수재단'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이숙현 부장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숙현 부장은 현재 안 원장의 미국 일정을 수행 중이며, 21일 귀국한다.

누가 안철수의 가디언인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1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안철수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고 시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강의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또한 김 교수는 "누가 안 원장과 만났는지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며 "정치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안 원장을 만났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안 원장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경제적 혁신, 정치적 정의, 사회적 소통"이라며 "안 원장은 여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경제적 혁신에, '청춘콘서트'를 통해 사회적 소통을, 정치적 정의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점에서 안 원장이 전문정치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국가를 운영할 만한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안 원장이 대선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겠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안 원장과 만난 진보 지식인들은 대체로 만남 자체를 공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서 거짓말을 못하는 일부 지식인들이 비실명을 전제로 안 원장과의 만남 일부를 <오마이뉴스>에 처음 공개했다.

안철수 만난 진보 지식인에게 첫 느낌 물으니...

<오마이뉴스>가 만난 진보 지식인들은 안 원장을 처음 만난 느낌에 대해 한 목소리로 "강의 내내 매우 진지한 대학원생 같았다"며 "노트에 직접 메모를 하면서 질문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아주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말 안 원장을 만나 '가치와 비전'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 강의한 A 정치학자는 지난 16일 기자와 만나 "그는 내 강의를 어떻게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아주 맑고 진실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 학자는 이날 강의에서 안 원장에게 "역사적 관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소임을 구현해낼 것인가, 그 가치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안 원장에게 비전의 힘을 잘 활용하면 일당 천의 힘이 난다고 말했더니 그는 자신의 경험과 일치한다며 자신이 기업을 운영했던 기본철학이 바로 그것이라고 반색했다"고 말했다.

A 학자는 이어 "만일 안 원장이 정치를 통해 한국사회에 기여할 생각이라면 그를 도울 뜻이 있"지만, "정치는 경로주의로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가 정말 정치를 할지 선뜻 알기 어려운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안 원장이 진정성과 소신, 소명을 지고 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스스로 성찰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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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주제는 '정치를 한다는 것에 관하여'

B 학자는 안 원장에게 '정치를 한다는 것에 관하여'에 대해 강의했다. 그가 안 원장을 만난 시점은 지난해 12월 21일이다. B 학자는 안 원장에게 "정치세계는 매우 힘든 세계다,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면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또한 B 학자는 "정치인들이 모순과 갈등적 요구 속에서 내면이 무너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려면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고 견뎌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 때 하시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 안 원장의 질문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안 원장이 던진 질문은 아주 주요했으며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자신이 한국정치가 고통 받는 이유는 '종류가 다른 정당의 충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외생정당의 출현이 민주주의 발전에 좋다고 하자, 안 원장이 "외생정당이 민주주의 발전에 좋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정당을 새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 나 같은 경우에 정당을 만들지 않고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라고 물었다는 것.

안철수, 한국정치의 수동적 존재냐 독자 독립변수냐

이 자리에서 B 학자는 안 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1930년대 대공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미국 민주당 이외에도 다양한 급진적 대중운동조직과 미국 최대의 노조조직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같은 노동운동진영이 함께했던 '뉴딜연합'의 사례를 설명했다"며 "한국정치에서 주역이 되겠다는 사람이 정당을 만들지 않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 원장이 정치를 한다면 그가 해야 할 역할은 이상주의가 아니다"며 "이상주의적 예술가, 이상주의적 지식인, 이상주의적 정치인들이 모두 함께 공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학자는 "안 원장이 한국정치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인간형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치 그가 우리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메시아인 것처럼 대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 현상만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 학자는 "내가 만난 안철수 원장은 이미 정치하기로 결심이 선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안 원장이 한국정치의 악수를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독자독립 변수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철수#가디언#김호기#김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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