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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적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폭포 아래에서 보면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1.5킬로 정도 떨어진 국도에서 본 모습은 웅장했다.
 물도 적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폭포 아래에서 보면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1.5킬로 정도 떨어진 국도에서 본 모습은 웅장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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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농( Ranong)이라는 제법 큰 동네에 들어 선다. 조금 이른 시각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하루 지낼 생각으로 숙소를 찾아 시내로 들어갔지만, 숙소가 없다. 태국에서는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호텔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태국 사람은 바람도 피우지 않나? 한국에 그 흔한 모텔도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서 호텔 찾기를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갈 생각에 다시 국도로 나온다. 온천이 있으면 숙소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다 온천 표지판을 보고 운전대를 꺾는다. 그러나 온천이 있긴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천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목욕탕 온도쯤 되는 따뜻한 온천물이 넘쳐 흐르는 큰 우물이 있고 우물 주위로 몸을 닦을 수 있도록 돌로 만들어 놓은 의자도 있다.

숙소가 없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온천이라 실망하기는 했지만, 얼굴과 발을 온천물에 씻으며 여독을 잠시 풀어 본다. 왜 이렇게 좋은 온천물이 흐르는 곳에 사람 한 명 없을까? 또다시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이 온천이 한국에 있다면….

조금 더 내려가 올라오면서 본 리조트 간판이 있는 곳에 짐을 푼다. 조그만 모텔이다. 새로 시작해서 그런지 손님도 적은 깔끔한 모텔이다. 이불, 수건 등 모든 것이 깨끗하다. 태국 사람인 주인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가격은 550바트(22,000원 정도)이다. 이제 잠잘 곳을 찾았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저녁만 해결하면 된다. 모텔 근처에 있는 태국에서 가장 흔한 쇼핑몰인 테스코(TESCO)를 찾아 태국 사람이 즐겨 먹는 샤부샤부를 주문해 저녁을 해결한다.

폭포에 오르는 길, 산림이 우거져 있고 산내음이 물씬 풍긴다.
 폭포에 오르는 길, 산림이 우거져 있고 산내음이 물씬 풍긴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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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모텔에서 제공한 간단한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다. 호텔 주위를 장식한 각종 화초를 구경하는데 젊은(?)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이 호텔 주인과 친척이라고 한다.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한 영어를 구사하는 할머니는 초등학교에서 영어 선생을 하다 퇴직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아침을 갖다 준 소년은 버마에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라고 한다.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엄마와 함께 모텔 일을 도우며 지낸다고 귀띔해준다. 이 동네에는 버마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버마와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라농에는 버마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태국을 찾아 밀입국해서 사는 버마 사람이 많은가 보다. 북한 국경 주변에 많다는 중국을 찾은 탈북자들의 삶도 이럴까? 같은 민족이면서도 서로 손잡고 지내지 못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맴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버마에서 온 소년이 안쓰러워 나는 다른 사람 눈에 뜨이지 않게 적은 돈을 집어주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소년에게 팁을 주었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자기도 팁을 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소년은 '운수 좋은 날'이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지낼 것이다. 소년이 흐뭇한 하루를 지낼 생각을 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아주 적은 돈으로 우리도 좋은 하루를 시작한 셈이다. 이런 실수는 할 수록 좋다.    

영어 선생을 했다는 젊은 할머니의 조언대로 시설을 갖춘 온천과 올라오면서 국도에서 본 높은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을 찾아 나선다. 우리가 어제 들렸던 온천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큼지막한 온천 사인이 있다. 그러나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을 먼저 구경하고 온천물에 몸을 담글 생각으로 국립공원(Ngao National Park)부터찾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국립공원 입구에는 돈 받는 사람이 없다. 입장료를 절약했다는 생각으로 들어가 주차를 한다. 넓은 주차장 한쪽에서 20여 명의 직원이 조회(?)하고 있다. 입장료를 받는 사람도 이곳에 있을 것이다. 

노부모를 공경하며 함께 지내기를 기원하는 조형물을 폭포 아래 모셔놓았다
 노부모를 공경하며 함께 지내기를 기원하는 조형물을 폭포 아래 모셔놓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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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에서 본 높은 폭포를 구경하러 산길을 오른다. 등산로를 걸으니 이른 아침 숲 내음이 마음을 맑게 한다. 폭포에 도착했으나 폭포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국도에서 보았을 때는 꽤 멋있게 보이는 웅장한 폭포였는데 바로 발치에 도착하니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물도 많지 않아 웅장함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안내하는 사진에 있는폭포 풍경도 1.5킬로 떨어진 국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멀리서 보아야 참 모습이 보이는 폭포인 것이다.
이곳에도 큰 나무에는 예외 없이 색동천이 둘려 있다. 특이한 것은 자그만 조형물이 있는데 노부모 앞에 자녀가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러한 삶을 꿈꾸며 이 조형물을 만들어 폭포 아래 정성 들여 모신 것 같다. 영어에는 효(孝)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고 했던가? 그러나 아시아 국가인 태국에는 '효'라는 단어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온천장, 물이 깨끗하고 아내와 둘이서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온천장, 물이 깨끗하고 아내와 둘이서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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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공원에서 산림욕을 하고 온천으로 향한다. 공짜로 국립공원을 둘러보아서인지 기분이 더 좋다. 온천에 도착하니 입장료를 받는다. 태국 사람의 10배가 되는 200밧을 내면서 더 억울한(?) 것은 이곳에서 입장료에는 우리가 방금 보고 온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란다. 결국, 양쪽 입장료를 모두 낸 셈이다. 공짜로 국립공원을 구경했다고 좋아했는데….

온천물이 흐르는 이곳에는 숙소도 있다. 어제 이곳을 찾았더라면 온천수가 흐르는 이곳에 숙소를 정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지난 일이다.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무계획의 여행이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불이익이다 생각하고 온천에 들어선다. 

한국처럼 번듯하게 만든 온천은 아니지만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태국 사람 서너 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태국식으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한국 목욕탕처럼 만든 곳에서 우리 둘만의 온천욕을 즐긴다. 머리까지 집어넣고 수영도 해본다. 좋다. 산속에서 부는 상쾌한 바람과 온몸을 나근하게 만드는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맞기니 부러울 것이 없다. 목욕탕에서처럼 수영복도 벗어 버리고 온천욕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회에 규범이 있어 수영복을 벗지 못한다.

이러한 인위적인 규범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지금도 많은 원주민은 자연스럽게 어린아이처럼 스스럽없이 지낸다고 하던데...


태그:#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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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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