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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지나간 나와 다가올 나. 나를 찾아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리고 삶과 사랑. 2012 예술의 전당 'NEW YEAR's PROJECT'로 1월 4일과 5일 공연된 <4색 여정-Endless Voyage>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국내 최정상의 무용수 네 명의 특징 있는 색깔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전 문화부 장관인 김명곤이 연출과 대본을 맡아서 더욱 탄탄하고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 무대가 되었다. 국내 춤 잘추는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이 연출한 무대는 주역무용수 4인(4Motion)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를 구성하며 한국전통춤과 발레가 결합하고 독무와 군무가 골고루 선보였다.

 

무대는 10개의 돛과 뱃머리 모양의 배경으로 인생이라는 긴 종착역에서 6개의 간이역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이야기는 사랑의 기쁨과 설렘(황혜민,엄재용), 연인을 잃은 슬픔과 고독(김주원), 시련을 이겨낸 뒤 찾아오는 평온함(이정윤 등)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인 "Twilight_황혼"에서는 고요한 음악과 함께 여인들의 손짓과 몸짓이 무엇인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찾아 헤매는 것 같기도 하다. 거대한 돛을 배경으로 항해의 시작이다.

 


1장 "EMOTION_감정"에서 7개의 인간감정 - 희(기쁨), 노(분노), 애(슬픔), 락(즐거움), 애(사랑), 오(미움), 욕(욕망) - 을 상징하는 7Motion의 군무는 발레와 현대무용, 한국 전통춤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효과적인 무대를 있었다. 한국춤의 한과 기다림의 정서가 묻어나는 팔동작은 새해를 맞이하는 손짓인 듯 보이고, 역동적인 현대춤은 힘찬 새해의 고동을 알리는 듯하다. 마지막에 이들이 뱃머리를 타고 무대 뒤편으로 유유히 나가는 장면은 정말로 인생이라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2장 "LOVE_사랑"에서는 발레 특유의 클래식한 우아함을 볼 수 있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황혜민은 흰색 치마 의상과 그 가녀린 자태로 엄재용과의 듀오에서 깃털같은 가벼움을,  엄재용은 지난 유니버설 발레단의 <오네긴>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대비적으로 이번에는 여인을 잘 보듬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다.

 

3장 "Solitude_고독"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주원은 황혜민과는 대비적으로 긴 검정치마 의상으로 우수에 찬 고독한 여인상을 표현하는 독무를 보여주었다. 이윽고 이정윤이 등장하여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하여 더욱 애틋한 고독을 표현한다.

4장 "Serenity_평정,평온"은 다시 7Motion이 가면을 쓰고 등장하여 내 안의 또다른 나를 표현한다. 에필로그인 "Dawn_동이 틀 무렵"에서는 2장의 남녀와 3장의 여인, 항해사의 4Motion과 7Motion 모두가 1장에서 나갔던 뱃머리를 함께 타고 무대로 들어온다. 그들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통하여 또한번 성숙하였다. 치유받은 영혼은 생동감있고 순수하다.

 

음악의 힘 또한 커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무용과 음악 모두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다른 공연들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이들의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있었다. 피아노 5중주와 가야금, 해금의 한국악기,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섞인 퓨전의 구성으로 음악은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표현하는 무용의 동작을, 특히 한국 전통춤과 클래식한 발레가 합쳐진 안무를 잘 보좌해주고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공연으로는 다소 청승맞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항해'라는 관점으로 풀어내고 한국전통춤과 발레를 현대적으로 결합한 확장된 영역의 공연으로 볼 때 적합하였다. 2012년 새해를 다짐하며 인생의 긴 출발을 '춤'으로 또 한번 되새기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태그:#4색 여정, #ENDLESS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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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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