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제작팀 <사회적 자본> 책겉그림
 KBS 제작팀 <사회적 자본> 책겉그림
ⓒ 문예춘추사

관련사진보기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아 1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한나라당 이혜훈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그가 유죄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 인해 사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그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인지, 그렇다면 그걸 처음 퍼트린 사람은 가만 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이 안 간다는 뜻이다.  

내년 초에 개봉될 영화 <부러진 화살>도 그런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34세에 조교수가 1995년 대학 본고사 수학문제가 틀렸다는 것을 최초 지적했는데, 이후 사법부 판사에게 석궁을 쐈다는 죄목으로 4년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그것이다. 헌데 화살이나 옷이나 상처 같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탓에, 사법부를 공격한 데 따른 보복성 판결이라고 언론에서 비판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 교수는 대표저서 <트러스트>를 통해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사회의 신뢰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1970년에 한국에도 머물렀던 그는 당시 한국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다가 사회적 신뢰부족으로 더 이상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기억하는 한국은 같은 집단 내부의 결속과 사적 신뢰가 매우 견고한 사회였다."(139쪽)

이는 KBS 제작팀에서 소셜 디자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엮은 <사회적 자본>에 나오는 한국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외국의 석학이 보기에도 우리나라는 불신의 골이 깊은 사회다.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하여 공직자의 윤리문제, 그리고 양극화 문제가 소수 권력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도 공감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경제적인 불균형의 사회일수록 사회적 불신은 높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민주시민사회로 바뀌었는데도 갈등비용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지방자치사회로 전환했는데도 여러 제도들이 각종 요구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사자간의 합의나 조정과 같은 원만한 방법보다도 공권력이나 법적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OECD 27개국 가운데 24위라고 하니, 가히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 비용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사과와 책임'이 우선이라고 꼬집는다. 사회적 갈등이 일어났을 때 진실된 용서를 청하고 책임을 인정하면 굳이 법원에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예를 도미노피자 CEO 패트릭 도일의 사과문, 미시간 대학 병원의 '진실말하기 프로그램', '태안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사과문'에서 찾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커뮤니티 보드에 와서 분쟁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중재를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300명 정도의 훈련된 중재인들이 모든 분야에 걸쳐 중재를 한다. 중재인의 구성은 나이, 성별, 인종, 언어 등을 아우른다. 그 중에는 변호사, 사회활동가, 간호사, 교사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35년간 샌프란시스코의 4만8000명의 사람들이 커뮤니티 보드를 통해 자신들의 갈등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230쪽)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은 단순한 경제지표에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사법부의 맹신에도 있지 않다. 바로 사회적 자본, 곧 사회적 신뢰지수에 달려 있다. 유전무죄무전유죄로 사법부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당에, 어떻게 하는 게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해법을 찾기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법부의 불신까지도 기꺼이 넘어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회적 자본 - 1% vs 99% 누가 양극화를 만드는가

KBS 제작팀 지음, 문예춘추사(2011)


태그:#사회적 신뢰, #사회적 자본, #부러진 화살, #정봉주 의원, #진실말하기 프로그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