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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쑥새사냥

 

12월 13일 아침, 정원으로 나가자마자 20m쯤 전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하늘에서 새가 떨어졌다. 손에 들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서 보니 까치가 새 한 마리를 발로 움켜지고 부리로 쪼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사냥모습이 완전히 맹금류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새는 까치의 갈퀴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고 벗어났지만 2초 만에 다시 잡혔습니다. 부리로 털을 뽑고 두어 번 더 쪼았을 때 새는 더 이상의 발버둥을 멈추고 늘어졌다.

 

그때서야 저를 인식한 까치는 그 새를 물고 옆의 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모든 과정은 20초쯤 만에 일어난 일이다.

 

까치가 떠난 사냥현장을 보니 털이 빠져있었고, 가까운 곳의 나뭇가지에 희생당한 새의 배우자로 보이는 새한마리가 얼이 나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쑥새는 이제 막 해가 떠는 아침, 이렇듯 삽시간에 짝을 잃었다.

 

까치가 비행하는 새를 낚아챘는지, 아니면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사냥했는지는 목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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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까치의 지렁이 사냥

 

2010년 6월 14일의 사진을 함께 올린다. 비가 내린 뒤 갠 늦은 오후였다. 큰 지렁이 한 마리가 습한 땅을 나와 도로에 올랐다.

 

까치가 지렁이를 발견했다. 거침없이 다가간 까치는 부리로 지렁이 머리부위를 물었다. 죽은 듯 잠잠했던 지렁이는 거세게 저항했다. 놀란 까치는 지렁이를 놓쳤고 지렁이는 혼신으로 발버둥을 계속했다. 얼마나 저항이 거세었는지 서너 번 땅에서 10cm쯤 공중부양을 했다.

 

그렇지만 지렁이에게 까치의 부리는 작두 같은 무기였다. 단번에 머리 쪽 살 한 점이 까치 입으로 들어갔다. 발버둥은 계속됐고 까치는 지렁이의 한쪽 끝을 부리로 물고 나머지 한쪽 끝을 오른발로 눌렀다. 그렇게 지렁이의 반을 먹어치웠다. 지렁이는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나를 인식한 까치는 나머지 반을 남겨둔 채 길가의 가로등위로 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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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까치의 성정(性情)이 변해가는 걸까?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포스팅됩니다.


#까치#쑥새#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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