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일, 불국사를 뒤로하고 감포로 넘어가기 전에 경주민속공예촌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만들어진지 꽤 되는 곳인데도,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여행객이 없어 썰렁하더니, 지금도 여전히 썰렁합니다. 아니, 어쩌면 날씨가 쌀쌀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했으니까요.

이곳은 1986년, 신라 시대의 공예 기술을 보존하고 개발 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19명의 장인들이 각각 자신의 공방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그 과정도 직접 살펴보거나 체험할 수 있는 곳이죠. 불국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경주 민속공예촌
경주 민속공예촌 ⓒ 방상철

공방마다 펼쳐놓은 멋진 작품들은 여행객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공예품이 있으면 이곳에서 바로 살 수도 있지요.

저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신라요"라는 도자기 만드는 공방을 찾았습니다. 아! 그런데 밖에서 보니 문이 닫혀있어서,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여지더군요. 여름이라면 문을 활짝 열어두어, 슬쩍 안을 들여다보고, 상황 봐서 들어가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일단 부딪혀봐야죠. 조심스럽게 문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 그런데 누구든지 편하게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있더군요. 그래서 마음 놓고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아주 살며시 조심스럽게 말이죠. 그때 마침, 도자기를 만들고 계신 이곳의 장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신라요. 문 옆에 누구든지 편하게 들어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신라요. 문 옆에 누구든지 편하게 들어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 방상철

 그가 만들고 있던 도자기
그가 만들고 있던 도자기 ⓒ 방상철

"어서 들어오세요! 그리고 추우니까 문 닫고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저희 일행은 얼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 "신라요"의 장인은 우리나라 최초로 도자기공예 명장으로 선정된 '유효웅 명장'입니다. 그는 만들고 있던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새로운 흙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일행에게 처음부터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시려는 것이지요.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선 물레에 동그란 흙을 올립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가래떡 같은 흙을 둘둘 말아 위로 쌓습니다. 그 다음엔 가죽에 물을 묻혀서 우둘투둘한 부분을 반질반질하게 만들면서, 위로 쑥 쑥 올립니다.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유효웅 명장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유효웅 명장 ⓒ 방상철

 점점 형태를 잡아갑니다.
점점 형태를 잡아갑니다. ⓒ 방상철

 저희 일행은 바로 앞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저희 일행은 바로 앞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 방상철

저도 사실, 도자기 제작과정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겠죠. 그런데, 유효웅 명장은 다 만들어 놓은 도자기 윗부분을 찌그러트립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직접 흙을 만져보라고 앞으로 내주시더군요. 저도 만져봤는데, 그 감촉이 너무 부드러웠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얇았고요.

 흙의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흙의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 방상철

도자기 하나를 뚝딱 만든 명장은 저희를 가마터로 안내해 줬습니다. 그는 직접 가마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시더라고요. 예전에 저희 가족만 이곳에 왔을 때, 저 가마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지나가는 길에 문이 열려있어서 가마를 보았기 때문에 들어와서 가마만 딱 보고 갔었죠. 이렇게 도자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말이죠.

 명장이 만든 작품은 이곳에서 직접 굽는 답니다.
명장이 만든 작품은 이곳에서 직접 굽는 답니다. ⓒ 방상철

이제 그가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전시장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직접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셨죠. 그리고 저희가 편하게 작품을 볼 수 있게 작업실로 내려가셨습니다. 저희는 천천히 도자기들을 살펴보았죠. 정말 종류도 많습니다.

 이 도자기는 여자용, 남자용 소변기랍니다.
이 도자기는 여자용, 남자용 소변기랍니다. ⓒ 방상철

 오른쪽에 있는 도자기는 같은 가마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그런데, 색이 다 다릅니다.
오른쪽에 있는 도자기는 같은 가마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그런데, 색이 다 다릅니다. ⓒ 방상철

그런데, 도자기 색이 언뜻 보면 다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도 색이 다 다릅니다. 도자기가 놓인 위치가 달라서 그렇답니다. 불 가까이에 있는 것과 좀 멀리 있는 것의 차이라더군요.

그렇게 도자기를 구경하고 저희는 신라요를 나섰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네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경주#경주민속공예촌#유효웅 명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