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2012년 1월 1일자로 발효된다던 한미FTA의 발효가 연기되었다. 어제(12일) 외교통상부의 설명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목표일이 내년 1월 1일이었지만 미국 쪽에서 국내법의 번역과 법률검토 작업, 연말연시 휴일 등으로 발효 목표일을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러나 발효시기가 그렇게 늦어지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도 약간의 지연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서 일각의 추측에 의하면 이르면 1월 중하순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국내에서의 한미 FTA 이행법률의 하위법령 정비작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 측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발효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미국 측 속사정에 가장 정통한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보도에 의하면 미국 측은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한미FTA 발효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정부 측이 내년 1월 1일자 발효에 안달복달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 보도에 따르면 저런 구질구질한 이유가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즉 야당과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집권 한나라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인터넷화법으로 표현하면 이쯤 되지 않을까 싶다. "외통부, 증말 가지가지 한다."

"외통부, 증말 가지가지 한다."


지난 11월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이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이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저 말 많은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률 제101조(b)는 이렇게 되어 있다. "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되는 협정의 해당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판단되는 때에, 대통령은 협정이 2012.1.1. 이후로 미합중국에 관하여 시행된다는 점을 규정한 서면(Note)을 대한민국 정부와 교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그런데 외교부가 든 미국 측의 이유를 보자. "(한국) 국내법의 번역과 법률검토 작업, 연말 연시 휴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미국공무원들 좀 보라, 저 이행법률 제101조(b)에 의거 양국 간의 이 초대형 조약을 발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철두철미 검토하고, 한국 측이 미국의 국익에 반드시 필요한 법개정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지 않는가.

지금 그들이 보기엔 여전히 대한민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되는 협정의 해당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취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한국정부가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쪽은 과연 미국의 국내 절차가 제대로 완료되었는지 누가, 언제, 어떻게 점검해 보았나. 미국측은 저렇게 철저하게 우리의 발효절차를 따지고 할 동안, 우리 외통부는 과연 어떤 점검을 했던가.

미국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점검하는데, 한국은 제대로 점검하고 있나

미국이 자신들의 법률을 제대로 개정했는지 점검을 했다면 그 근거자료를 공개해 보라. 지난 11월 말 야당의원들은 공동으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적어도 이들이 파악하기에, 미국은 협정 준수를 위해 최소한 3개 법률 4개 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고발장에 기록했다.

다시 물어 보자. 왜 미국은 한국의 국내절차 완료여부를 자신의 국내법률에 기초해서 철저하게 점검하는데 반해, 미국의 국내절차 완료 여부는 점검하지 않고 있는가. 미국이니까 우리가 점검하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할 까 싶어서 인가.

그리고 번역 말이 나왔으니, 다시 보자. 한미FTA 2007년본과 2011년본을 시민검증단이 상호 대조해보니 차이가 나는 곳이 2,600개, 그 중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500개이상이 나왔다. 누차 말하지만 한미FTA협정문은 미국에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법률이다. 법률자체가 틀렸다면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재판을 하고, 또 이익을 다툴 수 있을까.

한글 협정문 자체도 정본이다. 말하자면 정본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 아닌가. 심지어 2007년본과 2011년본이 어떻게 다른지 '정오표'를 보자는 요구조차 외통부는 한사코 거부하다 급기야 소송까지 해야 했다. 저들 미국 공무원들처럼 처음부터 미리 날짜를 못박지 않고, 곧 국익을 위해 번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무엇을 배울건가. '외통부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아니 살아야만 하는 우리 국민들 생각도 제발 좀 해주기를 바란다. 

외통부의 무능과 태만, 그리고 '꼼수'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4당 및 범국본 촛불문화제·합동연설회'에 참가한 시민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한반도 지도로 장식한 'FTA','ISD' 와인잔을 들고 축배를 즐기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4당 및 범국본 촛불문화제·합동연설회'에 참가한 시민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한반도 지도로 장식한 'FTA','ISD' 와인잔을 들고 축배를 즐기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런 무능과 태만보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저 꼼수다. 진짜 할 일은 하지 않고 집권당 눈치를 보다 혹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해서 국익은 간데 없고 그저 정치일정 때문에 미국에 빨리 하자고 애걸복걸한 셈이다.

그러다가 퇴짜 먹었으니 아프긴 아플 게다. 하지만 그렇다. 발효가 4월 총선에 다가갈수록 한미FTA의 총선 쟁점화는 피하기 어렵다. 아니 총선 쟁점화 해야 한다. 그래서 원내 다수당의 입장에서 한미FTA폐기를 위한 국내입법을 준비해야 한다.

날치기 통과된 법안은 즉각 원상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폐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독소조항을 전면 개정하기 위한 재협상을 행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아무튼 발효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외통부의 저 정치적 속셈을 모를 리 없건만, 자국의 국익이 더 중요한 까닭에 미국은 한국의 국내절차 완료 여부를 더 철저히 점검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제 저 역사적 총선을 향해 기차가 출발한다. 한미FTA 폐기 투쟁도 함께 간다.

덧붙이는 글 | 이해영 기자는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입니다.



태그:#한미FTA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