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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들어서면서 한강에는 겨울 철새가 돌아오고 있다. 서울의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에도 청둥오리, 비오리, 왜가리 등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2005년 2월부터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행위, 포획행위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철새보호구역을 알리는 안내 입간판의 내용일 뿐, 실제로는 각종 공사가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중랑천하류철새보호구역'은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까지, 3279m 구간에 걸쳐 있다. 이곳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중랑천 유람선 운행 공약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수년째 이어지는 공사는 철새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강바닥 파내기

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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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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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점. 겨울이 되면 해마다 강바닥 파내기 작업이 봄까지 이어진다. 사업의 불가피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겨울 철새가 모여드는 시기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굴착기 굉음과 토사를 싣고 있는 육중한 배가 움직일 때마다 새들은 놀라 도망가듯 달아난다.

다리통만한 죽은 물고기가 즐비한 용비교 개설공사 현장

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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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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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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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로 예정된 용비교-행단중간 도로 개설공사. 오탁방지막 펜스는 물 위에 뜨거나 묶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펜스 위에서 쉬고 있는 철새, 공사 현장 아래서 죽어 널브러진 물고기를 보면서 대형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곳을 철새보호구역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입간판 세워 놓은 응봉교 확장공사 현장

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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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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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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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부터 시작된 응봉교 확장공사. 4년 가까이 진행된 공사 현장은 철새보호구역이라는 입간판을 세워놓고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쪽에서는 크레인과 굴착기 등을 동원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펜스 밑에는 여러 종류의 겨울 철새가 몰려 있다. 철새보호구역을 알려는 입간판. '대화는 소곤소곤 걸음걸이는 살금살금'하라고 유의사항을 적어 놓고 있다. 사람들 걸음걸이조차 살금살금하라는 철새보호구역. 그럼 대형공사 굴착기 소음은 어떡하나?

서울시 철새보호 담당부서에 물었더니 "공사시행 부서와 환경 관리부서가 다르고, 철새보호구역은 서울시 조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환경영향평가는 어떻게 되었냐고 다시 물으니 지금 시행되고 있는 공사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인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각종 공사와 철새보호 대책이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보다 근본적이고 긴밀한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버려진 양심... 이래도 되나

한강르네상스(8월 22일 좔영)
▲ 한강 한강르네상스(8월 22일 좔영)
ⓒ 안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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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르네상스(8월 22일 촬영)
▲ 한강 한강르네상스(8월 22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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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구역
▲ 한강 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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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강 자전거 도로가 큰물로 잠기자 세빛둥둥섬 맞은편 대리석으로 만든 하수도 맨홀 뚜껑(보통은 주철로 된 맨홀 뚜껑을 쓰는데 여기는 대리석 맨홀 뚜껑을 썼다) 대부분이 깨졌다.

몇 주째 방치되더니, 어느새 5km 정도 떨어진 옥수역 아래 철새보호구역 내 풀밭에 버려졌다. 남들이 볼까 걱정이 되었는지 흙과 베어낸 풀로 대충 덮어 놓았다. 예산 낭비에다 폐기물 불법 매립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랑천 철새보호구역 3.3km를 둘러보면 '철새보호'란 말이 무색해진다. 이 구간은 왕십리-선릉간 전철공사가 수년째 이어지다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중인 공사만 3.3km 안에서 3곳. 허울뿐인 철새보호구역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태그:#철새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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