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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책 <대통령의 자격> 출간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책 <대통령의 자격> 출간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에게 모두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기대에 어긋나는 정치를 했고, 결국 심판 받고 정권을 잃었다. 그런데 약간의 개량적 변화를 갖고 또 다시 나라를 맡겠다고 나선다? 그건 국민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태도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새 책 <대통령의 자격>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년간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와 정당 등에서 활동하며 터득한 통치의 지혜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한 이 책은 11월말 출간 예정이다.

그는 21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과 대통령직을 '통치경륜(statecraft)' 측면에서 다룬 자신의 저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대한민국 역대 최고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들이 발휘했던 통치경륜을 집중 조명했다"며 "특히 이 시대가 요청하는 통치경륜은 무엇인가, 2012년에 실시될 총선과 대선에서 요청되는 국민적 선택의 기준을 중심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자격을 도덕성이나 청렴함 같은 도덕적 측면이 아니라 리더십, 자질, 역량, 식견 등 능력적 요소로 분석했으며,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필요한 능력보다는 선출 이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능력에 역점을 두고 정리했다.

이 책의 출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윤여준 전 장관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제3의 대안세력 등장에 무게를 실었다. 기존 정치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 대중의 흐름을 분석할 때 제3의 대안세력은 과거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점쳤다. 예전에는 강고한 지역주의에 기반의 YS와 DJ가 있었기 때문에 제3의 대안세력이 들어설 공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시대라고 분석했다.

윤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제3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마당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문제는 마당을 채울 수 있는 세력이나 세력의 구심이 될 만한 인물이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일갈했다.

2007년 문국현은 왜 실패했나

2007년 대선 때 등장했던 문국현세력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는 "문국현 사장이 출마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제3세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차이가 많다"며 "문국현 실패의 원인은 가치지향적이라는 것만으로 대중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국현 사장도 CEO로서 훌륭한 일을 많이 했고 이미지도 좋았으며 지향하는 가치도 좋았지만 결국 대중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웠다"며 "지금 대중이 안철수 교수에 대해 기대하는 것도 그런 점"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된 제3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제3세력은 기성정당보다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며 "그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세계사적 전환기에 비유했다. 그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은 세계사적으로도 엄청난 전환기"라며 "지금 학자들이 2013년 체제를 얘기하는 것도 그 맥락"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 2013년 체제를 말하는 것은 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13년부터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국민들이 보기에 기존의 정치세력은 이 전환기를 이끌 수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엄청난 전환기의 시점에 윤 전 장관은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는 사람들에게다.

첫째 국민들에게는, 투표할 때 사적 인연에 따라 주권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었다. 그는 "주권자이기 때문에 투표결과에 따른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며 "주권자로서 국가지도자를 선택할 때 동향이나 연고 같은 것에 의존해 투표한다면 나중에 대통령이 사적 연고로 인사하고 공공성을 파괴하는 걸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둘째 대통령이 되려면 야망만 키우지 말고 자질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는 데까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정작 취임한 뒤에는 차차 국정을 파악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꾸짖었다.

그는 "정치 공학적으로 봐도 취임 첫해가 제일 중요하다"며 "취임 첫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의 향방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해에는 무조건 국민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해야 하며, 그것을 집행하고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식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1년만 하면 다 바꿀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윤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도 제대로 된 의제 하나 없이 오로지 747과 대운하로 4년을 보냈다"며 "임기 내내 상황에 끌려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머지는 보나 마나라고 생각했다"고 이명박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출범 초기에 비판받은 것은 공적 기준을 무시한 인사를 했기 때문"이라며 "그것부터 완전히 민심이 돌아섰고 그것은 이명박정부 스스로 공공성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통치 기간에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권력의 사유의식 때문"이라며 "친인척 비리로 몸살을 앓는 것도 다 권력의 사유의식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제3세력이든 뭐든 정당 없이 움직이는 것은 무모"

또한 한국 근대정치사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정당과 인연을 끊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당선된 뒤로 정당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하는데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며 이 소통은 정당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새로 출범할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좋은 팀이 1년간 열심히 일하면 맨파워를 키워 좋은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3세력이든 뭐든 정당 없이 움직이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며 그냥 시민단체를 뜻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윤 전 장관은 "지난 봄 청춘콘서트를 진행할 때 현장에 온 젊은 사람들을 보니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있었다"며 "20~30대 유권자가 40%가 넘기 때문에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기성정당과 기성정치권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면 제대로 된 의회정치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덧붙여 그는 "제3세력을 형성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2월초에는 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천 등을 준비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관련된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했지만, 기자들과의 질의응답과정에서는 뭉뚱그려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총선에 도전해야 한다"며 "총선 출마 뒤 정치권에 세력 기반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안철수 원장의 기부와 관련해서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지만 호의로 받아줬으면 좋겠다"며 "15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겠다고 했으면 그것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여준#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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