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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유대문화론〉
책겉그림 〈유대문화론〉 ⓒ 아모르문디
우치다 타츠루 교수의 <유대문화론>(아모르문디)은 유대인들에 관한 개인적인 연구서다. 그는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때를 기점으로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서양의 지식을 얻고자 했고, 또한 서양에 뒤치지 않는 일본만의 숭고한 가치를 찾고자 원했다.

그때 파고들었던 게 프랑스의 현대철학이요, 그때 몰입하게 된 철학자가 유대적 사고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레비나스'였다. 이 책의 색깔은 레비나스의 사고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의 개인적인 유대 관심분야에 한정돼 있다.

그는 유대인은 이제 국민명도, 인종도, 유대교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에서도 세파르딤(Sephardim)계는 '라디노'(Ladino)로, 아슈케나짐(Askhenazim)계는 '이디시(Yiddish)로 나뉘 어 있다. 이스라엘에서 이슬람교도가 이미 20%를 넘어섰고, 유대인이라고 할 만한 생물학적 특징도 없을 뿐더러, 근대시민혁명 이후 수많은 유대인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사르트스의 말을 빌려, 유대인이란 구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반유대주의자가 환상적으로 표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대인을 창조한 이들은 기독교라는 뜻이다. 기독교는 모든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유대인이라는 표상을 갖다 붙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노벨상이나 세계의 정재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연구하여 하나의 표본 집단으로 도출해 낸 것으로 대변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개인적인 견해이니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일본 내에 퍼졌던 '일유동조론'이 훗날 '유대인의 세계지배 음모론'으로 진화했다는 견해는 정말로 의미심장한 견해다. 나카다 쥬지(中田重治), 사에키 오시로, 오야베젠 이치로 등에 의해 일유동조론이 태동되었는데, 그것은 유럽을 딛고 올라서려는 황국사관에 기인한 것이요, 점차 그것은 일본군이 러시아 혁명의 간섭 전쟁인 시베리아 반혁명세력에 지원하면서부터 반유대주의감정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단순한 반감만 있었던 게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욕망'도 배가되어 분출되었다고 평가한다.

바로 그 시점에 일본군 사이에서 떠돌아 다녔던 게,  이른바 '소비에트 정부는 유대인의 괴로 정권이다'는 팸플릿이고, 그때 비로소<시온의정서>도 남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1940년대 체결된 독일과 이탈리아와 일본의 3국 동맹이 일본 내에 친나치 세력이라는 거대 흐름이 촉발되었고, 이때 나치즘적 반유대주의도 들풀처럼 번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 시대를 같이 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된 A급 전범들도 반유대주의자들의 세력 확장과 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한편 <시온의정서>의 음모사관은 대만병합, 조선병합, 시베리아 침략과 같은 일본의 본격적인 제국주의적 해외진출이라는 정치적 문맥 속에서 등장했다."(96쪽)

우치다 타츠루 교수의<유대문화론>속에 등장하는 유대식 사고나 유대주의는 그야말로 반유대인들이 만들어낸 '반감의 정서'속에서 혹은 '상황적 존재'속에서 등장하게 된 이야기다. 그의 견해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으로서 일반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도 공감하고 있는 성서의 출애굽 상황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의 문제는, 그리고 지난 2천년 동안 흐르고 있는 유대인들의 역사는,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그가 쓴 책을 통해 우리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보다는 좀더 포괄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른바 '세계단일화 정부'라는 유대인의 음모론에 대한 생각이 그것이다. 유대 음모론자들은<시온의정서>에 기초한 '일루미나티(Illuminati)'나 '프리메이슨(Freemason)과 같은 세계경제통합이나 신세계질서의 구축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편견일 뿐이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유대인들조차도 언어가 분리돼 있고, 유대교 자체도 수 없이 많은 분파로 형성하고 있고, 2천년에 이르는 유대인들의 수난 역사에 대해 획일적인 설명이 불가능하고, 유대 음모론을 다루고 있는 책들도 대부분 러시아 혁명과 프랑스 혁명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대 음모론은 반유대주의자들이 만들어 낸 '상황적 존재와 정서'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대두된 유대 음모론도 실은 일본에서 발행된 책들을 모두 베껴낸 것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시각이라면 모두가 <시온의정서>에 기초한 유대인들의 '세계단일정부'를 꿈꾸는 일로 보게 될 것이다.

한미FTA의 배후에도 유대인들의 음흉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대 금융자본가들만 바라는 일이겠는가? 여기저기 로비활동에 춤추고 있는 우리의 정치인들도 꿈꾸는 일이지 않겠는가? 이 책은 그만큼, 유대인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시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종합적인 판단을 유도하는 좋은 책임에 틀림 없다.


유대문화론 - 사가판 私家版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인순 옮김, 아모르문디(2011)


#유대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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