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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가을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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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비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며칠간 오락가락 계속해서 내리니 말입니다. 그러잖아도 가을을 타는 남자라 맘도 뒤숭숭한데, 몹쓸 가을비는 한방 맞은데 또 때리는 격이네요.

10일, 수능시험이 있는 날이죠. 회사에 다니는 아들은 수능시험을 칠 필요도 없고, 저와도 역시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수능시험 때문에 한 시간 늦게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 되겠군요. 최선을 다해 시험을 잘 보라고 말입니다.

덕분에 좀 여유롭게 출근했습니다. 평소 다니는 길이지만,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물든 단풍잎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맘이 여유롭지 못해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이참에 카메라를 들고 길거리에서 폼(?) 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나가는 동년배의 한 남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가을1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가을1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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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2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가을2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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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찍고 있습니까?"
"예. 가을을 찍고 있습니다."
"가을요. 아마추어 사진작가신가요?"
"예. 아마추어 사진작갑니다.(웃으며 장난스레 받아주며)"

학교나 학원에서 정식으로 사진학에 대해서 공부를 한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 활동을 한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이론공부도 많이 했고 사진학에 대해서도 스스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지나가는 남자가 하는 말이 귓가를 맴돌며 맘이 조금 불편해 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페셔널이라고 했으면, 기분이 한층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마도, 제가 가진 카메라가 볼품없는 소형카메라이기에 아마추어 작가라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네요.

가을3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가을3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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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팔순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십니다.

"사진기 그거 엔간히 가지고 댕기라."
"아니, 왜 그러신다요?"
"필림인지 지랄인지 그거 산다고 돈도 많이 들고 헌데, 씰데 없이 돈만 쓰고 댕긴게 그러체."
"..."

더 이상 대답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설명한다고 이해할 턱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로 필름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요.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가을4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가을4 수능시험날 출근길에서 만난 가을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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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훨씬 넘게 사진을 찍어댔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직 어머니 얼굴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찍어 드린 일이 없네요. 이번 주말을 맞아 어머니께 곱게 단장하시라 하고, 사진 한 장 찍어드려야겠습니다. 효도가 뭐 별것 있습니까?

사진관에서 정색을 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찍은 사진은 싫습니다. 사진이 살아 있지 않으니까요. 제가 찍은 사진은 그 속에 어머니의 삶에 대한 평생의 한과 자식사랑에 대한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사진을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나올지 상상이 가지 않으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뉴스앤거제 그리고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가을#수능시험#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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