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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안건을 말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안건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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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더욱이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대박' 발언에 대해 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집중 성토가 쏟아졌다.

박 장관은 전날인 9일, 10월 취업자 수가 2467만3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50만1000명이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9년 만에 2% 대인 2.9%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발표에 대해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 나게 표현하자면 '고용 대박'"이라며 "경제활동참가율이 늘고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고용 통계를 둘러싼 실업률 사각지대의 논란도 깨끗이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취업자 증가폭이 5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58만6000명) 이후 17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04년 9월(50만8000명) 이후 첫 50만명대 증가라는 게 정부측 시각이다.

박재완 "고용대박" 발언에 유승민 "아직 정신 못 차렸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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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업 통계지표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통계청 발표만 놓고 봐도, 늘어난 일자리중 30만개가 50대, 19만 2000개가 60대인 반면 20대 일자리는 전혀 늘지 않았고 30대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또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이 36시간 미만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박 장관의 발언을 보고 이 정부 각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고, 이런 인식 밖에 없다면 당의 앞길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고용률이 6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청년실업자들과 비정규직들이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기재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얼마나 분노하고 실망하겠느냐"고 맹비판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어 "발언 한 마디로 민심이 얼마나 싸늘하게 등을 돌릴지, 아무 생각조차 없는 이런 발언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한은은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다"는 발언과 전력대란에 대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대처, 저축은행 사태 때 금감원장 등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각료들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계속해서 민심을 이반 시키는 발언들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질타는 개각 요구로 이어졌다. 그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3개월을 끌고 갈 개각을 요구해야 한다"며 홍준표 당 대표에게 "우리 진심을 전달하는 개각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받아들일수 있도록 대표가 이런 뜻을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홍 대표는 귓속말로 유 최고위원에게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주일에 1시간 일해도 취업자"..."민심과 동떨어져"

바통을 이어받은 원희룡 최고위원도 "노동부 장관을 지낸 분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다른 OECD 국가들은 통계수집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취업애로계층을 조사하면 20% 가까운 실업률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통계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통계청과 기획재정부 사이에 알력까지 있다"며 "이런 것을 모르지 않을 장관이 국민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나라는 1주일에 1시간만 일하면 취업자로 잡는데 장관은 이런 현실과 괴리된 통계를 바로잡고 정책 당국자들이 정확한 현실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장수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통계는 진실만 빼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한 뒤 "얼마나 고용이 늘었는지 모르지만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이라며 "체감 지수로 하면 고용대박이 아니라 실업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표가 장관에게 신중하라고 충언을 해달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를 "충언이 아니라 야단을 치겠다"고 받았다.

한나라당에서는 박 장관의 발언을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속 원천차단' 법안발의와 함께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도 확인된 민심이반을 부채질하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의원은 사석에서 "미친 x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태그:#박재완,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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