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의 쇄신 방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 오히려 쇄신파가 수세에 몰렸다. 당내 일각에서 사퇴 요구를 받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힘을 실어주자"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뤘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 이후 당의 변화를 모색하는 의원총회가 아니라 대통령과 지도부를 옹위하는 '방탄 의원총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쇄신파 수세 몰린 의원총회... "쇄신 요구 절차가 문제"

 

한나라당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쇄신 방법론에 대한 차이가 불거졌고 쇄신파 25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쇄신파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은 쇄신 요구의 절차를 문제 삼았다. 대통령에 대한 공개 사과 요구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발언에 나선 다수 의원들은 "비판 거리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먼저 당 지도부에 면담을 요청해 전달하고 그래도 변화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공개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당 의원들과 국민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연판장을 돌리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는데 공개 사과는 레임덕을 자초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사과하겠느냐"며 "쇄신 요구가 방법적으로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지금 필요한 건 소통의 장"이라며 "한나라당 의원 전원과 대통령이 참여하는 비공개 끝장토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은 "18대 국회 들어 왜 4번의 쇄신이 실패했느냐, 쇄신파가 대통령 사랑하기에 직언한다고 하지만 감동이 없다"며 "당 소속 의원 168명 전원에게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놓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느냐"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또 "반드시 대통령 사과를 관철하겠다고 협박하는 문제제기 방식에도 감동이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정책인 '747'을 폐기하라는 것은 결별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쇄신파에 감동 없어"-"대통령 사과하도록 할 것"

 

나성린 의원은 "747 공약은 2007년 말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이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명박 바람에 당선됐는데 이제와서 폐기하고 사과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선 의원도 "쇄신파의 주장에 대해 일부 내용은 동의하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나 인적 쇄신 주장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주장이 더 많았다고 한다. 정미경 의원은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당이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의 재반박이 이어졌지만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에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쇄신파 의원들의 당직 사퇴도 이어졌다.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은 "홍 대표에는 퇴진이 아니라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는 요청을 했고 대통령에 대해서는 (변화의) 빗장과 물꼬를 터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언론에 유출되면서 절차가 잘 지켜지지 못했다"며 "절차상 미숙함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책위 부의장 자리를 내놓고 좀 더 치열하게 논쟁하고 싶고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싶다"며 당직 사퇴 뜻을 밝혔다.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도 정책위 부의장직을 사퇴했다. 정 의원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다, 사과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제 한나라당이 달라져야 한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FTA도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처리가 가능하다"며 "물리력 동원에 동참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성범 의원은 "쇄신파의 쇄신 노력에 자기 반성도 포함돼 있다"며 "방법론에서 미숙한 것은 인정하지만 25인의 충정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소장직을 내놨다. 그는 "교육, 세금, 주택에 대해 여의도연구소가 제안한 내용을 정책위에서 검토 중"이라며 "정책 쇄신에 노력하자"고 말했다.

 

"쇄신파가 당했다"... 당직 버린 쇄신파 "제대로 부딪쳐 봐야겠다"

 

의원총회가 끝난 후 당내에서는 "'대통령 친위대'에  쇄신파가 당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쇄신파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김성식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늘 의원총회 분위기를 보고 변화에 둔감한 한나라당의 관성에 대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제대로 부딪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당직을 내놨다"고 결의를 다졌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대통령의 답도 그렇고 의원총회에서도 집중포화가 나오는데 앞으로는 쇄신하자는 말도 못하겠다"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한미FTA 처리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표출됐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고흥길 의원은 황우여 원내대표를 겨냥해 "한미FTA를 처리하지 못할 바에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고 역시 정책위의장을 지낸 심재철 의원도 "국민이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열심히 일하라는 뜻인데 그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통위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중소상공인과 농축수산 피해 대책 마련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이제는 한미FTA를 처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범규 의원도 "한나라당이 야당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은 안된다는 국민들의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야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자"(강석천 의원)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침묵하지 말고 답을 달라는 뜻에서 당직사퇴한다"

여의도연구소장직 내놓은 정두언 의원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한 '쇄신서한' 서명자 25명 의원 중 한명인 정두언 의원은 이 대통령이 쇄신파의 사과요구에 대해 "침묵이 답"이라고 밝힌 데 대해 " 침묵하지 말고 대답해달라는 뜻에서 여의도연구소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쇄신파의 리더 중 한명인 그는 이날 의총을 마치고 나오면서 "김성식 의원(정책위 부의장), 정태근 의원(정책위 부의장)도 당직을 사퇴했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의총에서 '쇄신파'에 대한 비판이 나온 데 대해 "답답하다"면서 "사태인식이 안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 무슨 발언을 했나.

"정책쇄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고, 버핏세 도입에 대한 지원요청을 했다. 대통령께 사과를 요청한 것은 남탓을 하자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여권전체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오늘 김성식 의원(정책위 부의장), 정태근 의원(정책위 부의장) 그리고 나도 여의도연구소 소장직을 사퇴했다. 쇄신에 관한 대통령과 지도부의 신속한 답변을 촉구하는 뜻에서다."

 

-대통령이 쇄신파 사과요구에 대해 '침묵이 답이다'라고 했는데.

"그래서 침묵하지 말고 대답해달라는 뜻에서 사퇴한 것이다."

 

-침묵이 아니라 묵살 아닌가.

"어느 기사 보니까 청와대에서 묵살이 아니라고 했던데…"

 

-사과 요구 응답에 대한 데드라인이 있나.

"그게 참…한미FTA가 걸려 있어서"

 

-의총 중에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쇄신파에 대한 비판이 꽤 나왔는데.

"답답하다. 사태인식이 안이하다."

 

-(영포라인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이 서울청장으로 내정됐는데, 의총에서 이에 대한 얘기도 나왔나.

"그런가? 그런 얘기는 없었다."


태그:#한나라당, #쇄신파, #김성식, #정태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