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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통해 대안적인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는 '1천 개의 직업(희망제작소 주관)'은 2010년 9월 11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기보다는 대기업과 공기업, 고시 합격만을 성공으로 삼는 사회를 향한 대안 제시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시작해 전북 완주군, 경기도 성남시를 거쳐 전주 전북대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고 '1천 개의 직업' 행사에 대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더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온·오프라인상의 수많은 반응들을 보며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1천 개의 직업'이 단순한 강연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강연에서 소개된 직업 가운데 몇 개를 선정해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대경중학교 학생 5명과 함께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예린공방을 방문해 친환경 목수 체험을 했습니다.

 

예린공방은 몸에 좋지 않은 중질섬유판(MDF) 대신 원목과 친환경 도장 마감재를 사용해 나사못을 쓰지 않는 짜맞춤 가구 등 정교하고 튼튼한 수제 가구를 만드는 곳입니다.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나무로 좋은 가구를 만드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예린공방의 우상연 선생님이 체험에 함께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30분 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 우상연 선생님은 "건강도 지키면서 내 손으로 시간과 땀을 들여 만든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목수라는 직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앞으로 친환경과 아날로그가 강조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우상연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학생들은 도면을 따라 연귀자를 사용해 표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옷을 재단하기에 앞서 치수를 재듯 말입니다. "가구를 제작할 때는 1mm의 오차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선을 여러 차례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 단순하게 선만 그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표정에 진지함이 엿보였습니다.

 

마킹작업이 끝나고, 톱질이 이어졌습니다. 땀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톱질을 하는 사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낮 12시. 점심은 근처에 있는 '문턱없는 밥집'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문턱없는 밥집'은 유기농 음식, 빈 그릇 운동, 정해지지 않은 가격이라는 몇 가지 획기적인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달리 지역경제과 건강, 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식당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곳을 식사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채식 위주의 식사와 그릇을 깨끗이 비워야하는 불편함에도 다행히 학생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깨끗이 그릇을 비웠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흐뭇하게 웃으시며 칭찬도 해주셨고요.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으로 배를 채운 덕분인지 다시 돌아온 작업장에서 남은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했습니다. 톱질을 마치고, 액자를 조립할 수 있도록 홈과 촉에 본드를 칠해 클램프로 고정을 시키는 작업까지…. 모두들 집중해 작업한 결과,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됐던 친환경 목수 체험은 오후 6시 무렵 끝이 났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두를 뿌듯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학생들. 자신이 만든 작품이 망가질까봐 조심스럽게 들고 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앞으로는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체험을 통해 '대안적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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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직업진로체험, #소기업발전소, #친환경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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