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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 지 며칠 되지 않은 지금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불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11일부터 열린 한불영화제(Festival Franco-Coréen du film)는 18일에 막을 내린다.

벌써 6회째 열리는 한불영화제를 알게 된 것은 프랑스 친구를 통해서였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파리지앵인 그 친구는 지금 한불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며 공식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었다(www.ffcf-cinema.com). 10일 동안 평균 하루에 여덟 작품씩 두 개의 상영관에서 상영한다. 나는 한국에서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을 보러 갔다.

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파리 6구에 위치한 생텅드헤데자르 영화관(Le cinema saint-andre des arts)이었다. 4호선 생미셸(Saint-Michel) 역이나 오데옹(Odéon) 역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 아주 찾기가 편했다.

극장 앞에 가니 파란색 후드를 입은 프랑스 자원봉사자가 먼저 프로그램 안내 책자를 건넨다. 매표소에서 미리 영화표를 끊으려고 하니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끊어도 된다며 나를 다시 돌려보낸다. 표 값은 한 사람당 8유로이고, 20살 이하는 5유로이다. 여러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위한 '패스(pass)'는 35유로이다. 역시나 한국에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왔던 라파엘이라는 친구는 벌써 3편이나 보고 이제 4번째 보려고 한다며 자기가 본 영화들의 감상평을 한국말로 얘기해준다.


영화 시간이 다 되어서 극장 앞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이번 한불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프랑스 친구 아미라이다. 아미라는 작년 한 해 동안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1년 과정을 밟고 이번 여름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지금은 파리7대학(l'Université Paris Diderot 7)에서 한국어 석사 2년 과정을 밟고 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오후 4시에 와서 저녁 12시까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 안내 책자를 나눠주고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이면 벌써 영화제가 끝난다며 벌써부터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제 기간 내내 많이 바빴냐고 물어보니, 개막식을 하는 첫날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매진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반가운 얼굴은 아미라와 함께 파리7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던 기욤이다. 기욤은 안내가 아니라 영화제 관련 사람들을 챙겨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아미라와 기욤은 내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하니, 자기는 홍상수 감독 옆에서 밥까지 먹었다며 자랑을 한다.

축제기간동안 자원봉사를 하는 아미라
 축제기간동안 자원봉사를 하는 아미라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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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써니>의 강형철 감독과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되었고 <카페 느와르>와 <조금만 더 가까이>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씨와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 동안 상영되는 영화들은 2011년이나 2010년에 개봉된 최신작들이 주를 이루지만 1968년에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내시>와 1986년에 개봉한 이두용 감독의 <내시> 또한 볼 수 있다. 극영화뿐만 아니라 2007년에 개봉한 문정현 감독의 다큐멘터리인 <할매꽃>까지 볼 수 있어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축제'이다.


파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기욤은 영화제 기간 내내 극장 주위에 있는 호텔에서 지내면서 운전도 하고, 한국 사람들도 챙겼다고 한다. 이번 영화제 봉사활동을 끝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가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으니 나에게 대뜸 한국말로 "너 행자가 뭔 줄 알아?" 하고 물어본다. 자기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1년이나 2년 절에서 불도를 닦는 행자로 지내고 싶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여름에 막 한국에서 돌아온 기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는 걸 보니 한국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한국어 전공과가 있는 파리 7대학 한국어 전공하는 사람들이 한 200명쯤 된다고 한다.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들을 보니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듯하다.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사이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났다. 프랑스 영화관에서는 자리가 지정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관에 들어오는 순으로 자리를 앉을 수 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걸 보니 제 작년에 리옹에서 <아바타>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당연히 영화표를 끊을 때 자리가 지정되어 있는 줄 알고, 일찍 표를 끊고 안심한 뒤 친구들과 놀다가 영화관에 들어가니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차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구석에 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얼른 줄을 섰다.

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사람이 꽉 차 있다.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었지만 한국 사람도 상당 수 있었다. 프랑스어로 자막이 나왔는데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한국 사람 프랑스 사람 할 것 없이 소리 내어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극장 밖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 서로 감상평을 하는 사람들과 그 다음 영화를 보려고 표를 끊고 기다리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극장에서 나와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또 반가운 친구가 눈에 띄었다. 역시나 1년 동안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프랑스 친구인데 서로 한불영화제에 온다는 연락도 없었는데 파리 한복판에서 이렇게 만난 것이다. 서로 신기하다며 "말도 안 돼!"를 연달아 외치면서 이런 한불영화제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파리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를 했다.

오늘의 마지막 상영영화 <카페 느와르>를 보러왔다고 한다. 한창 얘기를 하다가 길어진 줄을 보고 자기도 어서 줄을 서야겠다며 급히 인사를 했다. 한불영화제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영화를 알리는 일을 하는 것 물론 한국에 관심 있는 프랑스 친구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기능도 톡톡히 하는 듯하다.


태그:#한불영화제, #파리, #프랑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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