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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 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고등교육법 제28조에 의하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법에 명시된 내용과 비교해 오늘날 한국 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생보다는 아르바이트가 본분인 처지, 대학을 졸업해도 비정규 불안정 88만원 세대로서의 선택 외에 다른 길이 없는 현실, 전공과는 무관한 고시공부에만 매달리는 수많은 대학생 등 현실의 대학은 교육의 기본이념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근 수년 사이에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현실에 대해 '새로운 대학'의 모습으로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하고 싶다. 하나는 등록금 철폐이고 다른 하나는 사립대학의 국·공립화이다.

 

등록금 철폐 주장은, 지난 상반기 이슈가 되었던 반값등록금 투쟁과 비교해 너무나 파격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서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본다면 꼭 비현실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들은 대학 등록금이 전액 무료다. 중요한 것은 정책실행에 대한 철학과 의지의 문제이지 현실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 사립대학의 국·공립화 주장은 사립대학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학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르는 기형적인 형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은 이름 뿐, 시장에 인력을 대는 형태의 지금의 대학교육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 철폐와 사립대학의 국·공립화는 곧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로 연결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의 양성기지가 되어 가고 있는 대학이 그 고유의 존재 목적을 찾아, 사회의 불안정 노동에 대한 저항 및 대안의 연대선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변모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과 시대를 1년 앞서나간 사람은 돈을 벌고, 10년 앞서 나간 사람은 감옥에 가고, 100년 앞서 나간 사람은 죽는다는 말이 있다. 시대를 1년 앞서 아이템을 개발하고 제안한 사람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고, 시대를 10년 앞서 민주화를 외치고 온 몸을 바쳐 운동한 사람은 감방에 들어가고, 아무도 내다보지 못하는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외롭게 진리를 전하고 외쳤던 선각자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필자가 위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어떤 이가 "다른 이들이 의도적으로 느리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어떤 사안을 논할 때 현실성이라는 말을 한다. 사회당은 반값등록금도 못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폐지'를 주장하고, 최저임금을 몇 백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두배로' 운동을 하고, 이것도 모자라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라'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주장들을 내세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이라는 소위 '3무 1반'을, 제일 야당인 민주당이 최근 당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한 바 있다. 여당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도 복지에 대한 여러 가지 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급진적인 진보정당들이나 내세우는 비현실적인 주장일 뿐이었다.

 

현실성이 있는가 없는가의 준거 기준은 그 기준이 과거에 있는지 아니면 미래에 있는지에 따라 천양지차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 그러한 미래는 현실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지만, 준거점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면 현실성이라는 말은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철학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초등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만으로도 경기(驚氣)를 일으키고 무상급식 저지를 위해 투표에 수백 억 원의 재정을 쓰는, 복지확대 반대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큰 사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확대의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얻어갈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떤 면에서 건전한 시민사회인을 양성하기 위한 본질을 찾아갈 수 있느냐의 면에서 대학교육은, 그 사회의 복지제도와 사회 건전성의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등록금폐지#대학의미래#국공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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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 공동대표,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이사. 용인시 수지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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