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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까지 이동하는 경우 기본요금에서 더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 추가되는 교통비 먼 곳까지 이동하는 경우 기본요금에서 더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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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뚜벅이족 중 한 명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자동차를 굳이 나까지 살 필요는 없다'는 신념을 가진 나에게 대중교통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된 나는 최근 몇 개월 동안 대중교통을 더욱 자주 이용하며 진정한 뚜벅이족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중교통비가 인상되면 시민들의 삶은 어떻게 바뀔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헤아려 보자.

나의 출근길은 3단계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1단계는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국철 1호선 부천역까지의 구간, 다음 단계는 부천역에서부터 신도림역 까지다. 마지막 단계는 콩나물 시루 같은 2호선을 타고 삼성역까지 가는 것이다.

이 길고도 긴 단계를 거치면서, 나는 매일 기본 2700원을 교통비로 쓴다. 아침에는 버스를 탈 때 찍히는 900원, 삼성역에서 카드를 찍을 때 표시되는 400원으로 1300원의 교통비를 소비하고 저녁 퇴근길에는 지하철 기본요금 900원, 부천역사 출구에서 카드를 찍을 때 400원, 버스로 환승을 한 후 내릴 때 100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약속이 있다거나 다른 곳을 들를 경우 교통비는 점점 상승한다.

식비 안 주는 회사... 한 달에 12만원을 식비로 지출

나의 한 달 교통비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봤다. 하루 왕복 교통비를 2700원으로 잡고 계산해봤더니 기본적으로 5만4000원을 한 달 교통비로 쓰고 있었다. 여기에 가끔 광역버스를 타거나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타게 될 경우, 주말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한 달에 6만 원에서 8만 원 사이의 돈을 교통비로 쓰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적은 월급을 받는 인턴인 나에게 이 정도의 교통비 지출은 은근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기자는 식비지출을 줄여 교통비에 보태기로 결정했고 굳이 청승(?)을 떨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도시락을 싸기로 결심했다.

도시락을 쌀 경우 얼마를 아낄 수 있기에 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 그것도 강남에 위치한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드는 식비는 6000원 정도다(더 비싼 음식점을 갈 경우 8000원 이상이 식비로 지출되기도 한다). 기본비용을 6000원이라고 잡고 계산을 해보면 주5일 근무시 일주일에 3만 원,  한 달 동안 대략 12만 원이 식비로 지출된다.

매일매일 들고다니는 도시락
▲ 기자의 도시락 매일매일 들고다니는 도시락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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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도시락을 싸서 다닐 경우 얼마가 절약되는지 계산해보자. 도시락을 기본 식비의 절반 가격인 3000원이라고 가정하고 한 달 식비를 계산해보면 도시락을 싸서 다닐 경우 식비 지출이 절반인 6만 원으로 줄게 된다. 한 달 교통비와 맞먹는 금액. 이렇게 식비 중에서 아낀 돈을 교통비에 보태면 기존에 교통비로 쓰던 6만 원 가량의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등바등 아껴서 남긴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11월부터 경기도지역의 일반형버스와 좌석버스의 요금이 11.1%에서 20% 이상 오른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먼저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고 서울시도 곧 대중교통 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는 나는 교통비 증가의 부담을 이중으로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완전 짜증'이 났다. 평소에 800원 아끼려고 광역버스도 잘 타지 않을 만큼 짠순이(?)인 나에게 800원의 20배나 되는 1만6000원가량의 교통비 상승은 짜증나는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 함께 인턴을 하는 동료 역시 나에게 대중교통비 상승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땐, 교통비 아까워 시간표 몰아서 짰건만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려도
앉아서 갈 수 없을 때가 많다.
▲ 환승정류장 풍경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려도 앉아서 갈 수 없을 때가 많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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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올 한해 1분기 가계지출 중 전년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품목이 교통비라고 한다. 교통비 지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이 상황에서 교통비가 또 인상된다는 것은 가계지출에서 교통비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 모두 대중교통비가 상승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윤영선(25)양은 "기름 값도 오른 데다 적자운영이 심각한 대중교통 회사에서 교통비를 올리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돈이 넉넉지 않은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넋두리했다. 또한 그는 "집밖에 나올 경우 교통비와 식비로 기본 만 원은 지출하는 것 같아서 시간표를 이틀로 몰아 짜는 방식을 통해 지출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졸업하기 전 교통비가 아까워 시간표를 몰아 짜봤기에 그 고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의무적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출근을 몰아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처럼 대중교통비용의 인상은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는 직장인 2509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비 인상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이 대중교통비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교통비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의 46.3%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였다. 실제로 교통비 지출로 인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68.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담되지 않는다'에 대한 응답이 13.2%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5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늦게까지 일 하는 날엔... 하루 일당이 날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신도림역.
출근길, 퇴근길이면
아비규환이다.
▲ 복잡한 환승역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신도림역. 출근길, 퇴근길이면 아비규환이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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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들은 두 여성의 대화에서도 교통비가 주는 부담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녀들은 지하철과 버스뿐만 아니라 택시비 할증 요금까지 인상되는 것과 관련하여 할증요금을 물고 택시를 타게 되는 경우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저녁에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약속이 있어서 택시를 타게 되면 할증요금 때문에 하루 일당이 날아간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현금이나 카드로 교통비를 지불해야 하는 택시를 이용할 경우 요금이 인상되면 교통비에 대한 부담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담으로 다가오는 교통비 지출 때문에 나는 결국 집 근처에서 약속을 잡거나 밖에 나가는 일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더군다나 지방이 고향인 나는 고향에 내려가는 횟수도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식비를 대폭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다니게 됐다.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선택한 결정이지만 대중교통비 인상에 따른 생활의 변화가 썩 달갑지는 않다.

'교통비가 인상될 경우 생활비 중 어느 부분의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게 될 것 같냐'는 나의 질문에 주변 사람들은 주로 여가비와 식비(간식비)를 줄이겠다고 이야기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게 되는 듯하다.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을 미루고 이동을 하거나 생활을 유지하는 용도로만 돈을 소비하는 식으로 말이다.

더군다나 깔려죽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전쟁터 같은 지하철을 돈을 더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것 역시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매일매일 콩나물시루 같은 용산역 급행열차를 타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개미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도림역을 거쳐,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돌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삼성역에 도착하면, 몸에 있는 온 힘이 다 빠질 지경이다.

피로를 더해주는 지하철과 버스를 돈을 더 내고 타야 한다면 편안하게라도 이용하고 싶다. 교통비가 올라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오른 만큼 나아진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이러한 고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 적자운영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요금을 올리면서도 나와 같은 서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관계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덜기 위해서 말이다. 앞으로는 돈을 내고 사서 이중,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출근길이 아닌 즐겁고 편안한 출근길을 위해 교통비를 지불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웹진 '본'에도 중복게재 될 예정입니다.



태그:#교통비 인상, #박수현, #지하철,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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