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은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 교재로 열공했습니다. 2009년 첫날 목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2009.01.01 MBC<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시청자들은 그의 '클로징'에 열광했다. 어떤 이들은 뉴스는 시청하지 않아도 약 30초간의 짧은 클로징만 보면 그날치 뉴스 전체를 다봤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권들어 권력을 비판이 사라진 언론 모습에 울분을 토로하던 시청자들은 클로징멘트를 통해 날선 비판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정연주 KBS 사장을 검찰과 국세청, 감사원까지 동원하여 끌어내렸고, 갖은 방법으로 입에 자갈을 물려 언론이 자기 사명인 권력비판보다는 점점 권력 옹호를 넘어 찬양하는 방향으로 가자 그의 클로징은 가뭄의 단비였다.  

 

하지만 언론장악을 지상 목표로 삼았던 권력을 그를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그에 굴복한 경영진은 그를 <뉴스데스크>에 끌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 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 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월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2009.04.13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회사 결정에 따라서" 그는 그렇게 떠났다. 그가 다짐했던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에 대해 권력은 내벼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떠났던 지난 2009년 4월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를 '빛'이라고 했고, 그를 끌어내린 자들에게 "언론탄압, 장악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장마 속, 한 줄기 햇빛이었습니다. 언젠가 이 장마도 지나갈 일이 있겠지요. 그 동안 보여주셨던 소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더 멋진 모습으로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앵커로 볼 수 있길 바랍니다."-'HYLS***'

 

"언론탄압,장악은 망국의 지름길입니다. 옳고 그름을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현 정부는 독재정부, mbc는 결코 권력에 굴하지마세요!!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대한민국이 개인의 나라입니까? 부자의 나라입니까? 약하고 힘든 서민들은 나몰라라.희망을 품게 만들어줘야 할 mbc 절대로...안됩니다. 절대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의한, 국민을 방송..꼭 지켜주세요.언론탄압,언론장악 저지,독재타도. 과거를 보듯 언론장악은 절대로...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SNKH***'

 

비록 그는 <뉴스데스크>를 떠났지만 항상 MBC를 생각했다. 생각하면 한 것이 아니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해 민간인사찰과 청와대 '대포폰'논란이 한창일 때인 11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포폰 논란은 갈수록 권력행태 보이고 권력, 검찰간 거래의 냄새를 풍겨 심상치 않죠"라며 "여기에 감상할 대목 하나...권력도 도청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조중동매> 종편이 결정되자 지난 1월 7일 "요즘 종편으로 요란합니다. 이 문제는 방송과 언론계 안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적, 국민적 난제로 등장했죠"며 "지상파, 종편, 뉴스채널 열개 이상으로 소란한 대만과 똑같은 코스로 들어섰다. 앞으로 언론의 원칙과 정도를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고 탄식해었다.

 

채널이 많으면 많을수록 뉴스는 연성화될 수밖에 없고, 선정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특히 방송인 김미화씨 하차 파문이 일었던 지난 5월 2일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빗질의 정석'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나 자신이 만 2년 전인 2009년 4월 시점에 지상파 방송의 메인 앵커에서 빗질 당했다. 내가 겪은 방식은 김씨와 다르게 교체결정이었다"며 "교체결정 중 가장 복잡하고 과격한 유형으로는 정연주 KBS 전 사장일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들어 권력이 비판세력을 제거한 예들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가동 가능한 공적, 사적 조직과 어처구니 없는 방법이 총동원돼 그를 빗질했고 결국 기소와 민형사 재판까지 갔다"며 "김씨 경우를 포함해 그 동안 듣거나 본 청소의 사례를 보면 교과서적인 '빗질의 정석'이 존재하고 있고 계속 진화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해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은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 상징이고, 김미화씨 하차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 방식 시간이 지날 수록 진화했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MBC는 그 때보다 나아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더 열악하다. '김여진 법'도 만들어졌고, 대법원이 지난 2일 < PD수첩 > 제작진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MBC 사측는 3일만에 "국민에게 사과와 책임을 통감한다"는사과 광고를 <한겨레> 등 중앙일간지 등에 냈다. 아마 무죄판결을 받고도 "잘못했습니다"라는 사과 광고를 내고 ,<PD 수첩>제작들에게 중징계를 내려 스스로 치욕을 자초하고 말았다.

 

이같은 김재철 MBC의 결정에 대해 지난 달 19일 <기자협회보>에  <'상식'을 대법원서 판결하는 슬픈 사회"제목 기고 글에서 "사장이 급거 귀국해 긴급회의를 하고 보도국은 편집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밀실에서 뉴스 꼭지를 결정한 뒤 당사자가 아닌 기자까지 동원해 크게 뉘우쳤다"며 "조직의 위아래가 단단히 큰 병에 걸렸음을 보여준다"고 김 사장과 경영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이제 MBC를 떠났다. 

 

그는 지난 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이번 주가 mbc직원으로서 마지막..조용히 지내려 했는데 트윗에 들켰네요. 1년 전 안식년 시작하면서 고별사 띄워 할 얘기도 없거든요. 후배들이 준비하는 고별연은 7일 저녁..그러나 이도 흔쾌하지 않을만큼 mbc내지 방송사정이 요즘 그렇습니다"며 MBC의 열악한 언론환경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리고 "한두마디 말로 상황을 정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도 아니구요. 긴 호흡을 갖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라며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인내하며 견디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저널리즘 산업은 분명히 위기이지만 저널리즘은 죽을 수도,죽일 수도 없고, 죽지 않을 것이고 죽어서도 안됩니다"며 언론은 결코 져서도 굴복해서도 안 된다고 후배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긴 말은 가슴을 찌른다.

 

"30년다닌 회사였지만 내일 공식 퇴임식에 가기 어려울 정도로 적대적으로 변한데에 스스로 깜짝 놀랍니다. 겉으로 근사하지만 기본, 올바름이 숨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우린 아쉽게도 실패했습니다."

 

'그'는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다. 그를 방송을 통해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후배 언론들인들이 "올바름이 숨쉴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신경민 전 앵커가 쓴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중 기억나는 글귀가 있다.

 

사실을 그 가치에 따라 선택하고 배열하면서 동시에 사실 뒤에 숨은 원인의 상관관계를 따져 설명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앵커는 보도의 한복판에서 언론인의 기본 의무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앵커가 중립적으로 진행이나 잘하라고 말하는 측은 앵커의 임무에 대한 상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용비어천가>를 절묘하고 구수하게 노래했더라도 이런 시비를 걸었을지 생각해보면 시비를 거는 측의 정치적 실체와 의도를 바로 알 수 있다.(6쪽)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MBC, #신경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