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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SAT 대리 시험을 치른 에셔고프가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오르고 있다. 왼쪽의 케서린 라이스 검사는 CNN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열심히 공부하고 정직하게 시험을 본 많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고 SAT 대리 시험을 치른 에셔고프가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오르고 있다. 왼쪽의 케서린 라이스 검사는 CNN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열심히 공부하고 정직하게 시험을 본 많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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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명문대생이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시험인 SAT를 대신 봐주는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주 나소 카운티 검찰은 28일(현지 시각), 에모리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샘 에셔고프(19)가 자신의 모교인 그레이트 넥 노스(Great Neck North) 고교 후배들로부터 1500달러에서 2500달러의 돈을 받고 대신 SAT 시험을 치러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뉴욕 주의 롱아일랜드에 있는 그레이트 넥 노스 고교는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데이비드 볼티모어를 비롯해 영화감독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사라 휴즈를 배출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고교다.

CNN은 28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이번 대리시험 사건의 주동자인 에셔고프를 포함한 7명의 공모자들이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오르는 장면을 공개했다. 고개를 치켜든 에셔고프 외에 다른 6명은 모두 손이나 셔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렸다.

대리시험을 의뢰한 이들 6명의 학생들은 이미 4명이 대학생이 되었고 나머지 2명은 고교 졸업반으로 현재 대학 원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모두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이름 등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보도한 < PIX 11 >의 제임스 포드 기자는 미성년자인 이 학생들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아 이들이 재학 중인 대학에서도 어떤 학생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부정 입학을 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카고트리뷴> 역시 이번에 검거된 학생들 가운데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있지만 주정부 법은 이들 대학이 부정 입학한 학생들의 신원을 밝히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 주고 산 SAT 점수

검찰이 SAT 대리시험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것은 금년 초 그레이트 넥 노스 고교 안에 퍼진 무성한 소문 때문이었다.

"돈 주고 SAT 대신 보게 했대."
"누군가 가짜 신분증으로 여러 사람 대리 시험을 치렀대."

소문이 퍼지자 학교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관리하는 카운셀러실에 보관된 학생들의 SAT 점수를 모두 복사했고 경찰에 이 사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본교인 그레이트 넥 노스 고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이 학교 학생을 찾아냈고, 이들 가운데 학교 성적(GPA)과 SAT 점수 차가 큰 학생들을 조사해 결국 이들 6명의 범행을 적발하게 된 것이다.

주동자인 에셔고프가 다른 학교를 선택했던 것은 의뢰인 학생들이 모두 그레이트 넥 노스 고교에 재학 중이었고 그 자신 역시 같은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감독관으로 올 교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범행 사실이 밝혀진 뒤 경찰은 SAT 답안지를 재검토했다. 그 결과, SAT의 세 영역인 읽기, 수학, 작문 답안지 가운데 의뢰인 학생 6명의 작문이 모두 같은 사람 필체인 것을 적발하고 에셔고프를 체포하게 된 것이다.

SAT 시험을 대신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수천 달러를 쓴 10대 학생들. 두 사람이 수갑을 나눠 차고 경찰차로 다가가고 있다.
 SAT 시험을 대신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수천 달러를 쓴 10대 학생들. 두 사람이 수갑을 나눠 차고 경찰차로 다가가고 있다.
ⓒ PI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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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바꿔 대리 시험... 어떻게 가능했을까?

에셔고프는 대리 시험을 치르면서 의뢰인 학생의 이름에 자신의 사진을 붙인 가짜 신분증을 이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에셔고프에게 SAT 대리시험을 의뢰한 6명 학생 가운데 여학생도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CNN 뉴스에는 긴 머리를 한 여학생이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여경에게 끌려나오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어떻게 남자인 에셔고프가 여학생의 대리시험을 치를 수 있었을까. 경찰은 이 여학생의 이름이 남녀 구분이 모호한 중성적 이름이어서 대리시험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에셔고프는 다른 의뢰인 학생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과 달리 이 여학생으로부터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에모리 대학으로 편입하기 전인 2010년, 그가 다녔던 미시건 대학에서 단 3시간짜리 대리시험을 치르기 위해 멀리 롱아일랜드까지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에셔고프의 대리 시험 부정은 그가 미시건에서 에모리 대학으로 옮긴 뒤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의뢰인 학생들의 SAT 대리시험을 치르기 위해 애틀란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와 주말에 두 학생의 SAT 시험을 치른 적도 있다고 한다.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점수를 제공했지만...

SAT는 읽기, 수학, 작문 세 과목(각 800점)으로 치러진다. 만점은 2400점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은 SAT나 ACT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SAT는 읽기, 수학, 작문 세 과목(각 800점)으로 치러진다. 만점은 2400점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은 SAT나 ACT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 Colleg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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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발표한 나소 카운티 검찰의 케서린 라이스 검사는 기자회견장에서 에셔고프에게 SAT 시험을 의뢰한 학생들의 점수를 일일이 발표했다.

"2220, 2210, 2140, 2180, 2180 and 2170." (만점은 2400점)

2000점 이상을 맞으면 웬만큼 좋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만큼 'SAT 장사꾼' 에셔고프는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점수를 제공했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헬스클럽 회원권을 샀다는 머리 좋은 사기꾼 에셔고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현재 에셔고프는 기소된 상태로 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는 사취공모죄, 범죄 위장죄 등의 크고 작은 중범죄, 경범죄 죄목이 무려 13개나 거론되고 있다.

만약 유죄 판결을 받으면 에셔고프는 최고 4년형의 철창신세를 지게 될 판이다. 다른 6명의 의뢰인 학생 역시 현재 경범죄로 체포된 상태다. 공부만 잘했을 뿐 올바른 가치관을 갖추지 못한 어리석음이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허술한 시험 관리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SAT 주관사인 ETS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그레이트 넥 고교의 부정 사건은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보안 조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없다"면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인 70만 명의 학생이 이번 주말에 SAT 시험을 치르게 되지만 대다수의 정직한 수험생들을 위해 불필요한 조치를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태그:#시험 부정, #SAT, #대입, #대리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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