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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엄마의 손길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위한 야무진 생활 시정을 구현해 보이겠다." (9월 23일 출마선언 중,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엄마의 마음을 담은 보편적 복지 정책과 엄마교실을 만들어 엄마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정책을 펴, '엄마 서울'을 만들겠다." (9월 15일 출마선언 중, 박영선 민주당 후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자 자식을 둔 엄마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해 18대 국회에서 각각 서울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으로 이력도 비슷하다. 두 후보는 모두 한 목소리로 '엄마처럼' 서울을 보듬는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고 나섰다.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같지만 두 후보가 내세우는 세밀한 정책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다. 나 후보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반대한다"고, 박 후보는 "나 후보의 복지는 가짜 복지"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들 중 '진짜 엄마 서울'을 만들 이는 누구일까. '복지'를 중심으로 두 후보의 정책을 비교해봤다.

[나경원] "민주당 무상복지 시리즈 반대, 무차별적 복지 공세 비판"...'생활복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수락연설을 한뒤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수락연설을 한뒤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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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나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생활 특별시'다.

이를 위해, '생활복지 기준선'을 만들어 강남·북 등 구에 따라 재정 여건이 다른 복지혜택을 균등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출산장려금부터 아이들 예방접종까지 지금의 복지혜택은 자치구의 재정여건에 따라 다르다, '생활복지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애인·독거노인·저소득층 시민을 위한 최저생활기준선을 만들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성전"이라며 오 전 시장을 적극 지지한 바 있는 나 후보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원칙·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반대한다, 수요자에 맞는 복지가 돼야 하고 무조건적·무차별적 복지 공세는 안 된다"며 "(그래서) 서울시 정책으로 생활복지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 후보는 "주민투표까지 가야 하는지,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오 시장과)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 전 시장과는 선을 그은 나 후보가 복지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보편적 복지 대신, 나 후보가 선택한 복지는 '생활 복지'이자 '약자를 위한 복지'다. 그는 "약자에게 편한 세상이 되면 일반 사람은 모두 편해진다, 약자를 기준으로 '최소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시정을 하겠다"며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의 편한 복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경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경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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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나 후보는 "복지정책의 핵심은 어려운 분들부터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이라며 "필요한 분에게 필요한 정책과 혜택을 주는 `맞춤형 복지'가 돼야 하며, 그 복지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따져보는 `정직한 복지'가 돼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맞춤형, 선별적' 복지에 대한 변함없는 강조다.

나 후보의 '복지 행보'는 중증장애아동 시설 방문으로도 이어졌다. 장애아동을 발가벗겨 목욕을 시켜 구설에 오른 나 후보는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복지관 말고도 학교 졸업 하고 갈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겠다"며 장애아동들의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단체들은 나 후보가 선거를 위해 장애인 알몸 목욕을 활용했다고 비판하면서 국가인권위에 관련내용을 제소한 상태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8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 후보를 비판한 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영선] "나경원 후보가 주장하는 복지는 가짜 복지"...'보편적 복지'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박영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박영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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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나 후보가 주장하는 복지는 가짜 복지"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25일 민주당의 후보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힌 그는 '복지' 정책을 내세운 '엄마' 후보로서 여당 후보에 대한 대항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세훈의 복지나 나경원의 복지는 가짜 복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반복지·가짜복지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며 "토건시대를 막 내리고 사람이 대접받는 사람 중심의 서울특별시를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중심 특별시'를 만들겠다는 박 후보는 이를 위한 공약으로 `젊은 서울, 엄마 서울, 감동 서울'을 내세웠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젊은이 펀드 1조 원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젊은 서울, 보편적 복지(무상급식·무상보육)와 '주식회사 엄마교실'을 꾸리자는 엄마 서울, 간호사가 상주하는 도심 실버 아파트가 핵심인 감동 서울까지. 공약의 A-Z가 모두 복지 정책이다.

박 후보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 재임 10년간 25조 원의 빚더미와 서울시정 부패의 공동 책임자"라며 나 후보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서울시장 보선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 한나라당 나 후보의 '가짜 복지'가 맞붙는 2라운드"라며 "복지 전쟁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 치러온 만큼 민주당 후보만이 이 전쟁을 책임지고 최종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나라당의 복지를 '가짜'로 규정하고 '진짜'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2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박 후보는 "나 후보는 MB 대리인 역할을 많이 했고, 제 2의 오세훈"이라며 "MB 측근 인사들로 인해 썩고 있는 서울시정을 한나라당이 맡는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가져다주는 격"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대표와 함께 26일 서울 당산초등학교 돌보미 교실을 방문해 아이들과 학습체험을 하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대표와 함께 26일 서울 당산초등학교 돌보미 교실을 방문해 아이들과 학습체험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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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박 후보는 복지 이슈 선점을 위한 선거운동에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26일 서울 당산초등학교를 방문해 "동화책 읽어주는 시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학교에서 진행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점검했다.

박 후보는 27일에도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며 "효도하는 민주당이 되겠다. 효도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센터 관장인 청원 스님은 "시장이 되면 노인에 대한 무료 급식은 꼭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노인들이 점심 때 무료급식을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한 보편적 복지정책이 시대의 요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태그:#박영선 , #나경원 ,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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