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조직과 돈, 그리고 세. 이런 것 없이도 가능한 선거운동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 안국동 사무실은 전체가 투명한데, 뭘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볼 수 있지요. 재능기부 방식으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접수받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돕겠다고 하셔서 정신없어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대개 3년 전을 떠올린다. 민변 사무처장으로 각종 TV토론에 나가 바른말 잘해 팬클럽까지 생겼던 '촛불변호사' 송호창.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등과 관련된 여러 소송을 맡아 승소로 이끌며 적극 활동하다 불현듯 떠났다.

미국 뉴욕 코넬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을 얻어 공부하며 2년을 지냈다. 본인은 아내를 위한 식수발이었다 주장하지만, 돌아온 그의 손엔 한묶음의 원고다발이 들려 있었다. 늦어도 연말 이전에 출간될 이 책엔 '코넬대학과 작은 도시 이타카 이야기'를 담았다.

도심 생태마을 '이타카의 모범'을 우리도 동네마다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 때문에 그는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잰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시민후보'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결심을 굳힌 박원순 변호사를 돕기로 한 것. 그는 박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2000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박 변호사와 알게 된 그는 '동지적 관계'로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한다고 했다. 기존 선거판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선거운동으로 기존 정치인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겠다고 말했다.경쟁적으로 헐뜯고 서로 상처내는 네거티브 식의 선거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송호장 변호사는 그냥 웃음으로 답했다.

촛불 변호사는 왜 박원순 지원에 나섰나

그는 대신 21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예고한 박원순 변호사가 보여줄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는 아주 쉽게 설명했다.  

"박원순이 하면 다리 하나도 생태적으로 만들 거예요.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은 채로, 산은 산답게 보이고, 건물도 강이나 산, 그리고 마을 속에 들어가서 서로 어우러지게, 저 혼자 잘난 척 튀고 두드러지지 않게 할 걸요."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미국에서 언제 귀국했나요?
"8월초에 귀국했어요. 2년 만에 왔죠. 미국에서 주로 한 일은 가사노동. 하하하. 1년은 정말 풀타임으로 가사노동에 집중했어요. 아내의 도시락 챙겨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완벽히 집안일을 했어요. 그리고 1년은 아내와 함께 코넬대학 노사관계 대학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공부하고 글도 쓰고 그랬어요. 코넬대학에서는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지냈습니다."

- 2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어떤 것 같나요?
"우선 제 휴대폰이 말을 안 들어요. 후후. 5년 전에 쓰던 걸, 2년간 안 쓰고 놔뒀다가 도로 쓰니까 배터리가 하루도 못 가네요. 제가 별로 스마트하질 못해서 스마트폰도 못 쓰겠고. 미국 갔다 왔는데도 아이패드도 못 쓰고. 이거 대변인 맡은 사람이 너무한 거죠?"

- 경황도 없는 가운데, 박 변호사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아주 오래된 인연이지요. 2000년, 제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일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지냈고, 함께 일했으니까요. 저는 그분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일을 하시고 또 얼마나 아이디어가 풍부한 분인지 익히 아는 터라, 뭔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려고 한 거죠."

- 그토록 정치권과 멀리하던 분이 선뜻 서울시장 출마결심을 한 건 무슨 이유라고 보세요?
"지난해 국정원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잖아요. 2009년인가부터는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재단 등의 모든 기업후원금이 끊겨서 정말 힘겹게 활동했던 것 같아요. 군사정부 때도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너무한다 생각하셨던 것 같고, 무엇보다 더 이상은 박 변호사가 시민운동 식으로는 세상을 바꾸거나 어떤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정치인이 돼서 직접 바꾸는 수밖에 없겠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 하기 전에는 지지율이 5%밖에 안 됐는데, 좀 무모하다는 생각은 안했나요?
"전혀. 저는 이 분이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5% 지지율은 10배 정도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의 능력은 되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무엇보다 이 분은 없는 공약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공약과 아이디어를 정리만 하면 되는 수준이니까 그걸 잘 정리해 알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일이 쉽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딴 건 몰라도,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알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 미국에서 온 뒤로 박 변호사님과는 언제 처음 만났어요?
"산에서 내려온 직후지요. 딱 보니까 일단 살이 많이 빠졌더군요. 육체적으로는 아주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피부는 투명했고, 눈빛은 아주 맑았어요. 그래서 아, 산에서 걷는 것이 힘들긴 해도 많은 정기를 받고 내려왔구나, 단박에 알 수 있었죠. 또 예전처럼 우아하게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 관조하는 듯한 역할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전면에 나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결기 같은 것도 느껴졌어요."

"낡은 구두가 연출?"

- 시민운동가 박원순과 정치인 박원순의 길은 다르다, 과연 정치를 잘 해낼 수 있겠는가, 시민운동가가 정치는 못한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엄청난 열정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분이잖아요. 정말 쉬지도 않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남들이 과연 이게 될까, 의문을 갖고 있으면, 깜짝 놀라도록 딱 만들어갖고 나타나지요. 흩어진 아이디어를 하나로 꿰고,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어요."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뭐가 있어요?
"참여연대가 그런 모델이지요. 1990년대 이전 소위 재야운동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묶어세우는 진보적 시민운동을 시작했거든요. 본인 말로 자신을 중도적 진보라고 했지만, 기존의 시민운동가와 진보적 인사뿐 아니라 심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동조하지만 왠지 거칠고 동의하기 힘들어하는 중간지대 사람들까지도 쉽게 포함돼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 거지요. 여기에 수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집단적으로 결합해 정책생산운동에 힘을 보탰거든요. 그게 참여연대지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또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데 큰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흠은 없나요? 최근엔 낡은 구두가 연출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거든요.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거기까지 신경을 못 쓴 거지요. 뭔가에 집중하면 사소한 데 큰 신경을 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과정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산에서 내려온 직후라 수염도 못 깎고 돌아다니는 판에, 집에서 대충 신고 나온 구두가 그랬던 것이지, 뭘 의도적으로 꾸미고 그럴 분은 아니예요. 외모에 큰 신경을 안 쓰는 그분의 캐릭터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신이 아닌데 완벽할 수 있나요?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그런 대목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느끼죠."

- 외모까지 주도면밀하게 신경 쓰는 편은 못 된다, 이런 평가인데, 이런 분이 천만 서울시민의 일상생활을 섬세하게 잘 돌볼 수 있을까요? 대충 까먹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저는 자기 혼자 잘나고 똑똑해서 뭐든지 다 혼자 하는 사람이 제일 별로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주변에서 좀 챙겨주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저는 그분이 그냥 변호사로서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중에는 아예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고 시민운동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에 출마를 결심했어요. 뭐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뭘 바꿔보겠다는 건데, 권력욕이 있었다면 벌써 뭐가 되었어도 됐을 분 아닐까요?"

-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낸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 '박원순표 서울'은 기존 정치인들과 뭐가 다를까요?
"다리 하나를 만들어도 기존과 다를 거예요. 예전에는 다리 공사하면, 전체 도시에서 다리만 돋보이게 했잖아요. 어떻게 하면 이 다리만 돋보이게 할 것인가, 네온사인부터 아주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하게 만들잖아요. 강이나 산, 주변 자연, 사람들은 다 온 데 간 데 없고, 오로지 다리만 돋보이게 하는 식이지요.

그런데 박원순이 하면 다리는 그냥 다리의 기능을 하도록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강을 이어주는 다리. 별 치장은 하지 않은 채로. 산이 산답게 보이고, 건물도 강이나 산이나 마을 속에 들어가서 튀지 않게 자기 혼자 두드러지지 않게 할 것 같아요. 자연과 사람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책도 마찬가지겠지요. 더 이상 손 댈 수 없도록 빽빽하게 만들었지만, 아마도 그가 하면 뭔가 다르게 할 것 같아요."

"야권통합의 프레임도 바뀌어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대변인을 맡은 송호창 변호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민주당 후보들이 연일 맹공격을 하는데요. 그분들과는 어떻게 관계설정을 하고 있나요?
"민주당 후보들이 꿈꾸는 서울이나 박 변호사가 꿈꾸는 서울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민주당 후보들도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중요한 것은 야권 전체를 통합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절대적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과제를 이룬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당들과 민주당과도 협의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미 후보가 누차 공언한 대로 민주당이 얼마나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세웠습니까. 그 역할을 잘 알고 또 그 역사를 절대로 부정하지 않지요.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기실 한국사회가 이나마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발전한 것도 민주당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분들의 역할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요. 최대한 존중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25일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곧바로 야권단일경선에 돌입할 텐데, 잘 될까요?
"야권통합의 프레임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전혀 색다른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 싸우지만 말고 당위만 얘기할 게 아니라 새로운 틀과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바꾸려고 정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서울시에서 하나의 작은 공동체 마을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형태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활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큰 공감을 얻는다면, 정치권이 큰 관심을 가질 테고, 정치도 정당도 다른 방법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 선거운동을 아주 혁명적으로 하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던데요.
"대형 조직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하고 끝나면 자리를 보전해주는 방법의 운동은 아마 지양할 것 같아요. 조직과 세, 돈 이런 것 없이도 가능한 선거운동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우선 서울 안국동 사무실은 전체 투명이에요. 뭘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볼 수 있지요.

재능기부 방식으로 자원봉사자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접수를 받고 일을 드리는 식이지요.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기존 정치인들이 해왔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겠다, 이런 게 선거판에서도 통하더라, 그런 걸 좀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존 방식을 하나도 안 하겠다, 꼭 이런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돕겠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전부 자기 역할을 드리느라 정신 없습니다."


태그:#송호창, #박원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