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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2>의 다섯 멘토들. 왼쪽에서부터 윤상, 박정현, 이선희, 이승환, 윤일상.
 MBC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2>의 다섯 멘토들. 왼쪽에서부터 윤상, 박정현, 이선희, 이승환, 윤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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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2>(이하 <위탄 2>)가 순항 중이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고, 화제를 일으키는 정도도 경쟁 프로인 Mnet <슈퍼스타K 3>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밀리지 않는다. 작금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불고 온 <슈퍼스타K 3>와 맞부딪혀야 된다는 사실에 방송 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걸 감안하면, '잘 하고 있다'는 자평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탄 1>에 이어서 <위탄 2>를 보고 있는 시청자라면 <위탄 2>가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문제점을 조금도 해결하지 못한 채 새 시즌을 맞이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개선되지 않은 채 지난 시즌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위탄 2>라면 결코 그 미래가 밝지 않으리란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이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관심과 흥미가 떨어져만 갔던 지난 시즌처럼 말이다.

<슈퍼스타K>의 아류라고 불렸던 <위탄 1>이, 그래서 자신들은 <슈퍼스타K>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멘토' 시스템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에서처럼 단지 심사위원이 심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다이아몬드의 원석인 참가자들을 자신들의 책임 아래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 비로소 밝게 빛나는 스타로 거듭나게 한다는 취지의 멘토제는 <위탄 1> 당시만 하더라도 획기적인 제도였다.

멘토제의 문제점 개선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위탄 2>

 <위탄 2>는 참가자보다 멘토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위탄 2>는 참가자보다 멘토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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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멘토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멘토가 곧 심사까지 맡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멘토들 간의 신경전, 그리고 그로 인한 편파판정 논란은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바로 참가자의 실종이었다. 오디션 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참가자다. 일반인 참가자가 자신의 끼를 펼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야말로 오디션 프로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탄 1>은 참가자보단 멘토가 더 주목받았다. 방송이 끝나면 참가자의 노래가 어땠는지 보다 이은미, 김태원 등의 멘토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참가자에 대한 심사평이 어땠는지가 더 화제가 됐다. <슈퍼스타K 2>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허각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위탄 1>의 주인공을 묻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백청강보다 김태원을 꼽을 것이다.

<위탄 2>는 이 문제점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심하게 멘토 위주의 방송을 하고 있다 이선희, 윤상, 이승환, 윤일상, 그리고 박정현.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와 작곡가로 구성된 <위탄 2>의 새로운 멘토들의 존재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방송 전에는 홍보 등의 이유로 멘토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멘토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큰 문제다.

방송 2회 동안 적잖은 참가자들이 등장해 자신의 끼를 펼치고, 합격의 영광과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정말 민망하게도,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래는 희미했고, 이름은 기억나질 않는다. 반면 멘토들은 착실하게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선한 인상과는 다르게 꼼꼼한 윤상, 독설의 제왕으로 부상한 윤일상 등, 멘토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위탄 2>에 등장하는 멘토들은 모두 가요계 경력 10년 이상의 대가들이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 그들이 고작 방송 2회 만에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그것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존재감이 자신들 나이의 반밖에 되지 않은 일개 아마추어 참가자들보다 덜하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인 것일 게다.

<위탄 2> 제작진, <슈퍼스타K 3>를 보고 배워라

 김태원의 출연을 집중적으로 다룬 3회 예고편이야말로 지금 <위탄 2>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김태원의 출연을 집중적으로 다룬 3회 예고편이야말로 지금 <위탄 2>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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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해야 하는 건 결국 제작진의 몫이다. 참가자의 면면을 부각시키고 그 짧은 순간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일. 그리고 멘토들의 존재감이 참가자의 그것을 잡아먹어 방송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일. 이런 것들이야말로 <위탄 2>를 만드는 제작진이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위탄 2>의 제작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정한 듯 멘토를 띄웠다. 멘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일일이 자막으로 옮기고, 그들의 미세한 표정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냈다. 자연히 참가자가 부른 노래는 기억에 남지 않고, 멘토들이 했던 말만 기억에 남는다. 참가자에 관심이 가질 않으니, 그들이 오디션에 붙었는지 떨어졌는지는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도 별 감흥이 없다.

<슈퍼스타K 3>는 이렇지 않았다. 첫 회 최영태가 자작곡을 들고 나와 준 신선함과 놀라움은 이승철이 자신의 새 앨범에 넣고 싶으니 팔라고 말할 정도로 컸다. 김아란이 맨디 무어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른 장면은 또 어땠는가. 그녀가 방송에 나온 시간은 고작 몇 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후 그녀가 '슈퍼위크'를 포기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그녀는 유명세를 탔다.

이밖에도 싸이에게 소주 생각이 나게 했던 11세의 손예림, 윤종신에게 허각보다 낫다는 평을 들은 신지수, 이하늘에게 사심 심사를 하게 만든 예리밴드 등, <슈퍼스타K 3>는 예선을 담은 방송 3회 만에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을 시청자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대중은 자연스레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을 정하고 그들이 다음 관문인 슈퍼위크에서 떨어지지 않길 바랐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앞서 말했듯이 오디션 프로의 가장 큰 매력은 결국 참가자에 있다. 그들이 얼마만큼 끼와 열정을 카메라 앞에 표출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것을 방송이 얼마나 잘 포장해 보여주느냐에 따라 방송의 승패가 결정된다. 멘토는 어디까지나 참가자의 뒤에서 그들을 보조하는 데 그쳐야지, 멘토가 전면에 나서 참가자보다 더 주목받는다면 그 방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위탄 1>이 그랬듯이 말이다.

<위탄 2>를 연출하는 서창만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악마의 편집은 없다. 정공법으로 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편집의 방법과 방향을 논하기 이전에, 방송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서부터 이미 <위탄 2>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참가자는 보이지 않고, 지난 시즌 멘토였던 김태원이 '전설의 귀환'이란 타이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점철된 3회 예고편이야말로, 지금 <위탄 2>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위대한 탄생2#윤상#윤일상#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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