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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6일 오찬간담회에서 "그동안 발표한 전월세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장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도엽 장관의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없다. 그와 전임인 정종환 장관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안 전셋값이 30개월 연속 올랐다(2일 국민은행 발표).

 

올해 국토부는 3차례에 걸려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다. 1·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종환 장관은 "추가 대책은 없다"고 못 박았다. 1달도 안 돼 정 장관은 2·11대책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전셋값이 오르자, 권도엽 장관은 8·18 대책을 발표했다. "서민 전월세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셋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15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8.06%로, 지난해 전체 상승률(7.75%)을 이미 뛰어넘었다. 국토부의 전월세 대책은 실패했다는 의견이 많다. 과대 포장되었거나 말뿐이 대책 탓이다.

 

말뿐이었던 미분양주택의 전월세 전환... 슬그머니 사라져

 

국토부는 1·13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11 대책에서는 "전월세주택으로 공급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8월 국토부가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급실적은 목표의 7.3%에 불과하다.

 

SH공사의 준공후 미분양주택 754호 중 단 1세대도 전월세주택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LH가 보유중인 준공후 미분양주택(1523호)의 경우, 8.7%인 134호만 전월세주택으로 공급됐다. 공공이 보유한 전체 준공후 미분양주택 2554호 중 전월세주택으로 전환된 것은 188호에 불과하다.

 

LH나 SH공사는 미분양주택을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하는 데 미온적이다. 두 곳 모두 미분양 주택 분양을 통해 건설비를 회수해 부채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올해 전세전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LH는 저층 등 분양 가능성 많지 않은 미분양주택에 한해서만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토부는 결국 8·18 대책을 내놓으면서 미분양주택의 전월세 전환 대책을 뺐다. 대신 미분양주택 구입을 독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토부가 "준공후 미분양이 집중된 지역 등에 광역급행버스 노선을 확충하는 등 대중교통 여건을 개선하여 전월세 수요가 (주택 구입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강기갑 의원은 "국토부는 준공후 미분양주택의 전월세주택 전환과 관련, LH 등과 사전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엔 화려한 말과 과대포장만 있다,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논란 많았던 다주택자 세제지원... 효과 알 수 없다?

 

국토부가 올해 3차례 전월세 대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이다.

 

국토부는 2·11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완화,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대사업자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서울에서 149㎡ 규모의 대형 주택(당초 85㎡ 이하), 취득가 6억 원의 고가 주택(당초 3억 원 이하)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도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8·18 대책에서는 세제지원 요건이 더 완화됐다. 1채의 주택만을 임대해도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임대 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경우, 1가구 1주택으로 인정해 양도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원칙이 허물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효과도 없고 다주택자 퍼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국토부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밀어붙였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민간 임대주택은 얼마나 늘었을까?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관계자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매년 4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취합해 발표하는 전국 임대주택 통계로, 임대주택 증가분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관련 공식 통계가 없다,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효과로 민간임대주택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여야 한목소리 전월세 상한제... 정부만 "좋은 방법 아니다"

 

국토부의 전월세 대책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월세 상한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역시 8·18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토부에 이미 전월세 상승률을 연간 5% 이하로 유지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자는 요구를 한 바 있다.

 

국토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권도엽 장관은 6일 "전월세 상한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마땅히 줄만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전환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전세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다주택자의 소유 집중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실패했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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