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로 떠오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지만, 박 변호사는 "선거는 입당 안 한 상태로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오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한 박 변호사를 만난 손 대표는 "박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야권 단일화가 큰 힘을 받고 있다"며 "잘 결단하셨고,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가) 누가 되든 안철수 원장의 아름다운 양보와 결단, 이런 것들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했다. "어느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든)민주당의 당심을 얻지 않고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 민주당의 당심을 얻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제안은 아니지만 박 변호사가 민주당으로 입당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를 것을 간접적으로 권유한 것.

손 대표는 "민주당은 제 1야당으로 민주 진영의 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정당 정치를 해왔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아무리 팽배해 있어도 정치는 사회생활과 국가 운영에 필요불가결한 것이고 정치를 맹목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원순 "국민은 변화 요구...선거는 입당 안 한 상태로"

이에 박 변호사는 "처음부터 나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후보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길로 갈 것"이라고 화답하면서도 "다만 안철수 교수나 나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생각은 현재의 정당질서가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민주당도 새로운 차원의 혁신과 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니 그런 것들이 좀 더 물살을 타서 이뤄지고, 그런 과정에서 나도 역할을 하고 일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혁신되고 야권 통합이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는 통합된 정당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변호사는 손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도 "정치 현실이란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정을 혼자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민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서울시장 선거는 입당 안 한 상태로 치르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박 변호사는 "현재로선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입당 없이 야권 단일화 후보로서 치르되, 박 변호사 자신이 당선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야권 통합 작업에 자신이 역할을 하고 싶고, 야권 대통합정당이 출범한다면 자신도 몸 담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손 대표도 이날 박 변호사와 만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당 권유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야권 통합 후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것도 좋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 단일 후보가 야권 통합에서 할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이날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민주당은 범민주진영의 가장 큰 집안으로서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당연히 앞장설 것이고, 박 변호사가 (단일 후보가) 돼도 민주당은 입당하건 안 하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제3의 후보가 돼도 민주당은 민주당의 후보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