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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새벽 1시20분경 백도근해 부산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설봉호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배가 화염에 휩싸여 불타고 있다.
6일 새벽 1시20분경 백도근해 부산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설봉호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배가 화염에 휩싸여 불타고 있다. ⓒ 여수해경

지난 6일 오전 1시20분경 130명의 탑승객이 바다에 수장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 제주를 오가는 대형여객선 설봉호가 승객과 화물을 싣고 지나가던 길은 바로 백도해상 앞바다.

바다에서 여객선에 큰 불이 났지만 의외로 인명피해가 없었다. 좋은 기상여건과 해경의 신속한 출동 덕분에 130명의 고귀한 인명이 모두 구조됐다. 

이날 새벽 1시20분경 여수해경소속 제317함(함장 임재철 경감)에 긴급구조요청이 들어왔다.  대형여객선 설봉호에서 화재가 났다는 것이다. 한때 금강산관광에 이용되었던 설봉호는 전장 114.5M, 총톤수 4166톤으로 여객정원 589명과 승용차와 트럭 약 100여 대를 실을 수 있는 고급 여객선이다.

130명 모두 구조, 어떻게 가능했나

 백도해상에서 화마에 휩싸인 130명의 탑승객을 무사히 구한 설봉호 성과의 일등공신인 제317함
백도해상에서 화마에 휩싸인 130명의 탑승객을 무사히 구한 설봉호 성과의 일등공신인 제317함 ⓒ 심명남

VHF(해상단파방송) SOS 수신을 받은 317호 함정은 서치라이트와 경광등을 비치면서 37노트(약 70km/h) 전속력으로 출동해 1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당시 함정은 백도에서 10여 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16명의 대원들이 3교대로 해상순찰에 임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설봉호 선미는 화염으로 불타고 있었다.

대부분 승객들은 선수 갑판에서 발만 동동 구른 채 구조를 기다렸다. 일부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광경도 목격되었다. 이미 화염에 휩싸여 진화작업이 어려움을 간파한 임재철 함장은 화재진압보다 인명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불이 난 선미 뒤편에서 화염은 점점 앞쪽으로 번지고 있었다. 함정에서 보트를 내린 대원들은 5명씩 구조 활동을 펼쳤다. 허나 바람이 남서풍으로 불어 선수에 설치에 놓은 사다리 쪽으로 연기가 몰려 다시 반대쪽에 탈출로프를 설치했다.

임 함장은 방송을 통해 질서유지와 함께 침착하게 탈출을 유도했지만 화염이 번지자 승객 20여 명이 5m 높이에서 직접 물로 뛰어들었다. 나머지 80여 명은 차례로 로프를 타고 보트로 이송되었다. 1시55분경부터 시작된 구조작업은 오전 3시 10분경 탑승객 130명 전원이 함정에 오르면서 끝났다.

임재철 함장은 "워낙 다급해서 인근 상선이나 어업선에다 라이프 보트(구명정)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인근 함정에도 지원을 요청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완전 구조를 마친 시간이 오전 3시 30분경이었는데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여수해경소속 제317함에서 임재철 함장이 130명의 탑승객을 구조한 설봉호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여수해경소속 제317함에서 임재철 함장이 130명의 탑승객을 구조한 설봉호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심명남

"정말 하늘이 도왔습니다. 단 한사람의 인명피해도 없이 구조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기상여건이 좋은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침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해경이 신속하게 사고지역에 도착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고 침착하게 함정의 유도에 잘 따라줘서 안전하게 작전이 이루어진 듯합니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끝까지 애써 준 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성공적인 인명구조가 이루어진 것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기상여건, 구조요청을 받고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 해경, 승객들에게 침착하게 대피 유도를 한 설봉호 승무원들,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

 9일 오전 여수시 봉산동 경비함정 부두에서 열린 특진 임용식에서 김두석 여수해양경찰서장이 해경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9일 오전 여수시 봉산동 경비함정 부두에서 열린 특진 임용식에서 김두석 여수해양경찰서장이 해경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 심명남

제58주년 해양경찰의 날(10일)을 맞아 여수해양경찰(서장 김두석)는 9일 오전 여수시 봉산동 경비함정 부두에서 특진 임용식을 거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직접 참석해 130명의 인명을 구한 일등공신인 제317함 승조원과 당시 구조 활동에서 공을 세운 해경대원들을 치하했다.

특별승진에는 정주영 경사, 오재호 경장, 곽장호 순경이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고 구조 활동에 공을 세운 해경대원 10명에게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 30명에게는 해양경찰청장 표창이 수여되었다.

 한때 금강산 관광에 이용되었던 설봉호가 부산에서 제주도를 가는 도중 백도해상에서 화마에 불타자 여수해경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때 금강산 관광에 이용되었던 설봉호가 부산에서 제주도를 가는 도중 백도해상에서 화마에 불타자 여수해경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 여수해경

[인터뷰] "불기둥, 말 그대로 허벌나게 솟았다"
다음은 당시 설봉호 화재 피해자대책위원회 김영태 회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

-  설봉호는 어떤 배인가?
"부산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인데 오후7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제주도에 도착 예정이었다." 

- 언제 사고가 났나?
"새벽 1시를 조금 넘겼던 것 같다. 내가 당시 집사람과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당시 바에는 우리 부부 외는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그때부터 고무 타는 냄새가 났다. 약간 이상했으나 배에서는 원래 그런 냄새가 약간 난다는 농담으로 돌렸고 이후 우리 부부는 객실로 들어갔는데 불이야 하고 난리가 났다."

- 많이 놀라지 않았나?
"엄청 놀랐다. 말은 사람들에게 침착하고 안정을 취하라고 하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막 우왕좌왕했다. 만약 승객이 많았으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인원이 많지 않아서 불행 중 다행이다. 더구나 불이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일어나서 아마 늦었으면 큰 일이 났을 것이다."

- 화재는 어디서 났나?
"배후미 엔진부분 쪽에서 냄새가 났다. 식당이 그쪽에 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엔진에 불이 났는지 정보과장과 팀장 형사들도 많이 와서 정확한 사고원인은 감식을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후 국과수에 의뢰해야 화재원인이 나오는 모양이더라. 아직 결론은 안 나왔다."

- 불이 난 후 여객선에서 방송은 했나?
"불이 나면 비상벨이 울려야 하는데 비상벨이 전혀 없었다, 안내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서는 의도적으로 방송을 안 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자기들끼리 초기 진압하려고 아마 쉬쉬하다 더 커져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승무원 측에서는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일부러 방송을 안 했다고 얘기를 하더라."

- 불이 난 후 전기는 있었나.
"전기가 없었다. 온천지가 어두운 암흑이었다. 깜깜한 상태에서 어디가 어딘지, 승무원인지 승객인지,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갔다"

- 사진으로 보니 불이 장난이 아니더라.
"불기둥이 엄청났다. 말 그대로 허벌나게 솟았다.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여자들도 참 용감한 사람 많더라. 승객들이 물에 막 뛰어드는 데 한 5m 정도 높이에서도 시커먼 바닷물에 막 뛰어 내리고 하여튼 아수라장이었다."

- 화재가 나자 어떻게 대처했나?
"앞이 보이지 않았다. 2층에 있다 3층으로 갔다가 여기 있으면 더 위험하니까 배 맨 앞쪽 갑판으로 나갔다. 불길이 앞쪽으로 밀려오니까. 우리 집사람은 5m 에서 바다로 뛰어 내렸고 이어서 나도 번지 점프하듯 뛰어 내렸다. 이후 해경이 구조해 구명보트에 옮겨 탄 후 다시 큰 배로 갈아탔다."

- 왜 해경이 구조현장에 왔는데 5m 높이에서 뛰어 내렸나?
"해경이 불꽃 때문에 가깝게 접근을 못한 것 같다. 일단 급하니까 인솔하는 사람이 위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그러고 일부에서 줄 타고 내려오고 어떤 사람은 애를 끌어안고 줄로 묶어 내리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구조가 되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래도 의외로 질서를 잘 지켜주더라, 서로 양보도 하고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노약자 먼저 챙기며 양보도 하고 그런 면은 참 보기가 좋더라."

- 승객들이 얼마나 바다에 뛰어 들었나?
"해경이 출동하고 난 후 뛰어 내렸다. 순찰 중이던 해경이 15분에서 20분정도 됐는데 빨리 왔다. 그래서 모두 안도했다. 그 사람들이 오니까 맘 놓고 뛰어 내린 것 같다. 뛰어내리면 그 사람들이 구출을 했으니까. 또 다행인 것은 바다가 잔잔했다는 것이다. 만약 파도가 많이 쳤다면 엄청 구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다친 사람들은 없나?
"승객 중 10여 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일부는 퇴원하고 일부는 아직 입원중이다. 그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나도 어제부터 온몸이 쑤시고 왼쪽 팔이 구부리지 못할 정도로 애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적 후유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 피해보상은?
"회사에서 아직 뚜렷한 반응이 없다. 회사 측에서 보험은 어느 정도인지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인지 항간에는 보상이 많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빠른 시간내 회사 측에서 공식입장을 표명해 줬으면 좋겠다."

-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나.
"대책위가 공동위원 5인으로 구성되었는데 제가 공동위원장 대표를 맡게 되었다. 거주자가 대부분 부산과 제주사람들이다. 저만 서울 사람인데 지금 대표이사와 피해자 간 별다른 얘기가 없다. 화물 다루는 사람들은 생계 문제가 달려있다. 당장 생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이사가 아직 답을 못 줬다고 연락이 왔는데 빠른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설봉호#해양경찰#여수해경#제317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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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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