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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노스 전기> 1권 겉표지
▲ <케노스 전기> 1권 겉표지
ⓒ 드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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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같은 롤플레잉 게임을 할 때면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캐릭터마다 장점이 있기 때문에 떠올리는 것이다.

마법사라면 화려한 마법으로 다수의 적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고, 궁수는 원거리에서 정교한 사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 그리고 전사는 강인한 체력과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장검과 도끼를 휘두르며 몬스터에게 달려든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에서 전사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회색의 간달프나 꽃미남 레골라스보다는 단순무식(?)했던 드워프 전사 김리가 더욱 흥미롭게 보였다.

전투가 시작되면 단단한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서 도끼를 휘두르며 적을 맞이하고, 싸움이 끝나면 덥수룩한 수염을 거품으로 적시며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전사의 모습. 보기만 해도 통쾌해지지 않을까.

게다가 '전사'라는 단어에서는 왠지 사람의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낭만적인 여운이 느껴진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돌보지 않는 전사, 약속과 신의를 중요시하고 어떤 경우에도 배신을 모르는 전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전사, 이런 전사는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전사 케노스의 등장

기천검의 판타지 <케노스 전기>의 주인공 케노스가 바로 그런 전사다. 2미터의 키에 단단하고 질긴 근육으로 뒤덮힌 거대한 체격을 가진 케노스는 한눈에 보더라도 전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들고 있기에도 벅찬 커다랗고 무거운 무기를 가볍게 휘두르며 길을 걷는다.

거대한 체구 만큼이나 그의 전투실력도 대단하다. 힘도 힘이지만 움직임이 빠른데다가 싸움판의 판세를 읽는 천부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 한 차례 전투가 끝나면 휴식을 취하며 그날의 전투를 복기한다. 이번 전투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며 언제올지 모르는 다음 전투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케노스는 타고난 전사이면서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점점 성장해가는 전사이기도 하다. 힘과 기술, 스피드가 모두 뛰어난데다가 마음을 열어놓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한다. 케노스는 50대 1의 싸움에서도 밀릴 것 같지 않은 불세출의 전사인 것이다.

<케노스 전기>의 또다른 주인공 토모는 우연한 기회에 케노스를 알게 된다. 떠돌이 상인인 토모는 혼자서 길을 가다가 산적 비슷한 무리들을 만난다. 자신의 목숨과 장사밑천을 모두 빼앗기게 된 순간에 수퍼맨처럼 나타난 케노스.

산적들은 케노스가 혼자라는 점을 노리고 달려들지만, 케노스는 특유의 막강한 '똥파워'로 산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토모를 구해낸다. 이때부터 이 둘은 함께 대륙을 여행하며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케노스가 가지고 있는 출생의 비밀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케노스는 왜 전사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케노스 전기'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케노스의 이야기다. 케노스가 대륙에 나타난 과정부터가 흥미롭다. 케노스는 성인이 될 때까지 온갖 마수들의 세상인 카라쿠스 산맥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서 성인이 된 이후에 인간사회에 발을 딛게 된 것이다.

카라쿠스 산맥에서 수많은 마수들을 사냥하며 살아온 케노스에게, 강호에서 검을 들고 설치는 인간들은 그야말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작가는 백지상태에서 조금씩 무술을 배우는 주인공이 아니라, 처음부터 절정고수로 등장해서 분위기를 제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0 대 0의 행진을 계속하다가 막판에 1점차 승부차기로 시합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자마자 점수차가 나기 시작해서 일방적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원사이드 게임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주인공이 골리앗이다.

케노스에게도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케노스가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점이다. 토모는 케노스에게 세상에 대해서 가르치고 케노스는 그 과정을 통해 또다른 의미에서의 성장을 이어간다. 케노스처럼 항상 이기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현실에서는 언제나 이기는 것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케노스 전기> 기천검 지음. 드림북스 펴냄.



케노스 전기 2 - 빈텔의 마녀

기천검 지음, 드림북스(2011)


#케노스 전기#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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