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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조미료의 폐해에 대한 얘기를 하면, "스님, 요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가정이 어디 있어요? 안 먹은 지 오래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되묻는다. "진간장도 없애셨나요?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은 전혀 안 드시나요? 외식은 전혀 안하시나요?"라고 하면 그런 것까지 안 먹고 어떻게 사느냐는 표정이다. 화학조미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인식이 되어 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화학조미료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에서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선재 스님 저, 불광출판사 펴냄)을 읽다가 '뜨끔해져' 밑줄을 그은 부분이다. 나도 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화학조미료의 폐해를 잘 알고, 식품첨가물이나 GMO작물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라 과자 하나 살 때도, 식용유 한 병 살 때도 눈에 불을 켜고 성분들을 따질 정도지만 진간장을 미처 퇴출하지 못한 그런. 

책을 읽으며 '알아 둘 필요가 있는 내용'이거나 '어떤 지식이나 상식', '멋진 표현' 등에 밑줄을 긋는 편인데, 이 부분은 이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이 밑줄을 그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아차!' 싶은 마음과 생각부족으로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다는 아찔한 마음으로.

미원과 다시다는 버리면서 '진간장'은 쓴다고요?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겉그림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겉그림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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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학조미료의 대명사인 미원과 다시다를 본격적으로 쓰지 않은 것은 대략 6년 전 쯤. 그전에는 친정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대로 김치 담글 때 미원 넣고, 찌개를 끓일 때면 다시다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었다. 그즈음 식품첨가물의 폐해를 알리는 책도 여럿 출간되고 방송 등에서도 워낙 많이 다뤘기에 과감하게 남아있는 화학조미료들을 버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진간장은 버리지 못하고 이제껏 별 생각 없이 쓰고 있었던 것이다. 와중에 이 책의 그 부분을 읽었던 거고.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에 글루타민산나트륨과 증점제, 산미료 등으로 맛을 낸 다음 카라멜색소 등으로 간장의 색을 내는' 산분해간장(양조간장)의 실체를 다룬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이란 책까지 읽었음에도 진간장은 쉽게 내칠 수 없었다.

식품첨가물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 한동안은 진간장 대신 집간장으로 나물을 무치거나 볶음, 조림 등을 했다. 그런데 단맛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지금보다 많이 어렸던 아이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단맛을 낸다고 설탕을 넣자니 또한 찝찝했다.

생협 매장에서 안전하다는 간장을 샀다. 그러나 그도 잠깐, 사는 곳 가까이에는 생협 매장이 없는지라 일부러 시간 내 가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쉬운 마음에 슈퍼에서 괜찮은 성분을 따져 간장을 구입해 쓰게 됐고 이후 별다른 생각 없이 오늘까지 온 것이다. 간장을 살 때마다 성분표시를 꼼꼼하게 따지는 등 나름 신경을 쓰지만 그래도 100% 개운해 하지 못하면서.

집간장으로 진간장 만드는 법
 ① 다시마, 표고버섯, 말린 가죽나물에 물을 넣고 푹 삶는다. ② 이 물에 집간장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③ 냉장고에 넣으면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다 ④ 모든 조림 음식에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아마도 나처럼 주방에서 모든 화학조미료는 추방했지만 막상 진간장은 버리지 못하고 썼던 사람들이 많으리라. 여하간 '집간장으로 진간장 만드는 법'을 보는 순간 무척 반가웠다. '그래, 이제부턴 어머니 댁 항아리에서 간장을 떠다가 진간장을 만들어먹는 거야'

그런데 어렸을 때 시골에서나 봤던 '가죽나물'이 마음에 걸렸다. '시중에 파나? 어떻게 구하지? 꼭 넣어야 하나? 그냥 다시다와 표고버섯 같은 것 넣고 그럼 안 되나? 꼭 넣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난감해졌다.

출판사를 통해 선재스님에게 물은즉, 말린 가죽나물을 꼭 넣지 않아도 된단다. 살균과 같은 어떤 효과 때문에 넣는 것이 아니라 가죽나물의 영양을 섭취함이니. 참고로 필자는 다시마와 표고버섯, 통마늘, 말린 생강, 말린 홍고추를 넣었더니 약간 매운 듯 칼칼한 것이 맛있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따라해 봤으면 좋겠다. / 김현자
여하간 내 친구들은 어떨까 싶어 나도 스님처럼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다들 말했다. "야, 요즘 그런 거 쓰는 사람이 어딨니? 무식하게!"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 "그럼 진간장 대신 어떤 간장을 쓰냐?"고 물었더니 답한다.

"진간장? 그건 괜찮지 않아? 그냥 쓰는데? 난 미원하고 다시다, 그리고 콩과 옥수수로 만든 유전자 조작 식용유만 안 좋은 걸로 아는데?"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부들이 나와 내 친구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화학조미료가 좋지 않다는 것, 유전자 조작 콩과 옥수수로 만든 식용유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이것들은 멀리하고 있지만 이 둘이 모두 포함된 진간장은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는 그런. 혹은 나처럼 그럼 어떤 간장을 써야할지 몰라 그냥 쓰고 있는 그런.

사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한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화학조미료를 100% 차단하지 못한다. 특히 국간장이라고 부르는, 즉 집간장마저도 슈퍼마켓에서 사 먹어야 하는 주부들에게 나의 진간장에 대한 이런 자책은 '부러움'이 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 댁에 가면 얼마든지 퍼 먹을 수(?) 있는 집간장이 있으니 말이다.

게을러지는 나를 죽비처럼 탁탁치는 선재 스님의 책

"그릇을 덜 닦아 놓으면 습기가 그릇에 차서 세균이 번식하기 마련이다. 그릇은 반드시 손질하여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그것이 그릇에 대한 청정이요, 예의이다." - 책에서

지난 겨울부터 설거지를 무조건 미루는 습관이 생겼는지라 이 부분 역시 뜨끔하게 밑줄 그으며 읽었다. 설거지를 미루고 돌아서다가 이 말이 떠올라 다시 설거지를 한 날도 꽤나 된다. 그냥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했던 일 중 하나라 설거지의 중요성을 별도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릇에 묻은 것들을 씻어야 한다는 생각뿐.

여하간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읽고 넘겨버렸을지도 모를 이 부분이 선재스님의 호통처럼 떠오르고, 죽비처럼 자꾸 게을러지려는 나를 탁탁 쳐대는 통에 이 책을 읽은 이후인 올여름 내내부터 지금까지 설거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그릇과 그릇사이를 최대한 벌려 빨리 마르게 한 다음 먼지라도 앉을 새라 수시로 그릇장에 넣으며.

"상을 차릴 때도 마찬가지다. 상 중앙에는 간장과 김치를 놓아야 한다. 밥은 발효음식이 아닌지라 반드시 발효음식인 김치와 간장, 된장과 함께 먹어야 한다. 밥 먹기 전에 간장을  먼저 먹으면 체하지 않는다. 간장에 물을 타서 체한 환자에게 먹이면 낫기도 한다. 간장 물을 마시면 몸 안의 독소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김치를 썰 때도 엇갈려서 줄기와 잎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생각 없이 썰어 놓으면 줄거리 먹는 사람은 줄거리만 먹고, 이파리 먹는 사람은 이파리만 먹게 되니까 영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가 평소 자주 먹는 음식에서 대표적인 떫은맛은 우엉과 연근이다. 우엉과 연근의 떫은맛을 우리기 위해 물에 담그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금물이다. 떫은맛의 약효와 맛이 다 빠지기 때문이다. 떫은맛은 끓이면 단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끓이면 된다. 마트에 가면 껍질을 벗긴 새하얀 우엉과 연근을 파는데, 조금 수고롭더라도 되도록 껍질을 벗기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떫은맛하면 생각나는 것은 도토리와 은행이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중금속을 배출해주는 데 탁월한 이들에 대한 설명은 새삼스러울 것 같다. 우엉과 연근은 몸 안의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아주 좋은 식품이다.

첫째가 대여섯 살 때부터 연근조림을 유독 좋아했던지라 연근조림은 대충해도 99% 정도 성공할 정도로 주부로 사는 동안 참 많이 했던 반찬 중 하나다. 그런데 아뿔싸! 이제까지 '물에 담가 떫은맛을 빼라'는 여타의 요리책들 설명대로 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물을 모두 따라 버리고 조렸다. 몰라서 정작 몸에 좋은 성분을 흘려 내버린 것. 아깝게 말이다.

'좋은 먹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사찰음식>

선재스님은 이처럼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먹을 것 '관련 참 많은 것들을 들려준다. 나와 내 가족을 제대로 살리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것들을. 누구를 위해서든 음식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지녀야만 하는 마음과 태도를. 이왕 알고 먹으면 이제까지 무심코 먹었던 밥 한수저가 훨씬 소중하게 여겨질. 20년 주부의 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지라 얼마 전 요리책을 낸 아우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했더니 "사찰음식 재료들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많아서"라는 대답을 우선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 역시 사찰음식은 '일반인들이 쉽게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이제까지 사찰음식에 관심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선재 스님이 소개하고 있는 사찰음식들은 애호박전과 시금치나물, 콩나물잡채, 팥죽, 김밥 등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쉽게 해 먹는 것들이다. 이제까지 내가, 우리 대부분이 해먹던 음식들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외에도 어떤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그 대략만 소개하면.

▲ 간에 좋다는 미나리,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저혈압이면 주의해서 먹어야 ▲ 그늘에서 잘 말린 쇠비름을 1년 동안 달려먹으면 당뇨병이 완치? ▲ 몸이 아플 때 자꾸 먹고 싶은 음식은 몸에 좋지 못한 음식? ▲ 옷의 녹물(쇳물)은 괭이밥을 찧어 바르면 빠진다 ▲ 쓴맛이 나는 오이꼭지는 절대 먹지 말아야 ▲ 자궁암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편식? ▲ 어린이가 은행 5알 이상을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 튀긴 음식이 정말 위험한 이유는 ▲ 가을의 늙은 가지는 노인들은 먹지 말아야 ▲ 따뜻한 성질을 가진 쑥은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눈을 상할 수 있다 ▲ 식사 후 30분 지나지 않아 커피 마시면 섭취한 비타민C 모두 파괴 ▲ 병은 30%는 유전, 30%는 외부환경, 40%가 음식에서 온다.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따라해보자

우엉두부김밥
 우엉두부김밥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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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쌀 3컵, 다시마(5cm) 2장, 김 10장, 두부 1모, 우엉 1대, 당근(中) 1개, 오이 1개, 시금치 1단, 무장아찌 4/1개, 포도씨유(또는 현미유, 유기농 콩기름) 2컵, 들기름 2큰술, 집간장 1큰술, 조청 2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통깨 1큰술 약간

조리법: 1.두부는 굵고 길게 썰어 물기를 제거하고 노릇하게 두 번 튀긴다. 2. 채 썬 우엉은 들기름을 두르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집간장과 조청을 넣어 조린다. 우엉이 조려지면 우엉은 건지고 팬에 집간장과 조청을 더 넣은 후 튀긴 두부를 넣어 조린다. 3. 당근은 채 썰고 오이는 길죽하게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간 하여 살짝 볶는다. 4. 시금치는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궤 소금, 참기름을 넣어 무치고,무장아찌는 곱게 채썰어 준비한다. 5. 쌀에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지어 소금, 참기름, 통깨로 간을 해서 골고루 버무린 뒤 김 위에 얇게 펴고 두부를 놓고 채소를 듬뿍 넣어 김밥을 싼다. -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에서

선재스님이 소개하는 사찰음식 중 내가 해본 음식 몇 가지는 미나리감자전과 통밀가루애호박전, 단호박된장수제비, 우엉두부김밥 등이다. (몇 가지 더 있지만) 미나리감자전은 간에 좋은 음식이라 남편을 위해, 통밀가루애호박전은 이제까지 해먹던 호박전과 달라서 따라 해 본 것이다. 애호박 반은 강판에 갈고 반은 채썰어 밀가루를 넣어 반죽한 다음 한수저씩 떠서 동그랗게 부쳤는데, 선재스님이 레시피에 덧붙인 것처럼 단맛이 많아 우리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명절음식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단호박된장국수도 전혀 색다른 방법의 칼국수라 따라 해본 것인데 단호박 특유의 단맛과 부드러운 맛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맛있게 먹었다. 허물없는 손님에게 해줘도 좋을 것 같다. 우엉두부김밥 역시 이제까지 우리들이 흔히 해먹는 김밥과 전혀 달라 해본 것. 식품첨가물 단무지를 넣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김밥인데다가 독특한 만큼 가족들과의 특별한 나들이를 위해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선재스님 씀 불광출판사 2011.5 17000원)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지음, 불광출판사(2011)


태그:#선재스님, #사찰음식, #우엉두부김밥, #단호박된장국수,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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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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