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5월 18일,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 후보와 박명기 후보는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11시간 넘게 실무진들 사이에 릴레이 협상이 이어졌지만 오후 11시 30분께, 공식적인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9일 오후, 두 후보는 극적인 단일화를 이룬다. 18일과 19일,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 당시 단일화 협상과정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이 모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석운 당시 곽노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이하 선대본) 공동선대본부장,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 김성오 협상대리인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석운 선대본부장은 "곽노현 교육감이 지난 일요일에 입장을 발표하고 난 뒤에 검찰쪽에서는 언론에 '아님말고'식의 무책임한 정보를 흘리고 있고 언론은 이를 받아쓰기 하고 있다"면서 "당시 단일화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분들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박명기 교수 10억 요구... 박쪽 측근 K씨 "각서 써달라"

 

*5월 12일

- 오후 7시 무교동 낙지집에서 조승현(곽노현 선대본 상임집행위원장)과 Y(박명기 선대본 선거대책본부장) 회동

- 곽노현과 박명기 후보간 단일화 방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림

 

*5월 13~14일

- 양 후보 정식후보 등록

 

*5월 15일

- 퍼시픽 호텔 커피숍 회동

- 곽노현 측 :곽노현, 김성오

   박명기 측 : 박명기, Y씨

- 단일화 방식 논의했지만 협상결렬

 

지난해 5월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5.18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양 후보는 시청광장 맞은편에 있는 D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양 후보와 함께 김성오 협상대리인(이하 김성오씨)과 Y씨가 동석했다. 선대본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명기 후보는 "서울교육발전협의회 회장을 하고 싶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김성오씨와 Y씨가 하기로 하고 곽노현 후보와 박명기 후보는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양측 협상 대표단은 이해학 목사·최갑수 교수와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사당동 M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후 이해학 목사의 중재로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성오씨는 단일화가 될 것을 가정하고 유세차량과 사무소, 운동원 등을 어떻게 승계할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에 Y씨는 이미 사용한 선거비용을 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1시간쯤 흘렀을까. 박명기 교수의 측근 K씨가 커피숍에 도착했다. 최근 조중동에서 박 교수의 '핵심측근 A씨'로 거론되는 인물이 K씨다. 선대본에 따르면, 당시 박 교수는 선거비용보전 명목으로 10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K씨는 그 지급방법과 관련해서 각서 또는 차용증을 요구했다. 

 

-장소가 오픈된 커피숍인데 K씨가 갑자기 큰 소리로 각서니 차용증이니 말하여 김성오가 '저런 정신 나간 사람이 협상하는 사람이냐? 저런 사람이 있으면 협상할 수 없다. 저 사람을 빼라'고 하며 퇴장을 요구하였음. 박명기도 이를 수긍하여 K씨를 퇴장하게 하였음.

 

"선거운동 개시하면 끝날 사람들... 돈 주며 단일화 할 이유 없었다"

 

 

- 얼마 후(오후 6시께) 곽노현이 사당동 커피숍에 들어오기 전, 김성오가 커피숍 입구로 나가, '박명기가 돈을 요구하므로 협상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이야기 함. 곽노현은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이해학 목사님과는 인사를 하고 가야죠"라고 말하며, 커피숍 다른 쪽 구석에서 이해학과 잠깐 이야기하고 바로 나감.

 

- 약 30분 후, 박명기가 먼저 나가고 얼마 안 있어 이해학과 최갑수도 돈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리를 일어남.

 

중재자들이 모두 떠나고, 김성오씨와 Y씨가 남아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씨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박 교수 캠프 측)들이 당장 선거운동이 개시되는 20일부터 유세차량을 굴릴 수도, 인쇄 홍보물을 찍을 수도, 플래카드를 걸 수도 없는 상황으로 판단됐다"면서 "박 교수의 지지율로는 선거비용을 보전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미 선거홍보사에서는 돌아선 상황이었고 박 교수 자신도 빚쟁이들 때문에 선거사무실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선거운동 개시조차 어려운 사람들과 굳이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박 교수 입에서 저도 처음 들어보는 돈의 액수가 나온 순간, 협상은 결렬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들도 20일이면 모두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후 9시 30분께, 박명기 교수가 다시 합석했다. 박 교수는 "7억 원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당시까지 쓴 비용이고, 3억 원가량은 유세차 계약금과 선거공보물, 장비구입비 및 선거사무소 보증금"이라면서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과 선대본 모두 이를 거절했고, 협상은 결렬되었다.

 

- 박명기는 퇴장하는 김성오를 쫓아나오며, 손가락으로 7개를 표시하며 "그러면 7억이라도 보전해달라"고 요구함. 이에 김성오는 협상은 이미 끝났다고 이야기 함.

 

- 커피숍을 나온 직후(오후 11시 30분께) 김성오는 곽노현, 최갑수, 박석운에게 전화해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음을 보고함.

 

"Y-L 대화, 곽 교육감이 알게된 것은 10월 말"

 

*5월 19일

- 점심시간이 지난 후 박명기가 조건없이 후보사퇴를 한다는 소식이 상황실에 접수됨.

- 19일 오후, 환경재단 레이슨 카슨 홀에서 곽노현, 박명기 후보단일화 기자회견.

 

문제는 최종협상이 결렬된 5월 1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19일 점심시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느냐다. 박 교수 측은 선대본의 주장대로 정말 아무 조건 없이 후보 사퇴를 한 걸까. 여기에서 김성오씨와 계속해서 협상을 했던 Y씨와 곽 교육감의 회계책임자인 L씨가 등장한다. 둘은 서로 동서지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L씨와 Y씨가 밤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고, 19일 오전 L씨가 Y씨에게 '7억 원을 보전하겠다'는 내용의 '무권대리각서'를 써줬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선대본은 "당시 아무것도 합의가 이루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은 "지금은 L씨와 연락이 닿지 않지만 지난 8월 28일 L씨를 잠깐 만났을 때 '아무 것도 합의해 준 게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L씨가 술을 마시면서 집안일과 관련해서 뭔가 합의해 준 것을 Y씨가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우리도 그날 둘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하다"면서 "경찰이 두 사람을 소환해서 수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오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 L씨가 합의를 해준 게 맞는지, 이를 Y씨가 박 교수 쪽에 어떻게 전달했는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씨와 Y씨가 18일 밤새 술을 마셨고, 이 자리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을 곽 교육감이 알게 된 것은 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작년 10월 말이라고 한다. 선대본은 그날의 대화와 관련해서 어떠한 것도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한다. 박석운 선대본부장은 "선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선대본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곽 교육감이 곧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곽노현#박명기#교육감선거#서울시교육감#서울시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