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북 소리에 드럼 소리도 모자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이 있다.
그것도 잠깐 들리고 마는 게 아니다. 농사 일로 바쁜 아낙네와 남정네들이 해만 떨어지면 마을 한 가운데로 모여 들어 밤 9시가 지나도록 마을을 온통 뒤짚어 놓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부론면 손곡리에선 일년 내내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매일 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소극장에 모여들어 북을 두드리며 난타 공연 연습하고 밴드를 조직해 록음악을 연주하며, 노래패도 만들어 활동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복권기금을 지원받는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으로 진행되는 '신화마을 모두골'의 생활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이다.
이광원(51) 대표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밤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항의도 하고 혼도 내고 하시더니, 막걸리도 받아서 가져다 드리는 등 진심을 보여드렸더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지난 8월 31일 저녁에 찾은 마을 소극장에서는 마침 모듬북 난타(지도강사 이진희)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도강사의 신명나는 춤사위와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열정적인 북 두드림에 6명의 주부들과 함께 따라 온 아이와 강아지까지 흥겨운 북소리에 몸을 맡겼다. 그들은 마치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북소리에 날려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두 시간동안 신명나는 무대를 펼쳤다.
소극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3번뿐. 록밴드 멤버들은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각자 돈을 갹출해서 부론면 소재지에 보증금 3백만 원에 월세 30만 원 짜리 연습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들은 매일 저녁에 모여서 연습 삼매경에 빠진다고 한다.
이들이 이렇듯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오는 10월 1일부터 이틀간 펼쳐지는 남한강 축제 무대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
이렇게 한바탕 신명나게 땀을 흘린 뒤에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갈증과 피로를 날려 버리는 손곡리 사람들. 이들은 하루 하루 행복한 두드림과 어울림으로 신화마을의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 손곡리 주민들은 10월에 있을 남한강 축제에 자체 공방에서 만든 물건들을 전시 판매하여 그동안 '신화마을 모두골' 사업으로 진행된 프로그램들을 모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신화마을 모두골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정대영(그림건축 대표)씨는 "요즘엔 너무 열성적으로 연습에 임해서 살짝 걱정이 앞선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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