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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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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금융)위기가 왜 나왔냐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아무리 건전해도 시스템적으로 리스크(위험)가 있다. 그것을 봐야하는 역할을 중앙은행이 해야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그는 30일 예정에도 없이 기자실을 찾아와, 간담회를 자청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한국은행법 개정안(한은법)' 처리 때문이다. 8월 마지막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미국 출장중이던 김 총재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한은법 개정은 그동안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등을 두고,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 올랐다.

2009년 한은법 개정안은 금융감독 시스템 개선을 위해 중앙은행의 감독 기능을 강화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 등에서 반발하면서, 한은법 개정 등이 쉽지 않았다. 1년 6개월이 넘도록 표류하다가, 올해들어 한은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금융권 뜨거운 감자 '한은법 개정안'...금융권 반대로 또 무산 위기

한은이 그동안 요구해 온 은행 등에 대한 단독조사권은 빼고, 대신 금감원 등과 공동으로 검사, 조사하는 권한을 넣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지난 6월 말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금융권과 노조 등에서 반발하면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반대해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들에게 답답한 듯 "한은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당국, 한국은행 3개 기관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공동 검사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권의 반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공동 검사로 (은행권의)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위기를 방지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횟수를 들어가면서 "한은은 미시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봐야할 부문만 본다"면서 "금감원은 부문적으로 1년에 200회 씩 검사를 하지만, 한은은 공동으로 검사가 1년에 1~2번이 고작이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일본 중앙은행이 은행과 비은행권까지 단독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례를들어가면서 "우리는 은행권에 대해서만 공동 검사권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정도의 검사 수준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한은법 개정안이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가 합의를 한 사안이라는 점을 들면서 "특정 이해집단 생각 때문에 (국회) 의사 결정에 오도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금융기관은 제 아무리 건전해도 시스템상 리스크가 있다"며 "개별 금융기관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하지만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해선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이 해야지, 다른 데서 주는 자료로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은법 통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사도 들었다. 그는 "일본은행 총재부터 한국은행이 얼마나 특이한 체제인지 알고 있다"며 "국회 일정 때문에 미국 잭슨홀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일찍 떠나려고 하는데, 자넷 옐런 미 연준 부의장이 '한은법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은법 국회 통과를 위해 미국 일정까지 중간에 취소하고 귀국한 김중수 총재. 그의 바람대로 내일로 예정된 국회의 8월 임시국회 마지막날 한은법이 통과될 지는 관심거리다.


태그:#김중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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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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