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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우리의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로서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되어 빚어진 독특한 현지문화를 깊숙이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1

컴퓨터 수업이 오후에 있는 우리 팀은 늦잠을 자곤 했다. 부엌 옆에 방을 썼던 나는 기관장 아저씨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처럼 모로코에서 식사준비는 주로 남자 몫이다.

우리가 공동화덕에 맡겼던 잘 익혀진 생선 따진.
 우리가 공동화덕에 맡겼던 잘 익혀진 생선 따진.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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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아침 식사는 바게트나 모로코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모로코 통밀빵인 홉스(khobz)에 올리브유, 올리브, 버터, 살구잼 등을 발라 먹는다. 모로코에서는 매끼 빵이 빠지지 않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코브즈는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는 동그랗고 속이 하얀 통밀빵이다.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직접 구워먹기도 한다.

나무판자와 빵반죽을 덮은 헝겊을 공동화덕에 맡기면 한 시간쯤 뒤에 잘 구워진 고소한 빵을 가지고 갈 수 있다.
 나무판자와 빵반죽을 덮은 헝겊을 공동화덕에 맡기면 한 시간쯤 뒤에 잘 구워진 고소한 빵을 가지고 갈 수 있다.
ⓒ SympaTIC Coree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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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냈던 마을에는 공동으로 음식이나 빵을 구워주는 공동화덕이 있었다.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나 아주머니들이 나무판자와 빵 반죽을 덮은 천을 들고 이곳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화덕에 빵을 맡기고 한 시간쯤이면 빵이 구워져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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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mpaTIC Coree 팀

우리는 생선 따진을 굽기 위해서 화덕에 갔다가 기다리는 동안에 마을 산책을 했다. 하르샤(harcha)라고 부르는 빵도 아침으로 먹는다. 이 빵은 씹을수록 누룽지 생각이 날 만큼 굉장히 고소하다. 빵이 납작하고 잘 부서지는 편이다. 물론 민트차도 빠지지 않는다. 배부르게 다 먹었다 싶으면 계속 아저씨가 빵을 더 나눠주셔서 아침부터 의도하지 않은 폭식을 하였다.

모로코식 팬케익 만들기. 기름은 항상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모로코식 팬케익 만들기. 기름은 항상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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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로코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세끼를 먹는데 점심이 가장 성대하다. 한국음식과 같이 반찬들이 여러 개 있기보다는 큰 그릇에 하나의 음식을 놓고 각자 빵을 숟가락 삼아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점심에는 모로코식 샐러드까지 맛볼 수 있다. 토마토샐러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토마토가 많이 들어가는데 양파와 피망과 함께 소금과 여러 향신료를 넣어서 만든다. 소금과 향신료가 들어간 샐러드가 처음엔 낯설어도 나중에는 맛있어서 메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샐러드로 배를 채우는 '불상사'가 생긴다.

모든 음식에 토마토와 감자는 빠지지 않는다.
 모든 음식에 토마토와 감자는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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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진(Tagine)은 모로코의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쇠고기 따진, 닭고기 따진, 생선 따진, 미트볼 따진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양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큰 가족 행사가 있을 때 많이 먹는다고 한다. 따진은 모로코 전통의 원뿔모양의 도자기 용기 이름인 동시에 그 용기로 만든 음식의 이름이기도 하다. 올리브유와 노란 색깔이 나는 심황, 다양한 향신료 그리고 고수풀을 다져서 특유의 모로코향이 나게 고기와 야채를 양념한다.

야채로는 토마토와 감자, 고추와 가지 등이 들어간다. 특유의 향신료 맛의 따진에 들어가 있는 올리브와 함께 먹으면 굉장히 맛있다. 빵으로 따진을 먹을 때 조금 맵게 먹고 싶으면 빵에 빨간 고추를 다진 양념을 찍어 먹을 수도 있다. 나는 항상 마지막까지 남아서 국물까지 빵으로 찍어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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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리라 스프는 특히 라마단 기간에 즐겨먹는 음식이다. 토마토를 푹 대친 스프로 향신료와 파셀리로 맛을 낸다. 콩, 스파게티, 고기로 맛을 더할 수 있다. 샐러드와 따진까지 다 먹고도 하리라를 두 그릇씩 해치웠는데 계속 더 주신다는 아저씨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항상 "그럼 반만 더 주세요" 라고 하면 한 그릇 가득 채워 주셔서 식사를 마칠 쯤에는 정말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우리가 배가 터진다는 시늉을 하니 아랍어로는 "아나 안따르덱"이라고 알려주신다. 이 말은 두고두고 식사 때마다 잘 활용했다. 한국말로는 "배 터지겠다! 라고 알려주니 발음이 우스운지 가족들이 이 말로만 10십분은 족히 웃었다.

라마단기간에 특히 많이 먹는 모로코식 스푸 하리라.
 라마단기간에 특히 많이 먹는 모로코식 스푸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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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매주 금요일은 꾸스꾸스를 먹는 날이다. 꾸스꾸스는 북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 잘 알려진 음식이다. 쌀보다 더 작은 크기의 세몰리나 알갱이에 향신료와 각종 야채를 쪄서 만든 요리다. 손을 이용해서 적당량 집고 살짝살짝 손목을 돌리면서 동그랗게 만든 다음에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입으로 쏙 넣어서 먹는다. 나도 손으로 예쁜 동그라미를 만들어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알갱이들이 내 마음대로 뭉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는 손으로 먹는 게 더 맛있게 느껴졌다.

큰 따진 그릇에 만든 꾸스꾸스 요리도 모로코의 대가족이 한번 손을 대면 순식간에 없어진다. 과일과 함께 으깨서 동그랗게 만들어 먹는다.
 큰 따진 그릇에 만든 꾸스꾸스 요리도 모로코의 대가족이 한번 손을 대면 순식간에 없어진다. 과일과 함께 으깨서 동그랗게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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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렇게 세 끼를 먹고 사실 우리는 저녁시간쯤에 간식까지 챙겨 먹었다. 각종 빵들과 요플렛 혹은 민트차를 마셨다. 그 중에는 모로코식 크레페인 바그리르도 있었는데 구멍이 송송 뚫린 빵에 꿀을 잔뜩 묻혀서 먹어 아주 달았다. 민트차에다가 바그리르까지 먹으면 왜 모로코 사람들 중에서 젊은 나이인데도 이빨이 빠진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바그리르를 한입 먹고 너무 달아서 차를 마시려고 하면 차가 더 달다.
 바그리르를 한입 먹고 너무 달아서 차를 마시려고 하면 차가 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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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렇게 많이 먹는 대신에 낮 동안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이 오면 적게 먹겠지 라고 지레 짐작하며 항상 식사시간에는 제일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떼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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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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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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