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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처럼 빠른 게 또 없다. 열대야에 더하여 폭우까지 너무 잦아 지긋지긋했던 게 바로 올 여름의 이상기온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속여도 자연의 순환법칙만큼은 결코 속일 수 없는 법이다. 계절은 어느새 천고마비의 가을로 발을 깊숙이 들여놓고 있으니 말이다.

올 추석마저 보름여 앞으로 부쩍 가까웠기에 어제는 머리를 깎고자 하였다. 얼마 전까지는 사무실 근처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곤 했다. 하지만 어찌된 미용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가는 데도 실로 이상스럽게 1천 원씩을 또박또박 올려 받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머리만 깎는 데는 5천 원입니다. 머리까지 감으신다면 1천 원이 추가되고요." 라더니 다음엔 그 가격이 7천 원으로, 그 다음 달엔 8천 원... 이런 식으로 종작없이 값을 후려치는 바람에 그만 정나미가 십 리 밖으로까지 떨어졌던 것이다.

하여간 어제 퇴근하면서 장을 보려 J 시장에 들어섰다가 불과 4천 원이면 머리를 깎고 감겨주기까지 하는 어떤 미용실에 들어서게 되었다. 주인은 마침 하나 뿐인 손님의 머리를 깎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그리곤 그 손님의 머리 손질이 끝나면 응당 내 차례이겠거니 하곤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럴 즈음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이 각각 하나씩 들어섰다. 그러더니 둘 다 비어있는 의자에 털썩 앉는 것이었다.

이윽고 내가 들어서기 전부터 머리손질을 하던 손님의 이발이 끝났다. 그 손님이 셈을 치르고 나가자 미용실 주인은 어이없게도 나는 빼고 나중에 들어선 남자부터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다. "어? 내가 먼저 왔는데 이런 경우가!"

그러자 주인은 "이 손님이 바빠 보여서요..." 이러면서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버럭 부아가 솟았다. "나도 바빠요!" 그러나 차마 소인배처럼 화를 내긴 뭣하여 꾹 참았다. 그런데 그 남자의 머리 손질을 마친 주인은 다시금 또 다른 여자 손님, 그러니까 엄연히 나보다 늦게 들어선 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매만지는 것이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담...!!  너무나 화가 나니까 눈앞이 차라리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참았다.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런 말도 않은 채 내려놨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미용실을 나왔다. "안녕히 가세요~" 빌어먹을! 들어올 적엔 콧방귀도 안 꾸더니 정작 나간다니까 그제야 인사를 해?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거길 나와 근처에서 푸성귀 따위를 샀다.

그러면서 "저 미용실은 왜 그래요?" 라며 잠시 전에 겪었던 대략난감의 경우를 잠시 원망의 심지로 내비쳤다. 푸성귀를 파는 아줌마가 답했다. "저 미용실에 처음 오셨구려, 저긴 무조건 들어와서 앉는 사람부터 머리를 깎아준다오."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했다. 그렇긴 하되 기다리는 사람은 그럼 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튼 옛날 같았더라면 '못된 성깔'의 나에게 어제 그 미용실의 주인은 필시 크게 경을 치고도 남았으리라.

나는 스스로에게 자꾸만 다짐과 용기부여의 자위를 비료로 뿌리며 집으로 돌아섰다. '경석이도 옛날 성질 다 죽었네! 하지만 잘 참았다. 참는 게 이기는 거다...' 그러자 비로소 활화산과도 같던 울화통의 샘이 시나브로 평정(平靜)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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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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