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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동부무한돌봄센터(센터장 이혜주)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 이름 하여 '안성맞춤 청소년 향토탐방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바울 복지사는 말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원 아니면 컴퓨터 앞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방학 동안에는. 이런 청소년들이 여름방학을 좀 더 재밌고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맘에서 이 프로그램을 준비 했어요."

지난 8월 1일, 안성시무한돌봄센터에서 4명의 청소년과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사실 순수한 첫 만남은 아니었다. 그동안 센터와 수시로 관계가 이루어져 온 청소년들이었다. 적어도 서먹서먹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준비한 사람도 체험할 사람도 어색할 뿐이었다.

"우리가 알아서 찾아가야 해요"- 흰돌리마을 편

제일 코스로 안성의 명물 '흰돌리마을'이 당첨되었다. 흰돌리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탐사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이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첫 코스다.

안성 흰돌리마을 간판 앞에서 청소년 탐방대 소녀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현바울 복지사, 정세미양, 고아름양, 이혜인양, 이혜림양 등이다.
▲ 흰돌리마을 편 안성 흰돌리마을 간판 앞에서 청소년 탐방대 소녀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현바울 복지사, 정세미양, 고아름양, 이혜인양, 이혜림양 등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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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아침,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마을탐사노트 하나 주고 'OOO 할머니' 댁을 알아서 찾아 가란다. 4명의 청소년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OOO 할머니 댁을 잘도 찾아간다. 물론 마을 주민에게 물어서다.

해당 농가와 시골밥상도 마주 대하고, 농사도 지어본다. OOO 할머니에게 "농사지을 때 어려운 점은 뭐에요? 요즘 반찬은 무엇으로 해서 드세요?" 등을 묻는다. 모두가 탐사노트에 적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농장 트럭 뒤에 타고 고추밭을 갈 때는 농사보다 트럭이 훨씬 재밌다. 버스처럼 정해져 있는 자리가 아닌 덜컹거리는 트럭 뒷자리가 재미 만점이라는 건 타본 사람만이 안다. 고추밭에 도착한 그들은 주인과 함께 고추도 따보고 풀도 메어본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며 마을 탐사지도를 그린다. 막둥이 고아름(초4)양이 말한다.

"우리가 알아서 흰돌바위를 찾아 갔고, 그 위에서 1분간 '야호'를 하며 동영상을 찍은 것이 재밌어요. 미션을 수행하며 농촌 체험하는 게 엄청 신나요."

"내손으로 화장품 만들어요"- 안성 허브마을 편

제이 코스는 소녀들이 딱 좋아할 코스다. 현재 참가한 청소년 4명이 모두 소녀라는 걸 감안하면 안성맞춤코스라고나 할까. 지난 12일 도착한 '안성 삼죽 허브마을'. 입구부터 허브 향기가 진동을 한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각종 꽃들이다.

허브로 만든 제품을 구경하는 소녀들은 잠시 쇼핑의 즐거움에 푹 빠진다. "야, 저거 예쁘다. 저거 사고 싶다." 좋은 물건을 본 소녀들의 입이 가만히 있을 새가 없다. 실은 눈은 아주 즐거운데, 그놈의 주머니 사정 때문에 속이 좀 쓰리긴 하다.

자신이 직접 사용할 화장품을 소녀들이 지금 만드는 중이다. 무슨 대단한 과학실험을 하듯 사뭇 진지하다.
▲ 화장품 만들기 자신이 직접 사용할 화장품을 소녀들이 지금 만드는 중이다. 무슨 대단한 과학실험을 하듯 사뭇 진지하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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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 소녀들의 눈은 설렘으로 광선이 나오는 듯하다. 자신들의 손으로 30분 정도 공을 들여 만든 각종 허브 화장품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기를 직접 골라 만드는 재미도 있다.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시간이다. 근사한 음악과 함께 '돈가스 식사'는 이 프로그램의 품격(?)을 올린 듯. 마침 오늘이 이혜인(중1) 양의 생일이다. 이걸 두고 '안성맞춤, 금상첨화'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의 화장품을 만들 때 맡은 아로마 향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이혜림(중2) 양, "허브마을이 제일 재밌고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정세미(중2) 양 등은 천생 소녀다.

"내가 캔 고구마 좀 봐라" - 구메농사마을 편

지난 20일에 있었던 안성 구메마을 체험엔 새로운 탐방대가 꾸려졌다. 기존 소녀 3명이 사정상 빠지고, 새로운 소녀 2명과 소년 2명이 합류해 도합 5명이 되었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멋진 아저씨의 마을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소년들이 고구마줄기를 걷어낸 곳에 투입된 '호미소녀'들이다. 호미질 몇 번에 얼굴을 드러내는 고구마들이 그저 반갑고 신기하기만 하다.
▲ 안성 구메농사마을 편 소년들이 고구마줄기를 걷어낸 곳에 투입된 '호미소녀'들이다. 호미질 몇 번에 얼굴을 드러내는 고구마들이 그저 반갑고 신기하기만 하다.
ⓒ 현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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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신의 호미를 고르는 재미가 이어진다. 자신의 호미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고구마 밭으로 출동이다. 그래도 소년이라고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줄기를 걷어낸 밭에 '호미소녀'들이 투입된다. 호미질을 몇 차례만 해도 쑥쑥 얼굴을 내미는 고구마들이 그저 반갑고 신기하다. 자신이 캐낸 고구마가 크거나 예쁘면 "이거 봐라"며 자랑하는 소녀들의 '자랑질'이 고구마 밭을 웃음 밭으로 만든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요."란 노래가 절로 나는 시간이다. 족대를 어깨에 걸치고 미꾸라지 사냥에 나선다. 아름다운 연꽃 밭을 지나서 냇가에 도착한다. 누구나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아저씨가 살짝 얄밉다. 망설임 끝에 물에 첨벙. 막무가내의 '족대질'. 미꾸라지가 그리 만만할쏘냐. 탐방대의 '족대질' 허탕은 죽 이어지고. 그래도 재밌다. 생전 처음해 본 '족대질'과 미꾸라지와의 한판 승부가.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시간이다. 마을에 핀 예쁜 꽃들을 따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따온 꽃을 하얀 손수건으로 감싸서 숟가락으로 문지를 땐, '과연 어떤 모양이 나올까'는 설렘으로 잠시 행복하다. 기대 이상의 모양은 행복을 배가한다. 그 행복은 '자신이 만든 손수건은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내가 원래 시골  스타일을 싫어하는 데도 무척 즐거웠다"는 김태호(중졸 검정고시합격)군, "정말 즐겁고 보람찼다"는 유병수(중졸 검정고시 수험생) 군, "오늘 하루 엄청 재미있었다"는 이나리(초5)양, 글이 아닌 그림으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 이나영 (중3, 지적장애 2급)양 등의 표현에서 구메마을의 하루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지적장애 2급인 이나영 양이 구메마을을 체험하고 직접 그린 그림이다. 글로 못하면 그림으로라도 표현하는 소녀의 감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에 빠져들게 한다.
▲ 소감 그림 지적장애 2급인 이나영 양이 구메마을을 체험하고 직접 그린 그림이다. 글로 못하면 그림으로라도 표현하는 소녀의 감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에 빠져들게 한다.
ⓒ 현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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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향토 탐방대', 이런 좋은 아이템이 확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만이 아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안성맞춤 청소년 향토탐방대 기사는 안성 동부무한돌봄센터 031-675-6513와 본 기자가 사전에 서로 협조하여 밀착취재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태그:#청소년 향토탐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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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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