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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오세훈이 무릎까지 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투표 참여를 갈원했던 서울시 초중고생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날이 밝았다. 어쩌면 이 투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투표일 것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아무 차별 없이 똑같은 밥을 똑같이 무상으로 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투표까지 하는 일은 지구상에서 서울시가 최초일 것이며, 이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어쩌면 훗날에 기네스북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비이성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일은 이미, 아예 처음부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져 온 일이고,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들은 세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내고 그 세금에 의해 자녀들을 학교에서 점심을 먹도록 하고 있고 그것을 확대하자는 것뿐인데 그 밥이 어째서 무상이고 공짜란 말인가.              

 

 그 당연한 일을 가지고 투표까지 한다. 투표를 하는 이유는,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먹이는 일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기 때문이란다. 나라를 망치고,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밥을 주는 일을 막는 일은 '성전'이란다(나경원 의원). 이것이 주민투표까지 실시하는 서울시장 오세훈과 오세훈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의 생각이고 시각이다.

 

 그들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왜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밥을 공짜로 주느냐이다.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국민 세금에 의해 만들어지는 밥을 공짜로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 유치한 논법은 단순한 사람들에게 지금도 확실한 영향을 주고 있다.

 

 어찌 보면 서민을 위하는 태도 같기도 하고, 부자들을 차별하는 과감한 행동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 껍질 벗기고 보면 뒷구멍으로 부자들을 고무하는 술책이다. 부자들에게 부자들만의 '구별의식'을 공고히 가지도록 유도하는 짓이다. 이미 그들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어 부자들에게 100조에 이르는 돈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부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으면서도 왜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공짜로 밥을 주느냐며 부자들을 홀대하는 척 능청을 떤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짓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

                       

 그런 자가당착과 무분별의 극치가 이번 서울시의 초중고생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다. 참으로 희극적이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한 그 자가당착과 무분별의 극치 속에서 서울시장 오세훈이 눈물까지 흘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오세훈의 눈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가수 김흥국도 오세훈의 눈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리하여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1인 시위까지 했다고 했는데, 오세훈의 눈물은 김흥국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듯싶다.     

 

 오세훈의 눈물은 한마디로 말해 '모든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똑같은 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눈물이다. 세상에 아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자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다 있다는 비양과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오묘하고도 의미심장한' 그 눈물은 오래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그 또한 전무후무함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름직하다.

 

 나는 선천적으로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단체관람'으로 영화를 보면서 혼자서 눈물을 펑펑 쏟아 아이들에게 놀림가마리가 되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에 눈물을 흘린 적들이 많다. 특히 1983년 KBS 1 TV의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때 이산가족도 아니면서 이산가족들 이상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또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공동발표 등을 보면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았다. 어언 60대 초중반에 이른 지금 시절에도 눈물이 헤프다. 최근에는 4대강의 처참한 파괴 실상과 상실을 보면서 원통하고 억울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나는 오세훈의 눈물을 보면서 오세훈의 또 다른 눈물이 궁금했다. 그가 이번의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밥을 주지 말자'는 눈물 말고, 전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을까?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면 언제 무슨 일로 흘린 것일까?

 

 수십억의 재산을 갖고 살면서도 두 딸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었다는 말을 방송에서 태연히 하는 그에게도 눈물이 있음을 이번에 확인했다. 사람이 저런 일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구나. 세상에는 저런 눈물도 있구나. 저 사람에게도 감성 작용이나 어떤 격정에 의해 흘릴 수 있는 눈물이 있구나. 그런 것들을 두루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사법고시의 벽을 뚫어 출세가도에 진입한 이후 줄곧 양지에서만 살아온 사람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나는 더더욱 그의 또 다른 눈물들이 궁금했다. 그가 또 언제 무슨 눈물을 흘려 보았을까?

 

 나는 오세훈의 또 다른 눈물이 궁금하여 인터넷에 '오세훈의 눈물'을 검색해 보기도 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똑같이 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요상한 눈물 말고는 그의 또 다른 눈물을 찾아볼 방도가 없었다.

 

 수십억의 재산과 상관없이 두 딸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휜 사람이니 그에게도 또 다른 눈물이 있을 터이나 지금 당장 그것을 확인할 수가 없으니 되우 답답하다. 언젠가는 그의 입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정말이지 나는 그의 또 다른 눈물에 대한 그의 고백을 듣고 싶다.

 

 경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를 치장하는 갖가지 말들 가운데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자들에게 100조 가까운 감세를 해주고, 4대강에 22조를 쏟아 부었는데도,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사회 밑바닥으로 흐르지 않는다. 부자들의 금고를 가득 채웠는데도 그 부가 세상 밑바닥으로 넘쳐흐르지 않는 것이다.

 

 물가는 계속 곤두서기를 하는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져만 가고, 중산층의 붕괴 현상도 심화되어 가면서 이혼과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서민들의 마음과 생활을 깊이 헤아리는 통찰의 눈과 따뜻한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182억의 국민 세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여긴 듯 이상한 주민투표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면서 그 일에 온통 목을 맨 듯 '성전'이라 부르며 전력투구를 하고, 서울시장 오세훈은 무릎까지 꿇고 눈물까지 흘렸다. 이런 비극적인 희극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오늘 돈키호테 같은 서울시장 오세훈의 눈물을 보면서 진심으로 그의 또 다른 눈물이 궁금하다. 그의 오늘의 눈물이 '모든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똑같이 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전도의 눈물이 아니고, 만일 '아이들을 구별하지 말고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밥을 주어야 한다'는 눈물이었다면 어떤 현상과 결과가 빚어질까 하는 엉뚱한 궁금증도 갖는다. 그런 눈물이었다면 적어도 나 같은 사람은 감동을 먹은 나머지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동을 먹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싶은 심정은 오늘 내게 더욱 명백하고도 절절하다. 서울시장 오세훈과는 다른 성분의 눈물을 지니고 사는 나는 오늘 저녁 또 한 번 감동의(또는 슬픔의) 눈물을 머금게 될지도 모른다.

 

 투표 결과가 어찌되든 오세훈은 또 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에게는 눈물이 예정되어 있을 것 같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밥을 주지 말자'는 이 세상 초유의 눈물을 흘린 사람이니, 이거거나 지거나 그가 또 눈물을 흘릴 것은 거의 분명하다.

 

 그의 눈물을 보게 되면 나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가수 김흥국과는 다른 각도로 그의 눈물을 보며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와는 다른 성분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 눈물 속에서 서울시장 오세훈의 또 다른 눈물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벌겋게 키울 것이며….


태그:#서울시 주민투표 , #무싱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나경원, #김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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