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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진보신당 간부뿐만 아니라 교수, 변호사, 노동자, 농민들이 모여 '진보정당 건설'에 대해 토론했다.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은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그동안 강연과 토론에 이어 '진보의합창'도 벌어졌다. 최근 경남지역 70여명의 교수들이 통합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으며, 이들은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안차수 경남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창원을'은 '진보정치 1번지'다. '창원을'이 지역구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문성현 전 대표는 '창원을'을 진보통합정당 후보에 양보하고 '창원갑' 출마를 선언했다. 창원을 비롯한 경남은 전국 어느 곳 못지 않게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활발한 것.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토론에 앞서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토론에 앞서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토론에 앞서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세상에서 버리기 가장 어려운 게 두 가지라고 한다. '기득권'과 '대립․갈등 털어버리는 일'이다. 우리가 그것을 해결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권영길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문성현 전 대표의 양보를 일종의 기득권 포기다. 듣기 좋았다. 토론회가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상처와 반응을 털어버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상환 교수 "대중이 호응하지 않으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새로운 진보정당 정체성과 민주적 운영"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권력은 큰 칼을 가지는 것과 같다. 칼은 잘못 휘두르면 자기 목을 칠 수도 있다. 자신이 없는 사람은 칼을 내놓아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정치는 중요한 것은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느냐를 읽고 다수 민중의 삶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울 때 나서고 일할 사람이 많을 때는 그런 사람한테 기회를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쉬운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 말고 뜻을 중요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양극화가 심하다. 진보정당은 자본의 권력행사와 맞서 싸우는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양극화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에 양극화 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양극화 핵심은 자본과 노동 간의 소득의 분배 문제다. 이명박정부도 '공정사회' 하다가 지금은 '공생'을 이야기 한다"고 설명했다.

장상환 교수는 "여론조사를 보니, 스스로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보는 바꿔야 된다는 말이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최근에는 높아지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치적인 참여의식이 높아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진보진영에서 중요한 요건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을 합당한다는 것은 굉장한 것이다. 대의원 2/3 이상 찬성이라는 조항을 둔 것은 압도적으로 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별 말이 없다. 반반 정도 합당을 하면 부작용만 크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의 진보정당통합 참여 문제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장상환 교수는 "국민참여당 통합을 추진할 수 없는데 고집하는 상황을 보니 의아하다"며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데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형식을 갖추어도 내용이 훼손돼 버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발제하는 모습. ⓒ 윤성효

그는 "미뤄야 한다. 국민참여당이 과연 진보정당인지 한번 검증을 해야 하고, 2년 정도 두고 봐야 한다. 그래서 다들 좋다고 했을 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환 교수는 "정당은 사회단체가 아니다. 많은 당원을 포괄하고 있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다수결로 하면 결정은 나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같이 하지 않는다. 그러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민주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서 모아내는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독일 민사당과 '노동과민주대안그룹의 통합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두 개의 이름으로 등기를 하고 선거연합을 하면서 2년 정도 걸린 뒤에 합당을 했다. 그 뒤에도 공동대표제를 하더라. 상당 기간 동안 화학적인 결합이 이루어질 때까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다"고 말했다.

장상환 교수는 "아무리 방향을 잘 잡고 해도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대중이 호응하지 않으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 "좀 더 열심히"

이어진 토론에서 박유호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힘을 모아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진보정치세력의 단결과 단합에서 실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실질적인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도 봤듯이 진보가 인기가 있다. 진보교육감은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면서 "노동운동이나 정당운동 과정에서 상처와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안혜린 진보신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당원 정서는 패권주의에 관심이 높다. 당원 가운데는 '통합해라. 그런데 나는 못하겠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선거를 치르거나 공동사업을 하면서 생긴 상처인 것 같다"면서 "치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원 여론을 무시하고, 진보대통합과 관련한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에 대해, 그는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이 있는 판에 이정희 대표가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치국장은 "아이 둘을 자연분만했다. 병원에 갔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 자연분만이 제일 높은 병원을 일부러 찾아갔다. 집사람은 불만이 많았을 것인데,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면서 "오는 9월말 정도 새로운 진보정당이 들어서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는 힘들다. 진보정당이라는 출산이 한 달을 앞두고 있는데, 여전히 자연분만이냐 인공분만이냐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이냐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10년 전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 조합원들이 주력부대였다. 진보정당이 분열되는 것을 보면서 처음 당을 만들었던 민주노총이 막지를 못했다. 그 책임이 있다. 그 논쟁이 현재까지 오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그 몫을 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조합원들이 좀 더 열심히 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단순히 통합진보정당만 바라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의 눈높이는 양당의 통합에만 있는 게 아니고 전체 진보진영이 통합해서 어떻게 새롭게 나아갈 것이냐에 있다"며 "비정규직이며 정리해고 문제가 심각한데, 아직도 진보정당 통합을 마무리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진보의합창‘과 ’진보정치발전을위한경남교수모임‘은 1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김남석․김영남 교수, 박훈 변호사는?

교수․변호사들도 의견을 보탰다. 김남석 경남대 교수는 "내년 총선에서 좌파연합만 갖고도 20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부산울산경남과 서울을 중심으로 가능하다"며 "진보정당이 실질적인 통합을 하고, '이해관계'나 '이기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실질적인 당선 가능한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조건 없는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남 인제대 교수는 "지금 상태로 간다면 한국사회에서 조만간 진보정당은 소멸할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이다"며 "권영길 의원과 문성현 전 대표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자랑스럽다. 그런데 신뢰 문제가 중요하다. 제도적인 문제들은 통합 이후에 존중해서 하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경남진보의합창' 공동집행위원장은 박훈 변호사는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에 절대 안갔다. 3지대로 남아 있었다"면서 "'진보의합창'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총선․대선을 보지 않고, 우리나라 진보정치운동과 좌파운동, 노동운동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통합이 되면 내년 총선에서 진보통합정당은 20석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부정적이다. 그건 환상이다"며 "진보의합창 목표는 뚜렷하다. 양당을 다시 통합시키고 '도로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들 수 있는, 진보대통합이 목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진보신당 독자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러나 저는 확고한 통합파다. 모든 일은 때가 있어야 한다. 지금 이러한 열망이 올라오는데, 때를 놓치면 안된다. 선거연대만 갖고 진보정당이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너무 과대망상을 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대중운동을 어떻게 복원해낼 것인지 고민하자"고 말했다.

박민웅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서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원칙없이 양당의 결합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노력해서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명현 경남진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민참여당 문제는 진보정당 통합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모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동의하는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통합#민주노동당#진보신당#진보의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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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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