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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백의 장군 김정은 대장님!

먼저 조선조당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도신 것을 열렬히 축하합니다.…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오늘 우리는 님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할아버지 수령님의 풍모를 그대로 갖추시어 놀랍고, 진짜 청년이어서 또 놀랍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북한 <조선중앙방송>이나 <로동신문> 보도문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지난 해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아들인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라 김정일 위원장 후계자로 선정되었을 때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 올라온 글이다. 날짜는 9월 30일.

이뿐 아니다. 북한의 연평포격 다음 날인 11월 24일에는 '여러분~ 어제 많이 긴장했지요?'라는 글에서 "김정은 대장님이 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늘 긴장을 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진두에 계신 대장님께서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하실 것입니다. 인질들의 목숨에 마음 쓰지 마시고, 대업을 이루실 것을 믿습니다. 위대한 북조선과 사령관님이 있어 항시 든든하다"는 글도 올라왔다. 

아무리 북한과 대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김정은 부위원장을 "대장님", "수령님을 닮았다"고 칭송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인질들의 목숨에 마음 쓰지 마시고 대업을 이루실 것"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법 정신이 아니더라도 인간 존엄성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다.

결국 이 카페는 폐쇄되었고, 운영자는 황아무개씨는 구속(국가보안법 위반)되었다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 선고 형량(징역 1년6월)보다 6개월 적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며칠 전 논란이 되었던, 법정에서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를 불러 국가보안법혐의로 추가 기소되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솔직히 황씨가 올린 글들은 대한민국 보통 시민들로서는 절대 호응할 수 없는 글들이다. 하지만 카페가 폐쇄되자 추종자들이 '임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이를 <조선일보>가 11일자 '막나가는 종북(從北)카페…北해안포 사격에 환호' 기사로 단독보도했다.

11일자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한 '임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기사 갈무리
 11일자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한 '임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기사 갈무리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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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보도 내용을 보면 카페는 지난 10일 오후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에 사격을 하자, "에헤라 디야, 이제야 그 님이 오시는군요. 뭐하시다가 이제 오십니까", "이번에는 완결을 보실 수 있도록 하셨으면 하는 마음…", "어서 오시옵소서.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폐쇄된 사이버민족사령부 아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공안 관계자는 "이들은 비공개로 카페를 운영하는 데다가, '그날', '그분' 등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북한을 찬양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현재 이들의 과거행적을 토대로 자료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하면서 이 카페를 '종북카페'라고 규정했다.

맞다. 이런 글에 대해 공안당국 조사는 필요하다.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는 것과 북한 김정일 체제를 찬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카페에 들어가봤다. 솔직히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에 걸리지 않을까라는 두려운 마음이 조금 들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접속했으니 문제될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조선일보> 보도처럼 북한을 찬양하는 글들이 대부분이고,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판하는 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문제의 카페, 회원수가 11일 오후 8시 현재 271명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문제의 카페, 회원수가 11일 오후 8시 현재 271명이다.
ⓒ 사이버민족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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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누리꾼들은 카페 회원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자유로운글' 코너에 <여기사는 사람들의 이상한 논리>제목으로 글을 올린 '꽁치'라는 누리꾼이 올린 글 중 일부이다.

"당신들의 생각에 이 나라가 자본주의의 세력이 지배하는 썩은 나라일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은 일단 모든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도 상위 15%에 해당되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북한 공산당 독재로 인한 생산성의 악화로 나라 전체가 굶주리고 있다. 그렇게 피를 보고 싶습니까? 전쟁이나면 당신들은 무사할까요? 전쟁을 통해 이 나라가 진정한 초강대국이 될까요? 전쟁을 통해 희생되는 생명은 누가 책임을 질까요? 김정일이 책임집니까? 그자가 그렇게 뛰어난 이 시대의 리더입니까? 제발 정신좀차리세요 딱하다."

카페 회원수가 11일 오후 8시 기준으로 271명이고, 접속자가 1150여 명이었다. 1등신문 <조선일보>가 국가안보를 우려하면서 단독보도한 것 치고는 조금은 '허탈'했다. 적어도 회원수가 몇 천 명은 넘고, 접속자수가 몇 만 명은 넘을 줄 알았다. 폐쇄된 '사이버민족사령부' 회원수는 6000명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71명이라니. 

물론 작은 것 하나가 큰 것을 무너뜨릴 수 있어 <조선일보>의 우려도 이해는 하지만 '단독'까지 붙여가면서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가 나가자 우익인터넷매체인 <올인코리아>가 "'임시 사방사'는 기존에 있던 빨갱이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가 수사 당국에 의해 폐쇄되자, 추종자들이 비공개 형식으로 새로 만든 종북 카페다"며 "공안당국은 지난 10일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사격을 찬양한 혐의 등으로 종북카페 회원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신혜식씨가 운영하는 <독립신문>도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그냥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면서 김정일 찬양하다가 공안당국이 수사를 통해 국가보안법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이런 카페는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 발품을 팔지 않으면 모른다. 나 역시 <조선일보> 보도를 보고 들어갔으니까. <조선일보>와 우익매체는 펄쩍 뛰겠지만 271명 회원에 불과한 친북한 카페를 1등신문인 <조선일보>와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올인코리아> 같은 우익 매체가 홍보했다는 생각 든 이유다. 


태그:#조선일보, #사이버민족사령부, #종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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