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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으로 이사를 온 지도 어언 30년이 다 됩니다. 그러나 사는 게 뭔지 도통 그렇게 저를 위한 시간과 투자, 그리고 배려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만만한 게 뭐라고 애꿎은 술만 원없이 '죽였지요'. 여하튼 오늘부터 저도 휴가입니다.

 

그래서 휴가 전부터 작심했던 바를 실천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건 말로만 듣던 수통골로의 등산과 피서,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유성 5일장' 또한 구경하자고요. 중앙로역 6번 출구 앞에서 탑승한 시내버스는 정확히 1시간 뒤에 목적지에 절 내려주었습니다.

 

한밭대학교를 지나 종점이기도 한 이 곳 수통골은 그야말로 산자수명의 압권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또한 쏟아지고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물만 보아도 더위가 십 리, 아니 백 리 밖으로 금세 줄행랑을 놓는 그야말로 지존의 피서지더군요.

 

거기서 상류까지 한 시간 여 올라가 탁족(濯足)을 하고 다시 내려와 104번 시내버스에 올라 유성시장 입구서 내렸습니다. 참고로 '유성 5일장'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장대동에서 5일마다 열리는 정기 재래시장입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8월 4일과 오는 8월 9일엔 또 개장하는 형태의 5일장인 것이죠. 유성 5일장은 그 역사가 참으로 찬란(?)한데 왜냐면 지난 1916년부터 시작된 장터라고 하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처음으로 목도한 장터이긴 했으되 유성 5일장은 그 규모가 상당했고 또한 없는 것 없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거대한 화수분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텃밭에서 길러 뽑아왔음직한 싱싱한 푸성귀에서부터 요즘 한창 나온 과일인 복숭아와 포도, 마늘과 태양초 고추는 물론이고 어류와 채소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두 눈은 충분히 행복에 겨웠습니다.

 

특히나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이 유성시장의 얼추 정중앙 부근에 형성돼 있는 이른바 '가축시장'이었습니다. 덩치가 산만한 토종닭에서부터 토끼와 강아지, 더워서 혀를 쑥 내밀고 헐떡이는 개에 이르기까지.

 

근데 이상한 건 그 녀석들의 거개는 자신이 팔려 나갈 운명임을 아는지 하나같이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만 힐끔힐끔 살필 뿐 딱히 짖거나 우는 놈이 없더란 사실이었지요. 그곳을 지나던 아이와 어떤 아줌마가 토끼와 강아지를 보면서 연신 눈독을 들이던 모습도 스쳐 지나칠 수 없는 미소 만발의 풍경이었습니다.

 

대저 금강산도 식후경인 법입니다. 구경을 잘 하고 유성시장을 나오려는 찰나에 눈에 들어온 막국수집. 한데 그 값은 고작 3천 원! 갖은 양념으로도 푸짐하거늘 얼음 동동의 시원한 동치미까지 '보너스'로 주기에 죄 말아서 한 그릇을 번갯불에 콩 볶듯 먹어치우니 가히 환상적인 그 맛이라니요! 한마디로 눈이 삼삼했고 입까지 방긋방긋하기 그지없었던 유성 5일장의 구경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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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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