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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생태와 사진작가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 있었다. 사진작가들은 생태를 사진으로 많이 담기 위해 지나치게 야생동물에 접근한다든지, 철새가 날아오르는 역동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오히려 새를 쫓는다든지, 둥지를 훼손한다든지 했다. 행정기관에서 설치한 '포토존'을 훼손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여 환경감시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 7월 30~31일 경남 창녕 우포늪 생태관에서 "우포환경사진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생태사진 촬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워크숍은 'UEPW 2011'(우포환경사진워크숍, Upo Eco Photo Workshop 2011)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일대에는 전문·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사계절 내내 이어진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오히려 생태를 파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사진작가와 생태전문가들이 모여 '특별한 워크숍'을 연 것.

 사진작가 정봉채 작 "5월의 우포늪".
사진작가 정봉채 작 "5월의 우포늪". ⓒ 정봉채

첫날 강연에서 정봉채 작가는 "올해 1월 1일부터 아예 우포늪에 집을 얻어놓고 1주일 중 절반을 우포늪에서 보낸다"면서 "우포에 와서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거리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리는 바로 공감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야생동물 공간인 우포늪에는 일정 정도의 포토라인이 있고 야생동물을 배려한 거리를 지켜줬을 때 가장 좋은 사진이 나온다"면서 "우포에 머무는 이유는 우포는 매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혹 하루 중 한 컷의 사진도 찍지 못하는 날이 있더라도 우포늪을 오래 바라보며 명상하는 시간 자체가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사진 '5월의 우포늪' 등을 보여준 정봉채 작가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마음이 울릴 때까지 서너 시간 이상 동안 우포늪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며 "사랑하는 만큼 보이고, 찍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습지보전운동가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은 "생태사진을 하는 작가들이 생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며 "일반인들이 습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접하는 매개가 사진이므로 작가들이 교육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30일 우포늪 생태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강연했다.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30일 우포늪 생태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강연했다. ⓒ 이인식

박희진 동주대 교수(방송영상)는 이튿날 특강을 통해 사진작가들의 사회성과 공공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사진작가들이 단순히 현상적인 아름다움을 찍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등과 더불어 사회화 과정을 통해 사진이 매개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기 돈을 내고 모인 사람들이 발기인이 되어 우포늪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역할을 하자"며 "다음에는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생태와 문화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우포늪의 보전에 문화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둘째 날 강연을 마친 뒤 일몰시간에 맞춰 우포늪 사진찍기에 나섰다.


#우포늪#생태사진#우포환경사진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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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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