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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미 변호사
 소라미 변호사
ⓒ 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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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는 입양특례법과 관련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에서는 지난 6월 29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한 입양특례법과 입양관련법령, 정책, 제도 등에 있어 미흡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 개선방안은 무엇인지에 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간담회는 입양과 관련한 현장목소리와 의견을 듣고 향후 인권위가 정책검토 시 반영 하고자는 목적으로 열렸다.

이날 사회자는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장향숙 인권위 상임위원이 맡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장향숙 위원의 입양인을 향한 따듯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김도현 목사(뿌리의집 대표)와 입양인 제인 정 트랜카(TRACK 대표) 등 발제에 이어 한 눈 큰 여성이 입양인의 입장을 대변하여 열심히 토론에 참여했다. 입양인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는 그녀의 열성이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는 우연히 그 눈 큰 여성과 한 탁자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보니 그녀는 다름 아닌 지난 '입양특례법' 개정운동에 앞장섰던 소라미 변호사였다. 너무나 반가웠다. 소라미 변호사는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이지만 대학에 다니던 중 고려대 법학과로 학사편입 했다.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원했던 그녀는 사법연수기간 중 아름다운재단에서 모집하는 국내최초 비영리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에 응시해 합격한다. 사회적약자의 인권보호에 관심이 많은 소라미 변호사와 지난 7월 22일 인권위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입양특례법」으로 변경되어 통과되었다. 「입양특례법」의 핵심내용은 무엇이고 이 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된 의의가 왜 중요한가? 그리고 왜 법령제목이 바뀌어서 통과되었나?
그동안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은 입양기관의 전권 하에서만 이루어졌다. 입양기관은 그 무엇보다 입양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입양을 알선해왔다. 이번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에서는 입양기관보다는 입양되는 아동의 인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입양절차를 개선했다. 우선 가정법원의 허가제가 도입되어 가정법원이 입양가정의 적정성과 절차의 적법성을 심사하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귀환한 해외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기록에 접근할 수 없었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입양인들의 정보접근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보장하고 있다.

법령제목이 바뀐 이유는 입양을 '촉진' 하기 이전에, 아동이 출생가정에서 친부모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과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 별로 수입도 안 될 텐데 처음에 어떻게 해서 해외입양인들의 문제에 손발 벗고 나서게 되었나?
2008년도에 일하고 있는 사무실(공익변호사그룹 공감)로 해외입양인 몇 분이 찾아왔다. 귀환  입양인들은 약 30년 전 자신의 입양절차에 심각한 불법성(친모의 동의 없이 친족들에 의해 입양이 의뢰된 사례, 입양기록에 자신의 신상정보가 잘못기재 되어 있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법적대응이 가능한지 상담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0여년이 지난 일로 법정시효가 모두 지나버려서 민형사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귀환 입양인들을 만나기 전에는 부끄럽게도 입양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에 발생한 문제를 손댈 수 없다면, 최소한 앞으로라도 동일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입양인들과 함께 활동 하게 되었다.

- 「입양특례법」이 통과되었지만 향후 <시행령> 제정이 더 큰 관건이라는 지적이 있다. 왜 그런가? <시행령>에 어떤 내용이 실려야 「입양특례법」이 통과된 의의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보나?
입양인의 정보접근권의 경우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와 절차 등 구체적인 입양인의 권리에 대한 내용이 모두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 입양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접근이 가능한지 여부가 시행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보접근권이 입양인의 뿌리 찾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시행령의 구체적인 내용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 「입양특례법」이 통과되었지만 그동안 왜곡된 입양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있다. 입양신고 대신 친생자로 출생신고 하는 비밀입양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입양인의 정보접근권은 유명무실할 것이고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과연 이번「입양특례법」으로 해외입양인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입양절차상 입양가정의 요건과 친부모의 입양 동의 요건을 강화하고, 그러한 요건과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가정법원이 심사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입양절차가 일정부분 선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비밀입양 관행이다. 즉 대다수의 입양가정이 입양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생자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형성된 입양관행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비밀입양 관행이 계속된다면 이번 개정안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입양신고를 하지 않는 한 가정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입양특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요건과 절차 또한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입양인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정보접근권 또한 무의미 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비밀입양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 「입양특례법」통과는 이제 첫 단추에 불과고 이법에 한계도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벌써 있다. 향후 입양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남겨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법 개정을 통해 입양절차가 강화되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요건과 절차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입양기관에서는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장차 시설에 수용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문제제기를 한다. 입양절차 강화로 인한 반효과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입양절차 선진화와 더불어 아이들이 입양되지 않고 친가정에서 양육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90%이상이 비혼모 가정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비혼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비혼모 가정에 대한 지원 대책 없이 입양절차만 강화한다면 정부는 아동의 인권을 위해 입양특례법을 개정했으나 오히려 반 아동인권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 공청회
 입양특례법 개정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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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입양정보원이 이미 있는데 「입양특례법」은 중앙입양원의 설치와 운영을 명시했다. 두 기관의 차이는 무엇이고 중앙입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법 개정으로 기존에 있던 중앙입양정보원의 법적근거가 마련되었다. 두 기관 모두 주된 역할이 입양관련정보의 통합관리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만 법 개정 이전에는 중앙입양정보원이 입양기관에 입양관련 정보제공을 요청하더라도 입양기관이 이에 따라야할 의무가 없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개정된 법에는 입양기관에게 중앙입양원에 입양관련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따라서 중앙입양원은 앞으로 보다 원활하게 입양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입양기록에 대한 체계적인 종합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입양인의 뿌리 찾기도 보다 용이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입양특례법」를 준수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이나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왜 그렇게 되었나? 아울러 이 법의 시행령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면이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가?
입양기관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입양을 알선하는 경우 이에 대한 형사제재조치가 누락되었다. 또한 입양기관이 중앙입양원에 정보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한 행정적 형사적 제재조치 또한 없다. 입양기관이 입양인의 정보접근권을 침해한 경우에 대한 형사적 제재조치도 빠져있다. 이러한 점에서 법의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앞으로 개정된 법을 시행해나가면서 왜곡된 입양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형사적․행정적 제재를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 어떤 분들은 왜 개인(비혼모나 편부모)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자기들이 책임을 져야지 국가에 요구하고 의존하는가라는 비난도 있다. 이런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울러 우리사회가 왜 입양인, 특히 해외입양인들이나 비혼모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귀환 입양인들을 만나 입양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후 관련 법제도의 허술함에 놀랬다. 입양법제도 어느 곳에도 입양되는 아동의 인권을 위한 조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입양 이외 보호조치가 너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입양문제는 아동인권의 문제라고 본다. 특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아동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취약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입양문제에 지금부터라도 우리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입양문제는 비혼모가정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다. 앞서 지적했듯 우리나라 입양아동의 90% 이상이 비혼모가정 출신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비혼모가정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하고 지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드러내는 수치다.

국제인권기준과 국내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엇보다 출생가정과 사회에서 아이를 보호 양육하는 것이 아동인권에 최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비혼모가정에서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과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비혼모가정에 대한 지원은 곧 아동인권 보호이기 때문이다.

* 소라미 변호사는 2001년 사법고시 합격, 2004년 사법연수원 수료, 2004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활동시작


태그:#소라미, #김성수, #입양특례법, #인권위, #해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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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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