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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 피의자로 오인해 미란다원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체포하고 그 과정에서 폭행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경찰서장은 사과하고 관련 경찰관들은 직위해제 되었지만, 누리꾼들은 경찰청장의 사과와 함께 해당 경찰관들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22일 오후 1시30분경 롯데백화점 창원점 앞에서 이아무개(30)씨를 체포하면서 불거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관 3명은 올해 1월부터 창원지역 사무실과 식당 등에서 일어난 절도사건의 용의자를 쫓고 있었다.

 

 창원서부경찰서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피해자가 체포 과정에서 다쳤다며 사진과 글을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올린 내용의 일부.
창원서부경찰서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피해자가 체포 과정에서 다쳤다며 사진과 글을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올린 내용의 일부. ⓒ 윤성효

이씨가 황당한 사건을 당했다는 사실은 23일 새벽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 이씨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경남 창원 롯데백화점 앞에서 당한 황당한 사건 좀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것.

 

이씨는 다친 팔과 목 부위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수십만의 조회를 기록하고,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씨는 글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체포 과정에서 목과 팔을 다쳤고,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발부받았던 것.

 

이씨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 경찰이 이씨를 절도범 용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던 때는 신원조회를 하고 나서였다. 그제서야 경찰관들은 이씨한테 사과했다. 그런데 경찰관들은 언론에 알리지 말라며 무마했다는 것.

 

이씨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덩치 큰 사람이 갑자기 뒤에서 팔로 목을 조르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수갑을 채우고 '개XX야, 가자'고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며 "두 명이 에워싸고 수갑을 채우려고 하기에 '경찰인가, 왜 체포하나, 체포영장 있나'라고 소리치자 'XX야 닥쳐라, 가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찰 배지를 보여 달라고 소리쳤지만 무릎으로 제 목을 누르고 뺨을 때렸다. 세 사람이 합세해서 결국 수갑을 채웠다. '저는 학생이다. 왜 이러냐'고 울면서 말했지만 '개XX야, 조용히 해'라고 욕설을 하며 뺨을 때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글에서 "2~3분 뒤 '너 조XX 아니냐?'라고 물어 '조XX가 아니라 대학생 이XX다'라고 말하자 '지금 풀려나려고 수 쓰는 거다. 쟤 맞다'라는 경찰서에 끌고 가라고 하더라"며 "'너 조XX 아니냐?'라고 재차 물으며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기에 왜 죄 없는 사람을 체포하냐고 따지자 '조XX 인 것 같아서 체포했다. 미안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씨는 "체포 영장도 안 보여주고 미란다 원칙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때린 적도 없다고 하고 완전 사람을 바보로 만들더라"면서 "(경찰관들은) '우리가 그리 나쁜 사람 아니다. 다음에 술이나 한 잔 하자. 평생 도와주겠다. 언론에는 제발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기들 징계는 무섭고 사람 다치고 공포에 떨린 건 생각 안 한다"고 밝혔다.

 

창원서부경찰서장 사과 ... 경남지방경찰청, 관련자 직위해제

 

창원서부경찰서장은 사과문을 올리고, 경남지방경찰청은 해당 경찰관 3명을 직위해제했다. 김정규 창원서부경찰서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은 형사들이 상습절도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귀하를 절도범으로 오인하는 큰 실수를 범해 발생한 일이며, 귀하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끼친 점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파악하여 관련 형사 모두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귀하께서 입은 피해에 대하여는 최대한 배상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창원서부경찰서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창원서부경찰서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 윤성효

 

경남지방경찰청은 조사에 나섰다.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대기발령, 강력팀장과 사건 관련 형사 3명은 직위해제 되었다. 경남경찰청은 "직접 감찰조사와 수사에 착수하였다"면서 "시민 여러분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거듭 송구하다. 피해자가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는 충분한 보상과 구제가 되도록 관련 조치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직위해제, 대기 발령이 처벌이냐. 그냥 며칠 휴가 갔다 오는 거지"라거나 "대기발령이면 사건이 어느 정도 무마되면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더 강력한 중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과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원서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비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창원서부경찰서#다음 아고라#미란다원칙#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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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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