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간 정치인들 모두) 다 해준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예산 반영도 안 되고… 잘 부탁합니다. 도와주십시오."더 이상의 건의도, 항의도 필요 없었다. 유류유출 사고의 중심에 있는 태안 만리포 주민들의 입에서 이제는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애원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특히 지난 1월 21일, 태안원유유출사고 이듬해인 2008년 6월 이후 2년 7개월만에 개최된 제2차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이하 '유류특위')를 주재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유류특위 개최 6개월 만인 오늘 22일 태안을 방문한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원망의 목소리보다 환영의 박수를 보내며 적극 지원해달라는 호소를 보냈다.
이에 김황식 총리는 만리포해수욕장에 설치되어 있는 130만 자원봉사자의 활약상이 전시되어 있는 '서해안의 기적' 홍보사진과 만리포의 상징 기념탑 등을 둘러본 뒤 지역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주민들의 말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정낙중 (사)전국국립공원운동연합회 공동회장은 김 총리에게 기름유출 사고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는 태안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한 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자리를 함께 한 다른 주민들도 "태안에서 건의한 (유류극복 전시관, 암 검진 센터 건립 등) 사안에 대해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진태구 군수의 현장 브리핑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김 총리는 곧바로 차에 올라 태안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김 총리, "손해사정 절차 신속히 진행되도록 정부차원에서 노력할 것"
한편, 이에 앞서 평택·당진항 준공식 참석 이후 예정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태안군청에 도착한 김 총리는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도의원, 국응복·지재돈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공동회장 등 피해민 대표들이 모여있는 소회의실에서 진태구 태안군수로부터 현황을 보고 받고 피해주민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진태구 군수는 유류피해 사고 4년째를 맞이해 피해배상과 지역 활성화가 주민의 주된 관심사이며 내년도 암 검진 사업, 전시관 건립사업 이외에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반영을 건의했다.
특히 진 군수는 삼성의 지역발전기금 이외에 장기적인 복원 및 지역활성화 계획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직접 피해지역인 연안을 중심으로 어족자원이 크게 감소해 영세어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진 군수는 이밖에도 ▲ 삼성중공업의 피해지역 활성화 지원 협조 ▲ 연안 환경복원 및 소득사업 특별지원 등 유류사고 관련 현안은 물론 ▲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건립지원 ▲ 태안 관광·레저 기업도시 조기착공 지원 ▲ 태안경찰서 개서 ▲ 국도 32호선 확·포장 사업 지원 등 추락할대로 추락한 태안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현안도 함께 건의했다.
이날 진 군수는 "태안을 방문해 주신 김황식 총리를 7만여 군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유류사고 직접 피해지역인 우리 태안군은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다시 일어서고 있으며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태안군을 위해 아낌없는 성원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에 김 총리는 과거 자신이 서산지원 근무 당시 맺은 태안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유례없는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외형적인 상처는 아물고 환경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지역경제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특히 손해사정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총리는 "손해사정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며, 태안군에서 건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만 정부부처의 협의를 거쳐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피해주민과의 간담회에서는 진 군수의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복구 및 현황 보고와 김 총리의 간단한 인사말까지만 기자들에게 공개한 뒤 이후 피해주민과의 간담회는 일체 비공개로 진행돼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