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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딴지일보> 대문
 현재 <딴지일보>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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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가 해킹당했다. 98년에 창간되어 자칭 '민족 유일의 정론지'로서 우리 사회 전반을 신랄하게 풍자해오던 <딴지일보>가 해킹당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현재 <딴지일보>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김어준 총수의 성명은 다음과 같다.

"1998년 7월 4일, 창간 이래 최초로 겪는 사태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다.……오랜 분석 끝에 전문가의 최종 결론은 그렇다. 선수가, 매우 악의적인 의도로, 어떤 방법으로도 복구 불가능하도록, 치밀하게 작업한 거라고. 그러면서도 실수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건 실수가 아니라고. 실수로는 절대, 이렇게 될 수 없다고. 그렇게 13년의 데이터가 날아갔다. 백업 시스템까지 깔끔하게 날렸다. 성실한 새끼. 만약 작년 여름날, 테스트용으로 별도 백업해두지 않았더라면, 딴지일보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뻔했다……누가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역시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의 마지막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비유하자면, 농협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거라고. 분하다. 분해서 잠이 안 온다. 그러나 전의가 불탄다. 두고 보자."

물론 이 모든 것이 딴지 총수 김어준, 그리고 소위 전문가의 착각일 수도 있다. 단순히 자기네들의 실수를 해킹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에 이번 사건이 그들의 짐작대로 해킹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 대상이 하필 <딴지일보>이며, 또 그 시점이 하필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우선 해킹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해킹이란 '컴퓨터 네트워크의 취약한 보안망에 불법적으로 접근하거나 정보 시스템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컴퓨터 전문가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입하여 정보를 빼내서 이익을 취하거나 파일을 없애버리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악의적 행위를 해킹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딴지일보>를 해킹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네 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해커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공격할 사이트를 골랐는데 <딴지일보>가 선택되었을 가능성이다. 이는 아무 의미 없는 분석이므로 논외로 하자.

두 번째, 해커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딴지일보>를 해킹했을 가능성이다. 우리는 종종 미국 정부 기관의 전산망을 해킹한 해커들이 오히려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고 취직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능성은 전혀 없다. <딴지일보>가 유수 기관들을 제치고 해커들의 표적이 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소위 '오덕'(오타쿠의 변형어)들이나 들어오는 <딴지일보>를, 그것도 항상 돈이 모자라 그 방어망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딴지일보>를 해커들이 왜 해킹하겠는가.

세 번째, 북한이 <딴지일보>를 해킹했을 가능성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은 남한사회의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해 테러전의 일환으로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데 <딴지일보>가 그 타겟이 된 경우이다. 이는 비교적 첫 번째보다 합리적인 추론인데 역시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딴지일보>가 해킹 당한들 우리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농협의 전산망 정도는 원격으로도 해킹할 수 있는 북한이 하찮은 <딴지일보> 따위를 해킹하겠는가(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하게 된다면 <딴지일보> 해킹의 범인으로 북한이 지목될 가능성은 99% 이상이다. 동기와 상관없이 그 수법이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분들은 <나는 꼼수다> 11회를 들어보시기를.)

마지막, 위의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제거한다면 남는 가능성은 하나. 누군가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딴지일보>를 해킹한 경우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의 <딴지일보>의 하찮은 위상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남은 가능성은 이것 하나뿐이다. 과연 <딴지일보>를 해킹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목적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딴지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존재이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팟캐스트 세계 5위까지 오른 바 있는 바로 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 리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많은 이들이 <나는 꼼수다>를 들으며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말도 안되는' 소설을 즐기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나는 꼼수다>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그 누군가가가 <딴지일보>를 해킹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장 합리적인 듯 하다. <나는 꼼수다>로 자신의 꼼수를 들킨 사람들이, 그리고 위 프로그램을 많은 이들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이 해킹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11회에서 딴지총수 김어준이 밝힌 농협 전산망 해킹에 관한 소설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농협의 거래내역을 조작하고자 했던 이들과 <딴지일보>를 해킹했던 이들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카'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결국 이번 <딴지일보>의 해킹은 그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현실로 강림했음을 의미한다. 단지 '그럴 리 없겠지만' 소설의 주인공에 불과했던 이들이 이렇게 하찮고 저열한 방송에도 시껍하여 현실 세계로 뛰쳐나온 것이다. 이제 <나는 꼼수다>의 소설 속 세계는 현실과 섞이기 시작했으며 덕분에 소설은 더 큰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들이 한낱 비루한 소설에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제 <딴지일보>가 메인스트림이다. 졸라.

덧붙이는 글 | 참고로 다음주 목요일 방송될 <나는 꼼수다> 12회에서는 '장자연을 농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카와 그 수하들의 자원외교의 실상','지난 4.27 재보궐 선거 당시 엄기영 후보 팬션에 관한 이야기' 등이 방송된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들으시기를.



태그:#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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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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