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말의 성찬이 이뤄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1일 '경제민주화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해, 최근 친서민 행보를 보이며 '좌클릭'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변화가 이뤄질 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여러가지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연일 '대기업의 횡포'에 날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20일 라디오 연설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은 꼭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한나라포럼'에서는 "대기업 창고에서는 돈이 넘쳐나는 반면 서민은 어려워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은 최근 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재벌 개혁'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대표 역시 이 날 회의에서 "우리는 헌법 119조(국가가 경제력 남용 방지 등을 위해 규제·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를 실현하고자 나섰다"며 "헌법에 규정돼 있는 원칙만 지켜도 시장경제 속 불공정 폐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적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며 "국가권력이 재벌의 일방적인 편을 들어 권익을 침해하고 사회적 조합과 화합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대기업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야에 "재벌개혁 원하면 정치권부터 개혁하라" 쓴소리

 

그러나 외부에서 이같은 '말의 성찬'을 바라보는 시각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일, 민주당 내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희망2012'과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에 나선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은 "재벌개혁을 원한다면 정치권부터 개혁하라"고 쏘아 붙였다.

 

김 소장은 "재벌이 태동한 박정희 정권 때부터 '순환출자, 초헌법적 행태, 불공정 거래' 등 재벌의 문제점은 이미 지식인·관료·정치인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이 이 의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기에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정치-경제-관료-언론-사법 순이었던 권력 구도가 현재는 경제-관료-언론-사법-정치가 돼 버렸다, 경제계 인사에게 청문회에 참석하라고 해도 코웃음 친다"며 "재벌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치권을 먼저 개혁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이같이 '뼈 있는' 직언에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강창일·문학진 의원 등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씁쓸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임원 "재벌개혁? 선거만 끝나면 다시 우릴 찾을 것"

 

토론자로 자리한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기자의 지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곽 기자는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정책으로 국민을 힘들게 한 과오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진정한 참회가 없는 한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연일 '대기업 비판'에 열을 올렸지만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방안'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여당이 아무리 '말'로 변죽을 울려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그야말로 '말의 성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여당은 '말'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곽 기자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열린우리당도 선거가 끝난 뒤 국민에게 한 '재벌개혁'의 약속을 저버리고 대기업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재집권의 초석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개혁의 진정성 확립을 통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기자는 '여야가 재벌개혁 얘기를 쏟아내는 것'에 대해 재벌대기업 임원이 한 얘기를 전했다.

 

"선거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다시 우리를 찾아와, 앞으로 잘해보자고 손을 내밀 것이다. 누가 집권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 누가 여가 되던, 누가 야가 되던, 우리에게 다시 올 것이다. 우리는 그냥 선거 끝날 때까지만 납작 엎드려 있으면 된다."

 

곽 기자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없다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재벌개혁 정책 모두 선거가 끝나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태그:#재벌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