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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 아마 엄두를 못냈을 게다. 그는 유명 진보정치인이고, 30년 노동운동 해온 강철 여성이지만 그래도 쉽진 않았을 터. 왜냐고? 그는 '고3 엄마'다. 

 

대한민국 입시 현실에서 '고3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새벽1시까지는 함께 있어야 하고, 끼니 때가 아니더라도 배고파~ 한 마디면 부산하게 프라이팬을 움직여야 한다. 그게 '고3 엄마'다. 그런데, 그는 곡기를 끊었다. 거리에서 한 데 잠을 잔다. 13일부터 단식을 시작했으니 지난 18일로 6일째였다. 

 

은단 통을 닮은 라이터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통에 검은 빛깔 죽염을 담고, 500ml 생수병 하나 들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낯빛은 어둡지 않았고 생기도 있었다. 뉴스가 될 만한 발언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분명하고 강단있는 이 '고3 엄마'는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이다.

 

그는 18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진중공업 문제를 통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도 이건 단순 노사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며 "국회가 반드시 조남호 청문회를 열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일자리를 지켜내는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절박한 당면 정치현안을 유보하고 먼 훗날을 기약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을 갖기 어려운 일"이라며 "만일 야권연대가 선거 때 진보정당의 조력을 구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비춰진다면 국민들이 보기에 어떻겠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 고문은 "한진중공업 문제로 야권이 힘을 모아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그 어떤 몇 번의 야권연대보다 훨씬 높은 국민적 신뢰를 줄 것"이라며 "당면한 민생현안을 유보하면서 민생진보를 외치는 것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손 대표를 비판했다. 이제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또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최근 '사과정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유시민 대표의 반성과 성찰을 존중한다"면서도 "새로운 진보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합 여부는 그 주체 형성 이후의 통합정당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유 대표 쪽이 주도해서 밀고 들어오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며 "그것은 진보정당 통합에도, 국민참여당과 연합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정당간 통합은 역사성을 가진 개인과 그 역사성을 공유하는 세력과 사람들이 합쳐지는 것이므로 진보정당 간 통합은 유 대표의 의도가 아무리 선의라 해도, 정치적 의미로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노동당과 이정희 대표에게는 "내년 선거 전망에 대해 집착하다 보니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미련을 크게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면 정당 득표에서 일정한 플러스알파가 되겠고, 꿩 먹고 알 먹자는 얘긴데, 첫 번째는 꿩과 알의 중요성과 의미를 같은 수준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 있고, 너무 알에 집착하다 꿩까지 놓칠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일단 꿩을 제대로 먹고 나서, 알에 대해 판단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고3 아들 새벽1시에 오면 얼마나 배고플까 걱정이지만..."

 

- 단식 6일째다. 버틸 만한가.

"(웃음) 평소 비축을 많이 해놨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다. 얼마 전 단식 전문가가 와서 평가하기를 나보다는 노회찬 고문이 먼저 실려나갈 거라고 했다. (웃음) 남자들의 신체구조상 여자들보다 더 버티기 어렵다고 하더라. 단식 직전 뭘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다른 건 별로 생각이 없는데, 커피 생각은 난다. 그동안 장마였고, 어제까진 선선했으나 오늘부터는 폭염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제2라운드다."

 

- 농성장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대개 밤 12시쯤 자고, 오전 6시쯤 일어나 좀 씻고, 관장도 하고, 샤워도 한다. 그리고 시청앞을 지나 가두 출근을 한다. 그리고 지방에 가면 노회찬 고문과 부부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여서 혼숙까지 하면 이거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텐트 옆에 차를 붙여놓고 차에서 잔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 오전 6시가 되면 근처에 마련해둔 숙소에 가서 좀 씻고, 또 움직이고, 하루 일과는 보통 그렇다."

 

- 하나뿐인 아들이 올해 고3인데.

"일단 이 현장엔 무조건 오지 말라고 했다. 집에 남겨진 두 남자가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 솔직히 단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걸렸던 대목이다. 평소에도 제대로 된 '고3 엄마' 노릇을 못했지만. 우리 아들이 공부 끝내고 새벽 1시쯤 귀가하면 배가 고프다고 뭘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럼 만두도 구워주고, 떡볶이도 해주고 그랬는데, 그마저도 못해주니, 우리 아들 밤에 오면 얼마나 배가 고플까 걱정이다. 후후."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고공시위가 200여 일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김 지도위원처럼 고공시위를 벌인 여성이 있었나.

"1931년 5월 29일 새벽 평양 을밀대 앞마당에서 시위를 벌인 여성노동자가 있었다. 강주룡 선생은 평원고무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고공농성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는 김진숙이 처음이 아닐까. 나이 쉰둘에 관록을 갖춘 노동운동가가 35m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결심했다는 건 이미 이 사안은 노사관계만으로 풀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증거다. 한진 자본은 노동자를 부품 취급하고, 합의를 밥 먹듯 뒤집는 악랄한 자본이다. 벌써 두 명의 위원장을 죽였다. 특히 MB정권 이후 법도 제도도 행정도 다 돈맛에 취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현실을 고발하려고 김진숙이 올라간 거다."

 

- 오는 30일 제3차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지난 2차 희망버스 때 많은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됐고, 인체에  최루액 발사 등이 논란이 됐다.

"이명박 정권이 몹시 두려운 것이다. 제2차 희망버스에 올랐던 사람들은 민주노총 소속 몇몇 활동가들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산으로 몰려왔다. 이 연대가 확산되면 이 정권의 도덕성은 잃게 된다.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게 되면, 내년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된다. 그래서 세게 나오는 거다."

 

"김진숙은 말 그대로 진짜 노동자다"

 

- 심 고문은 금속노조 결성을 주도했다. 김 지도위원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전노협 쟁의부장을 하던 서른 즈음에 대한조선공사 해고자인 그와 처음 만났다. 20년 지기다. '김지도'는 진짜 노동자다. 당시엔 대학진학률이 20%밖에 안됐고, 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소명을 생각해 공장으로 들어간 '학출' 노동자였다. 내 딴에는 노동자로서의 삶에 동화되려고 노력했지만, 김진숙씨 앞에 서면 항상 가짜인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동년배로서 늘 나는 그를 존경했고 마음으로 의지했다. 누구보다 김 지도위원이 살아온 삶을 잘 알기 때문에 그가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나는 처음부터 저 짐을,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도 나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내년 6선을 바라보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편지까지 써서 한진중공업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직접 만나본 부산 민심, 어땠나.

"부산에 몇 차례 갔었는데, 매번 택시기사들이 한결같이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 신공항 백지화, 한진중공업. 한나라당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에서 제일 큰 기업이다. 그런데 한진 자본이 고용을 다 팽개치고 필리핀으로 떠나는데 한나라당이 아무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것은 내년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민심 풍향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형오 전 의장이 편지까지 써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이 분위기로는 내년에 영도에서 배지 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까지 다 영도로 몰려들고 있다. 결국 내년에 당선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 아니겠나. 그런데 이게 비단 영도만의 문제일까. 한나라당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 사태를 너무 쉽게 봐서는 안 된다."

 

- 최근 트위터에는 진보정치인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단식을 두고 비판적 문제제기가 있다. 지금 밥을 굶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 투쟁을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월급 올려달라고 할 때만 총파업 투쟁하지 말고 지금 총파업을 하라는 주문도 있는데, 이런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노총은 대중투쟁으로, 정치인은 국회를 움직여서 한진중공업의 살인적인 정리해고 문제를 푸는 게 맞다. 그게 정도다.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김영훈 위원장과도 이런 얘기를 한 일이 있다. 대중조직의 대표가 단식으로 문제를 돌파하려는 건 아주 나이브한 생각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지도자의 살신성인이 필요한 게 아닌가. 진보정치인은…, 그저 죄송스럽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하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참, 의석이 하나뿐이어서 거의 할 게 없다. 그렇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

 

 

- 야권연대 차원에서 한진중공업 문제를 풀면 어떨까.

"손학규 대표에게도 얘기했는데 이건 단순 노사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본질적으로 정치의 과제다. 따라서 국회가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 조남호 회장을 세워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한다.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만 이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되고, 반드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손학규 대표의 답변은 무엇이었나.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최근 야권연대 차원에서 정책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법안도 나오는 걸 환영하지만, 이 절박한 당면 정치현안을 유보하고 먼 훗날을 기약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을 갖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갈까? 만일 야권연대가 선거 때 진보정당의 조력을 구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비춰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진중공업 문제로 야권이 힘을 모아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그 어떤 몇 번의 야권연대보다 훨씬 높은 국민적 신뢰를 줄 것이다. 당면한 민생현안을 유보하면서 민생진보를 외치는 것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게 내 입장이다. 정동영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아주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이제는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

 

"한진중공업 문제 민주당에서 손학규가 직접 나서라"

 

- 현장에서 민생정책 야권연대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민심의 진보화 경향은 뚜렷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진보에 의지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실제로 그 민생과 복지는 한 마디로 '시장을 거스르는 정치'로만 가능한 일이다. 자본과 사사건건 부딪쳐야 하고, 그래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 결국 그 점에서 아직 분명한 의지와 용기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필요한 선거연합은 거대 경제권력에 맞설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용기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

 

- 진보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뭔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진보신당이 내부 의지를 추스르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진보통합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명확한 인식공유가 필요하다. 진보통합정당을 만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구나 복지를 외치고 있고, 국민들은 내년에 정권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변화의 열망을 진정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정치주체로 진보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비판세력이 아니라 민심과 만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이제는 책임 있는 대안세력으로 발돋움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통진보의 중심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또한 내년 선거가 임박한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주체형성과 외연확대가 같은 수준에서 논의돼야 한다."

 

- 최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진보통합에 한 축이 되고자 여러 경로를 통해 모색하고 있다. 참여당 중앙위는 진보통합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통합기구 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런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시민 대표의 반성과 성찰을 존중한다. 진보와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을 존중한다. 유 대표의 말처럼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은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의 연합을 의미하는 것인데, 지금은 진보의 새로운 주체형성 단계다. 연합은 그 다음 단계다. 새로운 진보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합여부는 그 주체 형성 이후의 통합정당이 판단할 문제다.

 

그 점에서 유시민 대표의 헤아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정당 쪽에서는 이미 그 프로세스에 대해 얘기한 바가 있는데, 지금 유 대표 쪽이 주도해서 밀고 들어오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그것은 진보정당 통합에도, 국민참여당과 연합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정당간 통합은 역사성을 가진 개인과 그 역사성을 공유하는 세력과 사람들이 합쳐지는 것이다. 진보 정당 간 통합은 유 대표의 의도가 아무리 선의라 해도, 정치적 의미로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선출마 포기... 개인의 피선거권을 조건으로 거는 건 옳지 않다"

 

-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유시민 대표의 대선 불출마 조건을 걸었다. 그 조건을 승낙하면 반성의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어떻게 판단하나.

"개인의 피선거권을 조건으로 걸고 뭘 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마 김 교수가 진정성을 강조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 진정성은 몇 마디 말로 상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공동의 실천과 경험을 축적해가면서 시간을 보내고 신뢰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이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나는 양 정치세력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대와 연합은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통합진보정당이 공고해지는데 비례해서 자유주의세력과의 연대 폭과 방법은 더 유연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국민참여당뿐 아니라 그밖의 세력과도 연대연합은 할 수 있다."

 

- 그밖의 자유주의세력은 민주당을 언급하는 것인가.

"민주당과도 얼마든지 필요하면 정책연대, 선거연대 할 수 있다. 정책연대가 공고해진다면 더 높은 수준의 연합도 발전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나는 열려 있다."

 

-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는 진보신당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판단하나.

"나는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내년 선거 전망에 대해 집착하다 보니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미련을 크게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내년 선거는 중요하다. 그 점에 나도 같은 생각이다.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면 정당 득표에서 일정한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지역구는 별로 도움될 게 없다. 결국 꿩 먹고 알 먹자는 얘긴데, 첫 번째는 꿩과 알의 중요성과 의미를 같은 수준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너무 알에 집착하다 꿩까지 놓칠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일단 꿩을 제대로 먹고 나서, 알에 대해 판단하는 게 맞다." ( 민주노동당은 19일 진보정당 통합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인 수임기관 2차 전원회의를 통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는 향후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뒤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을 결정했다.) 

 

- 유시민 대표가 진보통합에 적극적인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결국 내년 대선에서 이 길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 아니겠나. 김세균 교수도 유 대표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결국 이 길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통합에 올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진정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피선거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된 자유인데 그걸 조건으로 거는 건 옳지 않다. 또, 진보정당 통합문제를 단순 선거전술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통합하는 일이 나눠먹기 식의 이해관계로 폄하될 소지가 있다."

 

-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동시적 과제로 상정한다면?

"그건 더 큰 분열만 남게 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먼저 추진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다수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또, 진보신당과 통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원만한 통합을 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역사적 정통성을 가질 수 있을까, 더 신중해야 하고 헤아림이 필요하다."

 

"문재인? 총선과 대선에서 의미있는 역할 하실 분"

 

- 최근 비정당 시민정치기구들이 '원탁회의'를 모색하고 있다. 7월말 그 첫 번째 모임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시민사회 각 원로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 나선 점에 감사하다. 그러나 일단은 좀 비슷한 곳끼리 구조조정을 하고, 그 다음에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방법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정치상황을 보면, 역시 보수와 중도, 진보 3분 구도의 정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도와 진보가 당면한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모델이 현재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무리하게 하나의 틀로 담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한국 사회의 진보적 개혁이 역행할 수 있다."

 

- 진보진영이 내년 선거를 치르기 위한 주요 전략적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주정부 10년을 보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있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민주주의를 고착화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진현상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주체형성, 그리고 그 세력을 확장하는 일이다. 결국 비정규직과 복지, 생태 문제 아닐까 싶다. 또 정치질서 재편을 위한 선거법과 정치권계법 개정이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권 문제는 구체적인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 원전문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녹색 대한민국'을 만드는 문제도 우리에게 아주 절박한 삶의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 끝으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 분의 책을 보니, (민주노동당에게 노동부 장관 제의 등) 누구보다 더 진보세력과 함께 하는 데 애착을 가진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의 정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분인 것 같아서 내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 과정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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