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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노동자로 눈뜨게 만든 것은 2006년 월간 <작은책>에서 개최한 홍세화 선생 강연이다. 당시 나는 저당잡힌 내 삶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동지가 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을 들은 것도 역시 2008년 <작은책> 강좌다.

 

강연을 듣기 전에 자발적으로 서점에 들러 그 강사의 책을 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쩐지 김진숙의 강연을 '날것'으로 듣는다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솔직히 김진숙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이가 누군지를 알아야 강연을 듣기 쉬울 것 같았고, 노동자로 노동운동을 한 사람이라니 책이라도 읽고 가야 덜 미안할 것 같아 책을 샀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절반도 다 못 읽고 강연장에 갔다. 김진숙은 마르고 왜소한 체격을 지닌 여성이었는데 강연을 시작하자 그 어떤 투사보다 확신에 가득한 어조로 힘있게 강연을 이끌어갔다. 울고 웃는 사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게 강연이 끝났다.

 

강연이 끝나고 지방으로 가야 하는 그이는 뒤풀이도 하지 못하고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간간이 그이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이가 단식을 하며 "콩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고 올린 글을 읽으며 가슴이 저리고 미안했지만,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를 핑계로 나는 나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김진숙이 이번에는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목을 맨 85호 크레인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이 혼자 외롭게 싸우고 있을 때 간간이 그이를 찾았던 하종강 전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나 <작은책> 식구들로부터 소식을 종종 들으면서도,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춤거리며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속였다.

 

도망만 치던 나... 김진숙의 치커리가 나를 잡았다

 

그저 그러던 나였다. 서울서 머리 수 보태는 일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면하려 했다. 솔직히 나는 민주노총 조합원도 아니고, 한진과 상관도 없고, 어느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난 1차 희망버스를 타기 전에 사람들에게 같이 타자고 호소하는 글을 썼고, 2차 희망버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번번이 기자회견장에 달려갔고 3차 희망버스도 또 타려 하고 있다. 그저 김진숙의 강연 한 번 들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희망버스에 목을 매느냐 묻지 마시라.

 

그건 치커리 때문이다. 그이의 삶에 대한 열망, 지독히 살고 싶은 바람을 바로 그 치커리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꼭 그이가 땅에 발 딛고 내려올 때 그이의 한 손을 잡아주거나 내 어깨 한 쪽을 빌려주고 싶다. 그뿐이다.

 

내가 살고자 하는 바람과 김진숙이 살고자 하는 바람이 다르지 않음에, 난 김진숙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또 탄다. 내가 지니지 못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투혼을 지닌 김진숙이 내게 삶의 의지를 일깨우기에, 나는 내가 살고 싶어 김진숙을 만나러 간다. 그건 어쩌면 이기심 가득한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덜고 싶다는 바람인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에 빠져 한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트위터를 요즘 다시 시작한 것도 김진숙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기대어 사는 인생들, 희망의 나무를 키워가는 인생들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나는 믿고 싶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아직 영혼의 뿌리가 살아있다면, 35미터 고공 크레인 위에서 치커리를 키워내는 이의 삶에 대한 의지와 아름다운 투혼에 굴복하고 말리라고.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운동으로 김진숙을 지킨다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운동을 제안하며

임재해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운동을 시작한다. <소금꽃나무> 백만독자운동이라고 해도 좋다. 이 운동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하나는 우리시대 노동자의 삶을 노동자의 처지에서 제대로 알기 위한 것이며, 둘은 지금 거의 2백 일째 크레인 위에서 혼자 투쟁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김진숙 위원을 건강하게 웃는 얼굴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앞의 목적보다 뒤의 목적이 더 화급하다. 희망의 사다리를 펼치고 희망의 버스를 타지만, 여전히 상황은 김진숙 동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김진숙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희망운동으로 그의 책 <소금꽃나무> 백만독자운동을 펼친다. 방법은 아래와 같다. <소금꽃나무> 10권을 사서 열 명의 벗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이 책을 받은 벗들이 다시 10권을 사서 열 명의 벗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면 머지 않아 백만인 읽기운동이 성과를 거둘 것이다. 이미 그런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쪽지를 보내오고 있다. 외국에 있는 분들까지. 책값은 고작 5천 원대이다. 뜻이 있는 분들은 공유하고 참여해주기 바란다. 김진숙 동지를 살리는 일이다. 우리 노동자를 살리고 우리 산업을 살리는 일이자 우리 삶을 살리는 일다. 노동자의 노동 없이 편안하고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임재해(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는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한 사람이 10권의 책을 사서 10명의 지인에게 책을 보낸다. 그 책을 받아 읽은 사람이 또 자기의 지인 열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책을 사서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백만 명이 <소금꽃나무>를 읽고 노동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깨어나 연대한다면 김진숙으로 상징되는 이 땅 노동자들의 '희망나무'는 더욱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이 땅 노동운동의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김진숙씨가 쓴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운동에 참여합니다.

 

저는 그를 잘 아는 사람보다 그가 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6개월 이상 농성을 벌이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 그저 숱하게 들어온 노조의 뻔한 싸움질이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께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문학성 높은 책을 선호하는 분들께도 권합니다. 제2의 <전태일평전>이라 불러도 좋을 책입니다. 가난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했던 문학소녀가 어쩌다 지금의 삶에 이르게 됐는지를 빼어난 필체로 들려줍니다.

 

그냥 호기심에서라도 읽으시길 권합니다. 책도 얇습니다. 읽고 싶으신 분은 제게 쪽지로 주소 보내주세요. 선착순 10명께 책 보내드립니다.

 

읽고 난 뒤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인다면, 다시 10명에게 책을 보내는 백만인 읽기운동에 참여해주세요. - 김희경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읽고 김진숙이 깨어나, 스스로 이 땅 86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나무가 되었던 것처럼. 이 땅의 모든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이콘이 된 '소금꽃' 김진숙.

 

우리는 알고 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이 죽음과 절망의 벽을 넘어 35미터 고공 크레인 위에서 키워낸 치커리에 담긴 삶에 대한 희망은 태풍에도 그 어떤 자본과 권력의 압박에도 꺾이지 않고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소금꽃나무'가 돼서 가슴속에 치커리를 키우고 희망의 씨앗을 심어 가꾸니, 승리의 그날은 기필코 오고야 말리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 <소금꽃나무(특별판)>(김진숙 씀, 후마니타스 펴냄, 2011년, 5700원)


소금꽃 나무

김진숙 지음, 후마니타스(2007)


#소금꽃나무 백만읽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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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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