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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 야간 보충수업, 4000쪽 분량의 문제집, 상품권, 시도교육청 평가, 학교 성과금, 시나공(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 시포아(시험포기아동)…"

2011학년도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남겨 놓은 말이다. 12일 일제고사를 주관한 교과부는 "응시 거부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187명"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말은 많았지만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교총 "교육협의체 제안", 전교조 "표집평가 필요"

야간 보충수업을 하는 충남 논산 강경에 있는 한 초등학교. 지난 4월 18일 밤 7시 30분 모습.
 야간 보충수업을 하는 충남 논산 강경에 있는 한 초등학교. 지난 4월 18일 밤 7시 30분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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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과부와 달리 진보교육단체들은 물론 보수교육단체들까지 '이런 일제고사는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마련해 최소한 학생 인권탄압이라는 오명은 씻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은 12일 이례적으로 일제고사 개선을 위한 교육협의체 구성 방안을 내놨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학업성취도 평가의 사회적 논쟁을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지 말고, 교과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참여하는 '교육협의체'를 구성, 학업성취도평가의 개선 및 안정적 정착방안 마련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단체끼리 시험을 앞두고 해마다 맞서고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단체 산하조직인 충북교총은 지난 달 7일 성명에서 "일제고사 결과를 시·군별, 학교별 등으로 공개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일제고사를) 표집평가 형태로 바꾸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교조와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2008년 일제고사 실시 때부터 반대운동을 펼쳐온 전교조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사라진 일제식 시험방식을 폐기하고 표집평가를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학생을 가르친 교사가 맞춤형 평가를 진행하면 교과부가 주장하는 '부진학생' 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권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일제고사와 같은 시험형태로 초중고 학생을 줄 세우기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학업성취도평가의 당초 취지대로 국가는 표집평가를 통해 정책방향을 연구하고 가르친 자가 평가하는 교사별 평가를 통해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평가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교육희망네트워크도 이날 논평에서 "진정으로 교과부가 학습부진 학생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일제고사를 통해 열패감만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학습부진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종합적 진단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습부진아들은 대부분 가정·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오랜 기간 누적된 학습결손과 집중력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라면서 "따라서 꾸준한 지원을 통해 공부하고 싶은 의욕을 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복지 망을 구축하고, 학급당 인원수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서술형 창의인성 평가로 바꿨는데..."

이 단체 조연희 집행위원장은 "이미 핀란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서술형 창의인성 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평가들을 통하여 21세기형 미래 교육을 시작한지 오래"라면서 "창의인성을 내세운 교과부가 자신들의 슬로건과 달리 5지선다형 일제고사를 고집하며 문제풀이 중심의 암기식 공부 만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일제고사 재고를 촉구한다"는 긴급 논평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들로 구성된 '모의 수능'식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 교육에 질곡으로 작용할 뿐"이라면서 "현행 방식의 일제고사가 초래하고 있는 획일성과 '정답 중독증'을 심히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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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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