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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장대비 내리는 날이라도 비 피할 처마있으면 족하다.
▲ 처마 장대비 내리는 날이라도 비 피할 처마있으면 족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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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뚫린 듯 지루한 장맛비가 내린다. 이상기후가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오만불손함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지만, 인간은 여전히 제 길을 고집하며 달려간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하는 불경스러운 생각'이 개인적인 기우라면 얼마나 좋을까?

물줄기를 인위로 바꾸겠다는 4대강 사업은 안녕하신지 모르겠다. 언론은 알아서 보도를 자제하고,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도 4대강 사업과는 관계없는 일이라 오리발을 내밀지만, 여기저기 파헤친 곳마다 장맛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정작 궁금한 것들은 알려주지 않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들만 쏟아내는 언론의 횡포를 보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우중상책 우산을 쓰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의 비면 좋겠다.
▲ 우중상책 우산을 쓰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의 비면 좋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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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오늘의 현실은 마치 토건공화국을 보는 듯하다. 자연적인 것들을 두고 보는 것은 마치 죄라도 되는 것처럼 베어내고, 깎고, 직선으로 피고, 파헤친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렇다. 무슨 일이든 경제효과가 있다고만 하면 만고의 진리가 된다.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의 발걸음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이게 아닌데'하고 깨닫는 그 순간은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먼 길을 간 다음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적당히 악과 타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군상들, 때론 대의를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멍청한 짓이라고 꾸짖는 군상들을 본다. 약삭 빠르게 살지 않으면 못사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시대의 문제나 자기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문제를 부둥켜안고 사는 이들은 이 시대의 이단아가 되어버렸다.

차창 차장밖으로 흐르는 빗물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 차창 차장밖으로 흐르는 빗물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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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다고 한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한다. 폭력이 만연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던 청춘들의 목숨을 앗아가도 그곳은 본래 그런 곳이라고 한다. 반성하질 않는다. 반성하는 것만으로 몇몇이 옷을 벗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골이 너무 깊다. 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관망하지만, 천만에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아들 딸들의 현실이 될 수 있음에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세상살이라고 말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그저 현상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생각한다. 남들이야 어찌 되든 말든 제 잇속만 챙기면 그만인 고만고만한 사람으로 만드는 세상에서 대인배가 등장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일 터이다.

도시 아스팔트에 내린 비와 도시의 불빛
▲ 도시 아스팔트에 내린 비와 도시의 불빛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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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거리, 휘황찬란한 도시의 빛을 바라본다. 도시의 빛 안에 있는 사람들과 빛 밖에 있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과 제도권에서 안착한 사람들과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삶이란 본래 그런 거야' 다독이는 사람들. 왜 삶이란, 그렇게 피곤하고 경쟁해야 할까? 왜 그것이 만고의 진리처럼 떠받쳐지는 것일까? 좀 못난 사람들도 보통 이하의 사람들도 편하게 살면 안 될까? 그렇지 않은 세상이라 하늘이 펑펑 우는 것이 아닐까? 노아 홍수처럼 이 세상 한 번 쓸어버릴까 고민하며 흘리는 눈물이 아닐까?

우산 우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우산 우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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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비에 나비들이 난다. 빗방울에 멍들다 못해 녹아버린 꽃들과 채소들이 잠시 제 몸을 어루만지고, 비에 젖은 우산도 잠시 기지개를 켜고 젖은 몸을 말린다.

수많은 단어가 빗방울처럼 떨어진다. 마음 아픈 단어들뿐이다.

4대강 사업, 단수, 보, 침수, 팔당유기농단지, 평창동계올림픽, 스키할강장, 가리왕산, 한계령풀,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병대, 기수 열외, 자살, 왕따, 도청, 주민투표, 무상급식, 일제고사…….

이런 폭력적이고 아픈 단어들 속에서도 무던히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강심장, 그 마음이 녹아 아주 작은 들풀 혹은 들꽃의 피고 짐을 보면서도 울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이 되려면 어떤 묘약이 필요할까?

하늘이 잠시 울음을 멈추고, 눈물에 가려 보이지 않던 세상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사람,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까지는 버릴 수가 없는 날이다. 개뿔 같은 세상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장마#4대강 사업#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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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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