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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마, '이 정도만 실현되면 더 바랄 게 뭐 있노' 할 정도로 좋은 안이네요."

민주당 비정규직특별위원회(비정규직 특위)가 발표한 '비정규직 대안'을 두고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같이 평했다. 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비정규직 대안 발표 및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노동계 인사들도 정 부위원장의 '흡족함'에 큰 이견이 없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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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인영 비정규직특위 위원장이 내놓은 안은 비정규직의 절대 수를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 위원장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가량인 비정규직 비율을 2012년 총선 이후 40%까지, 2015년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30%까지 낮추겠다"며 "민주당이 집권한다는 건 진보 정당과의 연합 정권 구성이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2의 노사정 합의 등을 통해 2015년까지 정책적 목표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정규직 대비 50% 이하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2012년 60%, 2015년 8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방향은 정규직 확대와 차별시정에 뒀다. 민주당은 정규직 확대를 위해서 ▲ 기간제법 상 '사용사유제한 조항'을 신설하고 ▲ 파견법에 도급 등과의 명확한 구분을 명시하며 ▲ 차기 정부 집권 시 고용친화적인 공공부문 개혁을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차별 시정을 위한 안으로는 ▲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 최저임금 상향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등이 제안됐다.

"분리되기 전의 민주노동당이 내놨나 싶을 정도로 좋은 대안"

민주당이 명시한 '사용사유제한 조항'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계와 진보정당들이 오랫동안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해 온 쟁점 사항들이다. 특히 '사용사유제한' 조항은 2005년 비정규직법이 통과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강하게 반대했던 부분이다.

"2004년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발의됐을 때 열린우리당 당의장실을 점거하며 '기간제한 방식'은 절대 안 되고 '사용사유제한'을 얘기했었다"는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사용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확실한 입법과제로 한 것 자체를 반긴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되기 전의 민주노동당이 내놨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좋은 대안이 나왔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다만, 두 가지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법 차원에서 노동자 처우 개선을 논하다 보니 '조직 노동자 확대'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는 점과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공공부문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함이 그것이다.

토론자로 마이크를 잡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대안의 실현가능성을 짚었다. 김 소장은 "2012년에 야권이 압승할 거라고 봐도 MB 정부하에서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다, 비정규직 비율을 40%로 낮춘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그 목표는 2015년 정도로 누그러트리는 게 맞겠다"고 지적했다. 2015년까지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임기 말까지 추진할 목표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관련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을 제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미 노조를 만들어 투쟁해 온 화물연대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은 마련됐지만..."립 서비스 아니냐"는 우려 터져 나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대안' 토론회.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대안' 토론회.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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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실천의지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결국 선거 때 맞춰 나온 '반짝 공약'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남신 소장은 "한나라당도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한다는데 개나 고등어나 비정규직을 말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졌구나 느낀다"며 '표퓰리즘'을 경계했고,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집권 초기에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예산타령으로 흐르면서 흐지부지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담당 부위원장 역시 "이 토론회가 집권을 위한 목적인지 비정규직을 위한 목적인지 당의 분명한 방향성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오늘 발표한 대로 안을 만들어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중들 사이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객석에서 토론회를 경청한 윤창호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사무국장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진전된 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민주당이 면피용으로 비정규직 얘기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실천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수고용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선거를 앞둔 립서비스다", "민주당 당론은 안 바뀔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이인영 위원장은 "현장에 계신분들의 말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꼬가 터졌으니 앞으로 직접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져 현장에서 울림을 주는 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론을 확정한 뒤 9월 정기국회 때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내년 총선·대선 때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대안을 전면적 이슈로 내걸고 확실히 끝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태그:#비정규직,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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